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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인텔, 미래를 향한 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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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예전에도 AMD와의 경쟁 과정에서 몇 차례 실적이나 전망에 기복이 있긴 했지만 시장 위치 자체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인텔이 과연 1위 업체로서 계속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6월 1일, 지급되는 분기별 투자자 배당금을 주당 12.5센트(162원)로 줄일 예정이다. 현재 분기 배당금인 주당 36.5센트에서 65% 줄어든 수준이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데 원인은 실적 부진이다. 통상 미국의 글로벌 기업 가운데 역사가 오래되고 이익규모가 큰 기업이 배당에 매우 적극적이며, 가급적 주주배당을 늘리면 늘였지 줄이지 않는다. 인텔의 내부 사정이 매우 심각한 국면에 돌입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텔측은 이번 분기 배당 삭감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최선의 포지셔닝을 하기 위한 것이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기간 인텔의 변신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투자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배당금을 다시 늘릴 계획이라는 해명도 붙었다. 성난 주주에 대해 이 정도라도 말하지 않으면 인텔 주식에 대한 대량투매, 혹은 경영 실책에 대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8월에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둔화한 게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재고 조정을 맞아 지금이 바닥이라 생각하고, 반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른 실적 악화가 뒤늦게 온 것이라 담담하게 볼 수도 있지만, 배당을 줄일 정도로 바닥을 크게 친다는 건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일단 위기를 느낀 인텔이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정말 최악의 회사는 위기가 왔는데도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사 자본금을 거덜 내면서 배당금을 유지하는 회사다. 이런 회사는 주주반발은 없겠지만 미래가 너무 어둡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단기, 배당 수익만 지키기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건 더욱 암울한 경영이다.

그 때문일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의외로 이런 방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월 23일(현지시간),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측 연구원은 당장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진 않고, 기존 파운드리 강자인 삼성전자나 TSMC와 맞서 엄청난 투자를 해야하는 데다가 인텔의 주력인  PC(가정용 컴퓨터) 수요 역시 당분간 반등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와 있다. 

인텔은 겔싱어 CEO의 기본급 25%를 깎았고, 임원 15%, 선임 간부 10%, 중간 간부 5%씩 삭감했다. 2022년 말에는 직원 수천 명을 감원했고, 판매 비용과 운영비 등에서 30억 달러를 절감하는 등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이 단순히 배당만 삭감한 게 아니라 내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을 하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인텔의 입지가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 곧바로 인텔 실적이 개선될 거란 예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인텔이 미래를 향한 현재의 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근본 경쟁력을 향상하겠다는 의지는 좋다. 그렇지만 그 투자가 과연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투입될 것인지는 좀 의심스럽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ARC GPU는 당분간 판매 수익보다는 연구 개발비용만 잔뜩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CPU 쪽에서는 추격자인 AMD를 떼어놓지 못했는데 기업 시장마저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인텔은 최신 IT시장의 트렌드에 적극적인 대응도 못하고 있다. 2월 22일,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치였던 0.81달러를 상회하는 0.88달러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조금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보다 놓았다. 챗GPT, 빙AI 같은 생성형 AI 덕분인데 이들 AI 챗봇에 주로 이용되는 반도체가 GPU이기 때문이다. AI 칩 매출이 포함되는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다. 

애플조차 M칩에 인공지능 처리 엔진을 따로 내장하는 등 적극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텔은 아직 인공지능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가속 엔진을 만들거나 탑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텔의 투자는 그냥 만들던 CPU를 그대로 발전시키고, 더 좋은 공정을 통해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에 머무른다. 혁신기술에 가장 잘 대응하는 칩이 인텔이라는 이미지를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다. 

IT 시장을 선도했던 인텔이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따라가기도 벅차 보인다. 위기를 느끼고, 미래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하지만 인텔은 우선 스스로의 사업전략이 충분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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