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전통, 재래시장의 골목상권을 위협했던 사례가 이동통신 시장에도 불어 닥칠 전망이다. 알뜰폰 시장에 은행사에 이어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바바리퍼블리카가 진출을 선언하면서 중소 업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5월까지 1,139만명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 중이다. 그 중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점유율은 50.9%에 육박한다. 나머지는 70여 개에 달하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KB국민은행에서 내놓은 이동통신서비스 리브엠이 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30만명의 가입자 수를 모으면서 중소 알뜰폰 업체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신한은행도 최근 KT M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세종텔레콤 등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알뜰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금융플랫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중소 알뜰폰 업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골목상권으로 치면 대형마트의 위치다. 금융 앱 토스는 국내 최대의 모바일 금융플랫폼으로서 사용자만 2,000만명에 달한다. 알뜰폰 사업을 위해 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했으며, 머천드코리아는 통신 3사와 모두 계약을 맺고 있어 알뜰폰 사업도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은행사와 금융플랫폼은 갖고 있는 총알이 많다는 점에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많은 데이터에,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운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통신사를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리브엠이 3년 만에 30만명의 가입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망 도매대가(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보다 낮은 요금제 판매와 과도한 사은품 의 효과가 컸다. 특히, 망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제는 가입자수가 늘면 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중소 알뜰폰 업체로서는 시행하기 힘든 방침이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KB국민은행에는 부담이 적다.

한편, 중소 알뜰폰 업체는 바바리퍼블리카의 알뜰폰 진출 소식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통신 3사의 자회사로 인해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 절반의 파이를 뺏긴 가운데, 은행사와 금융플랫폼의 가세로 기존에 있던 파이마저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반발했다. 문제는 리브엠이 알뜰폰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면서, 해당 시장을 엿보는 사업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이동통신유통협회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지난 21일, ‘KB국민은행 혁신금융서비스(알뜰폰사업) 인가 취소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기자회견의 내용은 KB 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철수와 금융권의 추가적인 시장 진입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한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KB 국민은행이 원가 이하 덤핑 판매로 중소 알뜰폰 업체 죽이기에 나서며, 금권마케팅으로 통신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용권 칼럼니스트  mir3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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