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를 확립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올드 게이머에게 있어 IP 부활 1순위라 할 정도로 두터운 고정팬을 자랑한다. 아버지가 되어 딸을 키운다는 설정은 특유의 부성애를 자극했고, 육성 방식에 따라 다양한 직업이 결정되는 멀티 엔딩을 차용해 반복 플레이의 재미도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난투형 액션 게임 '아수라장'을 개발 중인 디자드에서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을 만든다는 소식을 알렸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 5편 이후 무려 17년 만에 IP의 부활을 알린 것이다.
아카이 타카미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개발자로서, 시리즈의 전 작품을 함께한 인물이다. 4편을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최근 방한한 아카이 타카미를 통해 근황과 더불어 요나고 가이낙스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그의 인생 2막에 대해 들어봤다.
Q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2014년 오랫동안 몸담았던 주식회사 가이낙스를 떠나 주식회사 요나고 가이낙스를 설립했다. 도쿄를 떠나 고향인 돗토리현 요나고시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애니메이션, 이벤트, 게임 등의 일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목표는 인구가 적은 지방 도시에서 예전 가이낙스와 같은 영향력 있는 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겨우 시작점이 보이기 시작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60대이니 건강에 유의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
Q :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게임 개발자, 특촬물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과 경험을 쌓았는데, 어떤 분야에 가장 애착이 가는가? 또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모든 분야에 애착이 있다. 흥미가 생긴 것은 해보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됐다.
Q : 새롭게 설립한 요나고 가이낙스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요나고 가이낙스는 10명 정도의 작은 회사지만, 욕심이 많은 내 성격을 반영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이벤트 운영, 게임 사업 등인데 모두 도쿄 시절 가이낙스의 일보다는 규모가 작다. 이를 크게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Q : 2018년에는 합자회사 '네기만 관광사'를 설립해 지역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전개하고 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돗토리현은 농업, 수산업 등이 중심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은 덜 발전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 산업은 관광업, 특히 인바운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에 지역 한정형 관광업 제도가 생겼는데, 바로 그 면허를 취득해 '네기만 관광사'를 만들었다. 앞으로 요나고 가이낙스가 만드는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사업을 전개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프린세스 메이커'를 활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Q : 아카이 타카미는 한국에서 '프린세스 메이커'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널리 알린 작품인데,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애니메이션 가이낙스'로 게임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션 팬과 게임 팬의 유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오타쿠'로 통칭하는 두 부류지만, 80년대만 해도 서로 다른 그룹으로 여겼다.
게임 팬들은 잠재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적인 캐릭터와 세계관, 스토리를 게임에 제공하면 히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사장인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의 동의를 얻어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 80년대 말의 일이다.
우리는 게임 제작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간단한 시스템을 갖춘 '전뇌학원'을 만들었다. 퀴즈를 맞히면 여자아이가 옷을 벗는, 아주 품격이 낮은 게임이었다(웃음). 당시 동네 게임센터나 다방에서 유행하던 '탈의 마작' 게임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가이낙스다운 오타쿠적인 요소가 가득한 점이 신선했다.
이후 만화 원작 어드벤처 게임 '사일런트 뫼비우스'를 거쳐 게임 제작과 유통, 미디어 컬래버레이션 노하우가 쌓인 후 본격적인 오리지널 게임으로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들게 됐다. 이른바 3단계의 성장 계획이다. '프린세스 메이커'의 아이디어는 당시 유행하던 RPG에서 캐릭터 성장 요소만 뽑아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획 초기에 아직 제목도 없던 시절에는 '분재 게임'이라고 불렸다.
Q : 원작자로서 '프린세스 메이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세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키우는 캐릭터가 한 명뿐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한 명의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가는 것은 여러 캐릭터를 키우는 것보다 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두 맡았는데, 4번째 작품은 감수만 맡았다. 캐릭터 디자인을 맡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내가 만든 '카렌'을 주인공으로 한 4편을 작업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벽에 부딪혀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인은 내 미숙함 때문이다. 이대로는 4편이 완성되지 않을 것 같아 창작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를 대신해 4편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Q : 육성하는 딸의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특히 고집하거나 중시한 부분이 있다면?
1편은 딸이 어떤 엔딩을 맞이하든 같은 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디자인에 명확한 특징을 부여했다. 헤어스타일, 리본, 점 등이다.
2편은 전작과 반대되는 콘셉트다.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강한 개성이 없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플레이어에 따라 다양하게 바뀔 수 있기에 '하얀 캔버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신 머리카락 표현은 당시 PC 게임에서는 보기 드물게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살렸다.
3편은 1, 2와 겹치지 않는 이미지를 목표로 했다. 눈동자, 올백 헤어스타일과 이마, 옅은 보라색 머리색 등에 포인트를 살렸다.
4편의 경우 채택되지 않은 '카렌'의 특징은 긴 생머리의 흑발이다. 처음부터 머리가 긴 것은 카렌이 유일하고, 검은 머리도 처음이었다.
5편은 병아리의 이미지다. 머리카락의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Q :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그 이유가 있다면?
예전에는 3편이었는데, 지금은 2편이다. '프린세스 메이커'의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고, 작품으로도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1편은 콘셉트 모델, 2편은 정식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사 큐브가 마음에 든 점도 한몫했다.
Q :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중 가장 원하는 엔딩이나 딸의 직업이 있나?
역시 '프린세스'다. 왜냐하면 '프린세스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Q : 국내 게임사인 디자드가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을 개발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2014년에도 국내 게임사가 '프린세스 메이커' IP를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했는데, 어떤 점이 국내 게임사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90년대에 한국에서 최초로 '프린세스 메이커'를 출시한 만트라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이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Q : 디자드의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에서는 감수자로서, IP의 어떤 점을 어필했으면 좋겠는가?
디자드 개발팀은 '프린세스 메이커'의 콘셉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분명 게임이지만, 그 본질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가깝다. 그래서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Q : 한국에는 아직도 '프린세스 메이커'의 팬들이 많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최초의 '프린세스 메이커'가 나온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신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팬들 덕분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곧 한국에서 새로운 '프린세스 메이커'가 탄생할 예정이다. 팬들의 마음에 들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