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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에 바늘구멍 된 중국 시장과 한국행 ‘고속도로’ 뚫린 중국 게임

중국 게임 시장은 몇 년째 한한령으로 바늘구멍이 됐다. ‘검은사막 모바일’ 같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 진출조차 못한다. 반면, 중국 모바일 게임은 한국 시장에 마음껏 진출한다. 한국에서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하면, 모바일 오픈 마켓의 심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은 약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게임 산업에서 비공식 ‘한한령’이 시작된지도 어느새 5년이 됐다. 2017년 2월에 외자 판호를 받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는 한 동안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0년 12월에 ‘서머너즈 워’가 외자 판호를 받았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이후로 3년 10개월 만이었다. 이어서 2021년 2월에는 ‘룸즈: 불가능한 퍼즐’이 외자 판호를 받았고, 2021년 6월에는 ‘검은사막 모바일’과 ‘카운터사이드’가 외자 판호를 받았다.

중국에서 외자 판호를 받은 '서머너즈 워'

정리하면, 최근 5년 동안 중국에서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위에 언급한 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판호’라는 거대한 벽에 막혔다. 심지어는 판호를 받아 놓고도 아직까지 출시되지 못한 게임도 있다. 이에 대부분의 한국 게임 업체들은 중국이라는 시장에 대해서 거의 마음을 놓았거나, 아예 없는 시장으로 간주하기도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그 5년 동안 중국 모바일 게임은 한국 시장에 마음껏 진출했다. 그런 와중에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예상 외의 흥행을 기록하자, 중국 모바일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붕괴3rd', ‘랑그릿사’, ‘명일방주’, ‘슬램덩크’, ‘원신’, ‘백야극광’ 같은 성공사례가 꾸준하게 나왔다. 한국 시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못해서 각종 사건 사고가 벌어지긴 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중국 게임의 마케팅과 운영은 계속 발전했다. 미호요와 텐센트는 이제 한국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능숙하게 진행하는 수준까지 왔다.

그리고 다수의 중국 게임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게임 업체의 저질 게임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중국 업체가 갑자기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했다. 게임 내용과 관련이 없는 게임 광고를 송출하면서 유저들을 낚는 중국 게임들도 다수 나타났다.

이런 업체들이 한국의 법률을 어기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은 한국에 사무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처벌이나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길’은 꽉 막혔지만, ‘한국길’은 완전히 뚫려있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에 ‘외국 게임 업체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한다’라는 취지의 조항을 신설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과 중국의 게임 수출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핵심 이유는, 중국에 있는 ‘판호’라는 제도 때문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국가신문출판서가 발급하는 ‘판호’를 받아야 한다. ‘판호’라는 제도 자체가 한국을 차별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지만,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한국 혹은 특정 국가 게임을 그때그때 배제할 수는 있다. 실제로 한한령이 시작된 직후에는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중국이 아닌, 외국 게임 업체가 개발한 게임에 발급되는 판호) 발급이 완전히 중단됐었다.

한국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이 타는 상황이다.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하고 몇몇 게임은 좋은 성과를 내는데, 한국 게임은 중국에 출시하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몇몇 정부 부처가 판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려졌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최근 2년간 중국 정부가 ‘생색내듯이’ 몇몇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를 내준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완전히 개선되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차원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국의 게임 산업에서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이 지속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양국의 유저들도 불편하고, 양국의 관계라는 관점에서도 좋지 않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무조건 흥행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중국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져야 한다.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성공할 때 마다, ‘판호’라는 벽에 막혀버린 ‘중국길’과 어느새 반듯한 고속도로처럼 닦여진 ‘한국길’이 너무나 비교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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