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쉬운 일도 힘을 모아 협력하면 수월하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게임 개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개발 경력으로 10년을 훨씬 넘긴 2명의 개발자가 인디 게임사를 설립, 함께 게임 개발을 6년째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캣닢스튜디오다.

캣닢스튜디오는 그동안 고양이가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캐주얼 게임을 개발했고, 현재는 한국의 민화풍 그래픽을 활용한 메트로베니아 타입의 액션 게임 ‘염라환생기-동백전’을 개발하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무려 3부작 프로젝트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주로 모바일 플랫폼의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던 인디 개발사가, PC-콘솔 기반의 민화풍 메트로베니아 게임으로 노선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게임 개발 철학은 무엇일까? 캣닢스튜디오의 김지환 대표를 통해 개발 히스토리와 캣닢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캣닢스튜디오 김지환 대표

Q :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캣닢스튜디오는 ‘만들고 싶은 게임을 즐겁게 만든다.’를 모토로 게임을 개발해 가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닌,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신경 쓰면서 개발하고 있다.

Q : 창업 계기와 사명을 캣닢스튜디오로 정한 이유는?
게임사에 근무하며 경력이 쌓이게 되면서,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 철학이 비슷하고 게임 완성이 가능한 구성원과 함께 회사를 만들기로 했고, 캣닢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됐다. 그래서 현재 구성원은 15년차의 당사자와, 18년차 디자이너 등 2명이다. 각각 대부분의 게임 장르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회사 이름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인 캣닢에서 따왔다. 캣닢은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분 전환제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캣닢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름을 쓰게 됐다.

Q : 첫 개발작인 '꾹꾹무사'에 대한 개발 계기 및 소개를 한다면?
‘꾹꾹무사’는 이야기가 있는 타이밍 게임이다. 한 소녀가 고양이 전사들을 지휘해서 고양이 세계를 정화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적이 오는 순간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공격이 나가고, 무적 공격 스킬도 사용하며 '옴'이라는 몹을 없앨 수 있다. 가볍게 플레이 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Q : '꾹꾹무사'의 반응과 성과, 그리고 배운 점은?
도트와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척 좋아해 주셨다. 상업적인 성과는 크게 없었지만, 우리의 여러 문제점을 알게 해준 고마운 게임이다. 우리가 뭘 만들고 싶은지 방향을 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Q : 이때 '자이언트 캣 히어로즈'라는 게임도 개발했었는데?
'자이언트 캣 히어로즈'는 청기백기 게임류로 고양이들을 납치한 외계 생물을 무찌른다는 배경스토리만 있는 간략한 게임이었다. 스토리 텔링의 비중이 큰 ‘꾹꾹무사’보다는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해보기로 했었다. 역시나 상업적 성과는 없었지만, 이때부터 PC나 콘솔 플랫폼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Q : 얼마 뒤 '꾹꾹무사'에 이어 '꾹꾹무사 스페셜'을 내놓았다.
전투는 일일이 플레이하기 보다는 스킬 위주의 게임이 편하다는 의견을 받아서, 전작을 RPG로 변화시켰다. 스토리 일러스트와 시나리오도 추가해서 전편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당시 모바일 게임은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어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Q : '꾹꾹무사 스페셜'의 반응과 성과, 그리고 배운 점은?
큰 상업적 성과는 없었지만, 구글 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 10에 선정됐으며, 이전 개발작들 보다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리고 서비스하는 동안 게임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우리가 만들려는 게임들의 방향성이 모바일 게임 쪽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 이 게임 이후 PC와 콘솔로 개발 방향을 바꾸게 됐다.

Q : 추진 중인 '염라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염라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염라대왕의 설화를 기반으로 캣닢스튜디오만의 이야기로 풀어 나가는 3부작 게임 제작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게임인 ‘염라환생기-동백전’은 캣닢스튜디오의 첫 PC-콘솔 타이틀이다. 
주인공인 반요 ‘동백’이 염라대왕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상에 다시 뛰쳐나온 요괴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동백의 꽃말은 '기다림' 인데, 여기에서 동백의 임무가 굉장히 중요했음을 다음 이야기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은 우리나라 민화 기법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게임으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만들어보니 의외로 너무나 염라 프로젝트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닌 해외 유저들 또한 굉장히 좋아해줘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Q : '염라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염라의 특징인 조선시대, 특히 민화의 기법 연구를 위해 다양한 조선 관련 전시회나 연구 자료를 참고했다. 실제로 국내에 구전되고 있는 요괴들과 설화의 자료도 모아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아이템들 중 음식들은 실제로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이 있다. 

Q : '염라환생기 동백전'에서는 그간 캣닢의 개발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특징들이 보이는데?
캣닢스튜디오가 앞으로 개발할 계획에 있는 게임들은 현재 6가지 정도 된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즐겁게 만든다.’라는 것은 한 가지 게임 장르나 스타일을 고집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만들고 싶은 게임을 실체화시킬 때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르나 디자인 방식은 매번 바뀔 수도 있다.

Q : 2명이서 3부작 게임을 개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응원해 주시는 여러 나라의 유저들, 동료 인디 게임 개발자들, 여러 도움을 주시는 관계자 분들, 그간 쌓은 경험 등등이 어려움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팀원이 소수면 예상 못한 개인적 난관으로 인한 타격이 규모가 있는 팀에 비해 큰 만큼, 개발 진행이 더디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각자가 게임이 개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기에 매우 즐겁다.

Q : '염라환생기 동백전'의 개발 현황 및 출시 시기는?
중간에 많은 사건들로 인해 늘어난 기간까지 거의 3년째 개발하고 있다. 플레이 볼륨은 빠르면 두 시간 정도에서, 길면 네 시간 이상의 볼륨을 예상한다. 경우에 따라 유저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무척 짧을 수도 있겠다. 출시는 6월 내에 진행할 예정이며, 콘솔은 올해 후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 혹시 '프로젝트 염라' 외에 구상하고 있는 신작이 있다면?
염라의 두 번째 작품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도트 그래픽으로 가벼운 볼륨의 로그라이크 장르를 개발할 계획에 있다. 반응이 좋다면 염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에 그 장점을 이어가려 한다.

Q : ‘염라’에서도 고양이로 변신하듯, 개발해왔던 게임 모두 고양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둘 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방식이든 고양이는 들어갈 예정이다.

Q :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개발 방향과 철학은?
언젠가 “남은 수명동안 만들 수 있는 게임은 몇 개나 될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 많아야 앞으로 8개 정도가 될까말까한 인생에서, 무슨 깊은 생각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래서 만들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계속 만들 생각이다.

Q : 2명의 인디 개발사로서 경영과 생활에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게임 제작지원 사업이 많이 있다. 우리는 작년 SBA의 심사를 통과해 지원금을 받았고 개발자금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오래 전부터 두 사람이 준비해 놓은 자금으로 계획을 진행해 왔다.

Q : 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유저들과 소통하나? 
트위터나 각 상점 게시판, 메타 등등 모든 곳을 열어 놓고 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보내주신 질문이나 궁금하신 점 등은 모두 답해드리고 있다.

Q : 가장 기억나는 유저와의 소통이 있다면?
처음 ‘꾹꾹무사’ 때부터 최근 ‘염라 프로젝트’까지 게임 소식을 전할 때마다 좋아요 등 관심을 이어가 주시는 분들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 그분들 중에 또 유창한 영어로 해외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답변이나 글을 올려주는 분도 계시다. 계속 기억하고 있고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Q : 만약 구인을 하고 있다면, 어떤 분을 찾고 있나?
앞으로 구인을 한다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실 애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를 모시고 싶다.

Q : 캣닢스튜디오의 게임을 좋아하고 기대할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고, 명작을 만들고 싶고 등등 많은 대의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괜찮은데?"라는 말을 유저로부터 들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게임을 만들지만 동시에 다른 게임을 사랑하고 플레이하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게이머로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계속 좋은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잊지 않고 캣닢스튜디오 게임을 찾아주는 분들과 도움을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겠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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