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원 소스 멀티 유즈'가 활발한 때가 언제였나 싶다. 일본에서는 유사한 의미로 미디어 믹스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한 매체에서 성공한 작품을 다른 매체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게임으로 치면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굿즈나 애니메이션 등 더 크고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작은 게임이었으나 덕심을 활용한 굿즈는 이제 기본으로 깔고 가는 시대다.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이나 음악회, 실사 무대, 지역 이벤트 등으로 점점 더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어 팬의 입장에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국내에서는 '원 소스 멀티 유즈'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팝업 카페나 팝업 스토어를 통한 굿즈 판매가 성황을 이뤘다. 상반기에만 '쿠키런: 킹덤', '승리의 여신: 니케', '에픽세븐', '트릭컬 리바이브', '고양이와 스프' 등 다양한 게임들이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팬이라면 이런 굿즈 하나 정도는 누구나 있잖아요"라고 할 정도로, 기본 장착템인 키링과 스티커부터 티셔츠, 장패드, 쿠션 등 목록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카드와 체스 등 일반 굿즈의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이색 상품들까지 등장해 지갑 사수에 열을 올릴 정도다.

특히, 팝업 행사의 중심에는 팬들이 늘 함께한다. 현장에는 일찍부터 방문한 팬들의 긴 행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게임사는 팬들의 안전을 우선시해 예약제를 도입하거나 다수의 스탭을 배치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는 모습도 잊지 않았다.

팝업 카페 못지않게 국내에서 활성화된 오케스트라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인기 게임이라면 이미 한 차례 이상 진행했을 정도다. 올해도 꾸준히 진행되어서 하는 재미를 떠나 듣는 재미로서, 게임 음악의 비중을 되새기고 팬에게는 게임 속 세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지난 4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등 전국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전국투어 콘서트, SOUND OF LOST ARK'를 진행했다. 전석 매진은 단일 게임 OST 최초의 기록이다. '던전앤파이터', '리니지', '가디언 테일즈', '라그나로크' 등 인기 게임의 통과의례라고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 공연은 국내에서 매년 끊이지 않고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의 미디어 믹스는 국내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크다. 굿즈 판매는 기본이고, 애니메이션, 지역 및 다양한 지자체와 연계한 이벤트나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주체와 게임을 엮는 마케팅은 한 수 배워야 할 정도다. 지역형 이벤트의 경우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좋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문화 행사는 국내 도입이 시급할 정도다.

특히,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으로 성공적인 미디어 신고식을 마쳤다. 2024년 4월 방송을 시작해 6월에 총 12부로 종영되면서, 게임 팬과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블루레이를 통한 2차 판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4월 일본의 동일본 여객철도와 협력해 아키하바라역을 '블루 아카이브'와 일본 서비스사 요스타의 성지로 만들었다. 또한, JR 도카이와 함께 도쿄부터 신오사카를 오가는 신칸센을 타고 즐기는 지역 순회형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서브컬처 왕국, 일본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색다른 이벤트형 무대도 선보였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난 6월 6일부터 9일까지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실사 무대 '니케 더 스테이지'를 개최했다. 앞쪽 3열 이내의 SS석은 무려 15,000엔(약 13만 원), A석도 9천 엔(약 7만 8천 원)으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챕터.00 추락부터 챕터.07 재회까지의 메인 스토리를 실사로 구현한 덕분에 팬들에게는 상당히 뜻깊은 공연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게임의 특징이자 '니케'들의 매력을 살리고자 배우들도 그라비아 모델이나 코스튬 플레이어를 대거 기용하는 등 팬심도 무난히 충족시켜 줬다는 평가다.

이런 다양한 오프라인 문화 행사는 팬과 함께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게임 서비스의 근간으로 불리는 소통은 단순히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게임을 개선한다는 답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사의 게임을 즐기는 팬은 물론이고, 일반인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도 소통의 범주에 속한다.

게임과 팬의 접점은 그동안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제, 오프라인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소통의 시작이다. 나아가 게임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다같이 즐기는 문화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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