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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폰 충전단자 통일에 반대하는 애플, 과연 환경을 걱정할까?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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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환경을 생각해서 충전기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 기본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한 애플이 내놓은 설명이다. 소비자 대부분이 충전기를 이미 가지고 있기에 잘 쓰지 않는 충전기가 포함되면 오히려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므로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리다.

납득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빙하가 녹아 무너지고 북극곰이 무서워서 울부짖는 광경은 수없이 미디어에 노출된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는 실제 체감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소비자라면 그만큼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통해 환경을 파괴하는 데 동참하는 게 아닌가 걱정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충전기 하나를 아껴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면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작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니다. 사기업이 이런 행동을 했을 때는 과연 그 의미만큼이나 가치 환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단순히 안 먹고 아끼는 것이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절약의 결과물이 누구 주머니속에 들어가서 어떻게 쓰이느냐 이것이 정말로 환경보호로 이어지느냐 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무선 장비 지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다음 달 유럽의회 본 회의에서 통과되면 시행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바일 기기의 단일 충전기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발효될 경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등 충전기는 모두 USB-C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약 10년 전부터 이 법안을 추진해온 이유는 환경과 사용자 편의성이다. IMCO측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새로운 기기를 구입할 때마다 새로운 충전기와 케이블을 필요로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제조업체에 관계없이 USB-C 포트가 장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이것은 애플이 2년 전 충전기를 제외하면서 내세운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넘나들 때, 혹은 세대가 바뀌면서 충전 포트 규격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충전기를 구매하든가 변환젠더를 사야 했다. 기존 충전기는 버려지고 이것은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와 환경파괴로 이어졌다.

안드로이드폰은 이미 USB-C 포트로 충전단자가 통일된 상황이다. 사실상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충전기를 뺀 결정을 한 애플이 이런 의미 있는 결정에 대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관련 법안에 대해 애플은 단순 보편화를 강제할 경우 혁신이 저해되며 오히려 전자폐기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업계가 자연스럽게 USB-C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어떠한 직접적인 규제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던 기업답지 않은 주장이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걸까. 애초에 애플이 내세운 환경보호라는 명제 자체가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때 애플의 진정한 목적은 그저 원가절감이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정말로 환경을 위한다면 충전기를 빼는 대신 가격을 내리든가 일정액의 할인쿠폰이라도 넣어서 다음 아이폰 구매에서 빼준다든가 해야만 제대로 된 구조가 된다. 

하지만 애플은 그냥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아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자기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을뿐이다. 자기 이익을 오히려 늘리면서 남에게만 부르짖는 환경보호가 어떤 호소력이 있을까. 오히려 이번 충전단가 통일이야말로 엄청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결정이지만 애플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이익도 안주는 강제력일 뿐이다. 그러니 찬성은 커녕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너무도 단순하게 설명이 된다.

애플은 과연 진심으로 환경을 걱정하고 있을까? 아마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그저 커져가는 이익과 영향력 때문에 환경단체들이 압박하는 목소리가 귀찮고 내달라는 기부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당장 속 보이는 행동으로 적당히 환경보호란 명분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가 애플 제품이 좋아서 구매한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다. 애플은 진심을 보이기 바란다.

출처=애플 홈페이지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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