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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발더스 게이트 3'을 탄생시킨 라리안 스튜디오의 고뇌와 성공4GAMER, 오쿠타니 카이토 필자
  • 오쿠타니 카이토 기자
  • 승인 2024.06.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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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설립 이후 '디비니티' 시리즈로 RPG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어려움을 겪었던 라리안 스튜디오. 라리안 스튜디오의 이름은 해외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는 폴란드에서 열린 B2B 행사 '디지털 드래곤즈 2024(Digital Dragons 2024)'의 관련 세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 '발더스 게이트 3'으로 도약한 라리안 스튜디오

벨기에 제3의 도시 헨트에 위치한 라리안 스튜디오는 2023년 '발더스 게이트 3'이 주요 게임상을 휩쓸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제는 일류 개발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B2B 행사 디지털 드래곤즈 2024에서 라리안 스튜디오는 바르샤바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캐나다 퀘벡, 아일랜드 더블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영국 길포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은 라리안 스튜디오의 7번째 개발 거점이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1996년 스벤 빈케(Swen Vincke)에 의해 설립됐다. 대학 시절 전략게임의 명작 '엠파이어'와 대히트한 RPG 시리즈 '울티마'. 그리고, '둠'과 같은 게임에 빠져들었고, 음성 인증에 대한 관심으로 게임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다가 대학 졸업 후 개발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디지털 드래곤즈 2024 기조연설에 나선 스벤 빈케는 회사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스타필드'나 '디아블로 4' 등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RPG를 만드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길은 매우 험난했다고 한다.

 

■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들기'를 위해 창업했지만...

(이미지 설명) 디지털 드래곤즈 2024 행사장에서 젊은 개발자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이 끊이지 않는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벤 빈케 CEO는 이제 전설의 반열에 오른 듯하다.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설립한 라리안 스튜디오. 당시 벨기에는 게임 산업도 없었고,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인 게임에 투자할 만한 은행도 없었다. 어렵게 모은 5만 달러로 만든 기술 데모를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 1997년 ionos라는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된 '디 L.E.D 워즈(The L.E.D. Wars)'였다.

'커맨드 앤 컨커'와 유사한 RTS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Work for Hire'(크레딧에도 없는 하청업체)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개발하던 프로젝트 '언리스: 더 트레처리 오브 데스(Unless: The Treachery of Death)'가 인포그램 산하에 있던 아타리의 눈에 띄게 된다.

그러나, 아타리가 PC용 퍼블리싱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또한, 독일의 게임 개발사인 애틱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받는 대신 테이블탑 RPG '더 다크 아이(The Dark Eye)'의 라이선스권을 획득하여 룰을 재구성했다. 하지만, 이미 애틱이 제휴하고 있던 인포그램즈의 경영난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1999년 여름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이후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재구성한 것이 '디비니티(Divinity)'다. 당초 라리안 스튜디오는 '디비니티: 더 소드 오브 라이즈(Divinity: The Sword of Lies)'를 프로젝트명으로 제안했지만, 새로운 퍼블리셔가 된 cdv 소프트웨어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디바인 디비니티(Divine Divinity)'로 개명됐다. 2000년 이내에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2002년 9월까지 연기됐고, 결국 퍼블리셔로부터 고소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이미지 설명) 로열티도 없는 Work for Hire 시대. 'LMK'는 애틱과 공동 개발한 'The Lady, the Mage and the Knight'라는 게임으로, 이후 '디비니티' 시리즈의 기초가 되는 엔진이 만들어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디바인 디비니티'는 '디아블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핵앤슬래시 액션 RPG다. 대화 선택과 평판 시스템 외에도 락픽, 픽 포켓 등의 비전투 스킬을 탑재했다. 캐릭터가 자유롭게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은 이후 시리즈에 계승되는 특징이 됐다.

이 작품은 메타크리틱에서 80점을 넘었고, 2004년에는 속편 '비욘드 디비니티(Beyond Divinity)'가 출시됐지만, 라리안 스튜디오의 추가 수입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스벤 빈케는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개발 멤버가 35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가 경영자인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2006년에 개발을 시작한 것이 '디비니티 2: 에고 드라코니스(Divinity II: Ego Draconis)'다. 개발비는 '디바인 디비니티'의 약 6배인 600만 유로로 불어났지만, '자신들의 최고 걸작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새로운 퍼블리셔인 dtp 엔터테인먼트에 개발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리먼 쇼크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퍼블리셔를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2009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라리안 스튜디오의 타이틀 중 가장 낮은 62점이라는 메타크리틱 점수에 머물러야 했다.

 

■ 5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디비니티 2'의 중도 하차 후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라리안 스튜디오는 사기가 저하된 데다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맞는다. 회사에 쏟아부었던 스벤 빈케의 개인 자산도 바닥을 드러냈다. 어느 날 밤, 주유소에 들렀지만 동전 한 푼, 카드 잔액도 없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아내가 돈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40세였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위해 창업했지만 12년이 지나도 잘되지 않자, "내 머리가 하얗게 변한 것은 이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어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때 게임 행사에서 만난 바이오웨어 임원의 말을 떠올린다. “용돈이 한정된 게이머가 메타크리틱을 보고 80점, 85점, 95점짜리 게임 중 하나를 고른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나?"라는 이야기다.

스벤 빈케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바이오웨어는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고 있던 반면, 라리안 스튜디오는 발도 못 붙이고 있었다. “50년이 지나도 플레이어가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명작을 만들고 싶지만, 그럴 기회는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에 그가 내놓은 답은 빠른 속도로 게임을 출시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 레시피는 1990년대에도, 지금도 RPG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변함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미지 설명) 자신이 무일푼이 된 것을 깨달았다는 주유소. “벽에 부딪혔을 때, 사람은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그는 투자회사에 출자를 요청했고, 2곳의 투자사에 “회사의 절반(1곳당 24.5%)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회사와 IP를 모두 넘기겠다"는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퍼블리셔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판매를 통해 자신들의 게임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투자사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dtp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상이었다. '디비니티 2'의 판권을 다시 가져와 2010년에 버그 수정 업데이트를 하고 DLC를 추가한 '디비니티2: 플레임 오브 벤전스(Divinity II: Flames of Vengeance)'를 출시하며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한다.

이후 두 개의 팀을 만들어 스핀오프 RTS인 '디비니티: 드래곤 커맨더(Divinity: Dragon Commander'와 코옵(Co-op)을 염두에 둔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Divinity: Original Sin)'을 개발하게 된다. 또한, 킥스타터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이 화제가 되면서 유저들로부터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팬층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한다.

그의 큰 베팅은 결국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500만 장 판매와 1억 유로의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그 자금으로 퀘벡, 더블린,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거의 24시간 내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2017년 출시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Divinity: Original Sin II)'를 만들기 위해서다. 강연에서 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출시 한 달 만에 70만 장, 현재까지 1,5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대히트작일 뿐만 아니라 메타크리틱에서도 90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설명) 라리안 스튜디오에게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 스벤 빈케의 말과 행동으로 보는 기업 문화

스벤 빈케의 세션에서는 후반부에 '발더스 게이트 3'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당초 예정된 대사는 4만 6천 라인 정도였던 것이 최종적으로 25만 라인까지 늘어났으며, 시네마틱은 총 174시간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 되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장대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 전 시즌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대화 선택 등에 따라 캐릭터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의 게임 플레이로는 그 일부만 볼 수 있다.

'발더스 게이트 3'의 개발은 5년 이상 걸렸다. 길포드, 쿠알라룸푸르, 바르셀로나에 스튜디오를 두고, 풀가동으로 게임을 만들어낸 결과 주요 게임상을 휩쓸었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크리틱에서 96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라리안 스튜디오를 최고 브랜드의 개발 스튜디오로 만들었다.

(이미지 설명) '발더스 게이트 3'의 기억에 남는 컷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캐릭터를 죽이고 난 후 춤을 추는 아스타리온의 광기가 가장 인상적이다.

디지털 드래곤즈 2024 행사장에서 라리안 스튜디오 Warsaw의 중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라리안 스튜디오는 7개의 스튜디오에서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대형 게임사 중에 24시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글로벌 체제를 갖춘 경우는 많지만, 대부분 '아트팀', '모델링팀' 등의 전문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라리안 스튜디오는 각 지역의 스튜디오에 동일한 스킬셋을 가진 프로그래머와 레벨 디자이너가 상주해 매일 소통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다르게 보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벤 빈케의 강연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개발자들의 정신 건강을 챙기고, 최고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한 경영자의 노력인 것이다. 그래서,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그는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직원을 쉽게 해고하는 퍼블리셔들은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미지 설명) 스벤 빈케 하면 '발더스 게이트 3'의 개발자 비디오 다이어리에 출연한 모습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헌신적으로 커뮤니티를 계속 활성화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에 비해 라리안 스튜디오 Warsaw 설립으로 1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감이 따르고 있다. GDC 2024에서는 “발더스 게이트 3의 확장팩, DLC, 속편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혹시 '발더스 게이트 3'의 성공을 발판 삼아 '디비니티'의 최신작에 도전하지 않을까. 그와 라리안 스튜디오에 더 많은 도전이 계속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들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오쿠타니 카이토 기자  mir@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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