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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포스 RTX40 시리즈 가격논란, 거품 안 빼겠다는 엔비디아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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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최강대국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분야도 많았고, 그만큼 일본 국민의 자신감도 넘쳤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에서도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지만 사실 그건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 절상과 함께 부동산 폭등이 일으킨 엄청난 거품 때문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바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80년대의 거품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데서 왔다. 그것이 거품이었으며,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 결과다. 거품의 특징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미래가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통스럽지만 인정하고 혁신을 시도해야만 전진할 수 있다. 

지난 21일, 엔비디아에서 PC용 차세대 GPU인 RTX 40 시리즈를 발표했다. 2020년 9월에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 GPU인 RTX 30 시리즈를 공개한 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이번 RTX 40 시리즈는 최대 760억 개 트랜지스터와 1만 8천개 쿠다(CUDA) 코어를 탑재했다. 최대 연산 성능은 90테라플롭스(TFlops)로 자사 전 세대 제품 대비 최대 2배 높아졌다. 전체 게임 성능은 25%, 빛과 물체 재질을 반영해 렌더링하는 레이트레이싱 성능은 최대 3배 향상됐다고 한다. 

동영상 처리 엔진인 엔비디아 인코더(NVENC)도 두 개 탑재되어 처리 시간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오픈소스 동영상 코덱인 AV1 인코딩도 지원한다. DLSS(딥러닝 슈퍼샘플링) 기능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저해상도 게임 화면을 고해상도로 처리한다. 적은 연산량으로 높은 품질을 낼 수 있다. DLSS 3는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사이버펑크 2077' 등 35개 주요 게임에서 지원될 예정이다.

최상위 제품인 지포스 RTX 4090 탑재 그래픽카드(G6X 24GB 메모리) 가격은 263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전세대 제품인 지포스 RTX 3090이 1,499달러인데 비해 출고가가 100달러 올랐으며, 환율 때문에 국내 가격은 더 크게 올랐다. 차상위 모델인 RTX 4080은 메모리 16GB/12GB 모델로 출시되며, 16GB 모델 가격은 192만 원, 12GB 모델 가격은 140만 원부터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바로 이 가격에서 시작된다. 2년 동안의 미세공정 개선이나 기술발달 요소를 넣었기에 성능은 올라갔지만, 과연 올라간 성능에 비해서 이렇게 급등한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 하는 그래픽 카드 소비자의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가운데 RTX 3080 MSRP가 699달러였는데, 4080 16GB가 1,199달러다. 여기에 제품 분류에서도 RTX 4080 16GB와 12GB 버전은 단순 메모리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칩에 가깝고, 실제로는 4070/4060ti 급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시중에서는 차세대 제품 발표를 앞두고 중고매물로 나온 전세대 제품이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세대 제품을 가진 소비자 가운데 당분간 기존 제품을 더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가 가격이 하락하고 채굴방식을 종료한 데 따른 채굴용 중고제품이 저가에 풀린 영향까지 겹쳐서, 전반적으로 그동안 치솟은 그래픽 카드 가격 거품이 꺼지는 추세다. 

특히 암호화폐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곧바로 엔비디아 주가와 그래픽 카드 거래가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이제까지의 거품 가격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에, 정상적인 암호화폐 채굴붐 이전 가격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가격 거품 붕괴를 맞이하는 엔비디아측의 잘못된 생각이다.

제품 발표 이후 벌어진 Q&A 세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가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 12인치 웨이퍼는 비싸다. 칩의 가격이 내려갈 거라 생각하는 건 과거의 이야기다"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항상 '반도체 제품은 기다릴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어의 법칙 때문인데 그걸 부정한 것이다. 젠슨 황은 이후 이번 자사 제품의 성능 향상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강조했다.

거품의 대표적인 특징은 막상 그 거품의 혜택을 입은 당사자는 거품이 꺼질 때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몇 년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재택수요 증가, 암호화폐 급등으로 인한 채굴증가에 따른 수요 급등이 상당 부분이 거품이었고, 이제는 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젠슨 황 CEO가 가격 하락에 대한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난데없이 무어의 법칙이 죽었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엔비디아가 거품 가격을 자발적으로 내릴 생각이 없다는 의미를 우리가 잘 알았을 뿐이다. 아마도 여전히 CPU와 RAM, SSD분야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겠지만, 유독 엔비디아가 있는 GPU부문에서만 그게 죽어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엔비디아는 현재 GPU업계 최강자고 관련 산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존재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인텔의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텔 역시 잘나가던 시절에는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고 마케팅만 강화했으며, 경쟁업체의 추격을 얕잡아봤다. 그 결과가 AMD의 상승과 인텔의 기술적 우위 상실이다. 엔비디아가 죽었다고 말한 무어의 법칙 역시 가만히 있으면 어떤 경쟁업체에서든 부활할 것이다. 

또한 그토록 외면하는 가격 거품 역시 암호화폐 채굴 수요 하락과 맞물려 수요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에 가서 매출악화 때문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낮추게 되면 그 얼마나 구차한 모습일까? 차라리 지금 가격 거품을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성실한 모습으로 신뢰를 쌓는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출처=엔비디아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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