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 유저에게 많은 추억을 남긴 IP(지식재산권)이다. 주인공 해리 포터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는 폭넓은 유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IP를 사용한 게임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넷마블의 자회사 잼시티가 출시한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테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에는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삼은 신작이 출시됐다. 워너브라더스게임즈가 선보인 ‘호그와트 레거시’다. 이 게임은 출시 2주 만에 1,200만 장(2023년 2월 27일 기준)이란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팬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게임의 장점은 원작 세계관을 반영한 충실한 스토리, 아름다운 그래픽, 완성도 높은 전투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그래픽을 끊김 없이 구동하기 위한 고사양 PC 세팅 혹은 최신 콘솔 게임기다. 이번 리뷰는 ‘호그와트 레거시’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 해리 포터와 헤르미온느가 없어도 느껴지는 ‘해리포터’ 감성

‘호그와트 레거시’는 원작 세계관에서 100년 전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개발됐다. 프리퀄에 해당하는 세계관 속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했다. 다른 IP게임이 원작 주인공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과 대비되는 특징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는 해리 포터나 헤르미온느가 등장하지 않고,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게임을 즐겨보면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많은 장치가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시각적 완성도와 속도감으로 감탄사를 이끌어낸 고블린 은행(그린고츠), 기숙사 선정, 마법 지팡이 상점 등 원작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적절히 오마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단순한 IP 활용을 넘어 해리 포터에서 그려진 마법사 사회와 세상에 일원이 됐다는 느낌을 충실히 느낄 수 있다.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와 세세한 표현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한 복식만으로도 이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담겼다. 예를 들어 게르볼드 올리밴더는 명성 높은 지팡이 제작자임에도 낡고 오래된 복식을 입고 있다. 지팡이를 만들고, 어떻게 쓰이는지 외에는 무관심한 성격을 보여주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게임을 진행하며 만나는 교수, 학생, 마을 주민도 복식과 재질에서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전반적인 디자인에 신경 쓴 느낌을 받았다.
 

■ PS5로 즐기는 최고의 몰입감

게임을 진행하며 감탄한 부분 역시 복장에 대한 묘사였다. 대화가 오가는 화면에서 가죽, 털, 직물 등 다양한 소재의 느낌을 살린 복식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렸다. 최근 출시된 대작 중에서도 정점에 달한 표현력은 꼭 칭찬해주고 싶은 장점이다.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완성한 디테일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자연스러운 광원효과, 대사에 딱 떨어지는 입모양, 대화와 핵심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배경 흐림(아웃포커스) 활용 등 표현과 연출 측면에서 공들인 티가 난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이 완성도 높게 결합하여 원작 영화 못지않은 현실적인 호그와트 세상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약 25년에 걸쳐 ‘해리포터’에 애정을 쏟아온 유저들이 이 게임을 최고의 IP 활용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의 하나는 듀얼센스다. PS5 용 컨트롤러인 듀얼센스는 여러 종류의 진동을 지원하는 햅틱 피드백, 내장 스피커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이른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생한 손맛과 입체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레벨리오 마법이나 평타를 쓸때는 물론, 맵에 있는 지구본을 돌릴 때도 잔잔한 진동이 느껴진다. 

마법을 쓸 때 효과음이 패드에서 재생돼 놀라운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 스테레오 모드나 다채널 스피커와 다른 PS5 만의 독자적인 경험이란 점에서 신선했다. 게임을 할 때 헤드폰을 사용하는 유저라도, PS5로 ‘호그와트 레거시’를 즐길 때만큼은 스피커를 사용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 호그와트와 액션, 뜻밖에 찰떡궁합

‘호그와트 레거시’는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먼저, 광대한 맵과 자유도 높은 플레이를 추구하는 오픈월드가 첫 번째다. 이 게임은 메인과 서브로 나뉜 퀘스트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브 퀘스트로 레벨과 마법을 익히고, 메인 퀘스트와 진행에 활용하는 식이다. 무작정 최고 보스에게 도전하는 극단적인 오픈월드 게임의 경험(UX)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로도 보인다. 

두 번째 장르적 키워드는 액션이다. 대부분의 오픈월드 게임이 재미없는 전투로 지탄받는 것을 의식한 듯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들였다. 여기에 ‘해리포터’에서 사용된 많은 마법 주문과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실성과 재미를 높였다. 

예를 들어 레비오소, 아씨오, 일반 공격을 섞어 자연스럽게 콤보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마법을 그룹으로 나누어 적의 방어력을 무력화하는 상성 시스템을 구현했다. 노란색 보호막은 제어 마법으로, 보라색 보호막은 위력으로, 빨간색은 피해 마법으로 대처하는 식이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주문을 익힐수록 전투가 편해지며, 이는 서브 퀘스트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새로운 주문으로 콤보를 고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그와트 레거시’가 다른 오픈월드 게임보다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는 것은 이런 액션의 재미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마지막 키워드는 어드벤처와 RPG다. 게임 속 주인공은 장비와 레벨, 마법 등을 익혀 성장하게 된다. 육성 단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주문과 장비가 달라지고, 탐험할 수 있는 지역까지 넓어진다. 탐험으로 얻은 수집요소에 따라 꾸미기 아이템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도전과 보상이 핵심인 어드벤처와 RPG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 ‘해리포터’ 팬에게는 축복 같은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 시리즈 팬에게는 축복 같은 게임이다. IP를 활용한 첫 번째 오픈월드 게임으로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과 재미를 선물했다.

사실 ‘호그와트 레거시’가 출시되기 전에는 게임화가 어려운 설정과 인지도가 낮은 아발란체스튜디오가 개발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다. 하지만 높은 완성도와 재미는 후속작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작품이란 점에서 성공적인 타이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면 ‘해리포터’를 모르는 유저에게는 어떨까. 필자의 경우 앞서 이야기한 대로 파편적인 정보를 가진 보통의 유저로 게임을 접했음에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고, 듀얼센스 특유의 손맛과 현장감 표현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직 ‘호그와트 레거시’ 플레이를 망설이는 유저라면 되도록 PS5 버전으로 꼭 플레이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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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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