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박형택의 콘텐츠 이야기,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 박형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7.01 16:53
  • 댓글 0

한 문화 평론가의 글을 읽고 나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글에서 문화는 예술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며, 게임은 예술적인 측면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게임의 그래픽은 단순히 기술적인 요소에 불과하고, 스토리 역시 기존 문학의 다양한 요소를 수집하여 편집한 수준으로 문학적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게임은 예술적인 요소가 없으며, 문화로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런 주장은 게임의 예술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가치에 관한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글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평가의 결과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환경에서 아직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정받기 어려운 것과 예술적 요소가 없다는 것은 다르다.

먼저, 문화에 있어서 예술적인 요소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선언적 정의에 동의할 수 없다. 문화는 예술적인 요소를 필수로 하는 개념이 아니다. 문화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요소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입시 문화’. '군대 문화', '유교 문화'와 같이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는 것처럼, 예술적인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지 않더라도 사회 현상 혹은 흐름의 하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문화는 예술을 포함해야 한다는, 예술 영역의 개념으로 접근한 정의는 문화를 너무 단순화한 주장이다. 게임은 게이머와 콘텐츠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제작되는 독특한 매체이다. 또한 이를 전제로 사회, 경제, 정치, 철학까지 다양한 요소를 게임 안에 반영할 수 있다. 게임은 이런 문화적 요소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게이머와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유도한다. 이런 게임의 문화적 성격은 부정할 수 없다.

둘째, 게임의 그래픽을 단순한 기술적 요소로 평가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게임의 그래픽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평가하는 일은 물론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게임 그래픽의 예술적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게임의 그래픽 결과물을 제작하는 일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고도의 시각적 표현과 창의성을 반영하는 창작의 과정이다. 캐릭터의 개성을 반영한 캐릭터 디자인, 배경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를 고려한 화면 연출 등은 예술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인 구현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고민하는 화면의 미장센과 캐릭터의 움직임을 이해한다면, 게임 그래픽이 단순한 기술적 요소라는 평가는 할 수가 없다.

셋째, 게임의 스토리가 문학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주장도 스토리의 중요도가 낮은 게임을 기준으로 평가한 성급한 일반화의 결과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스토리를 가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게임이 게이머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많은 고민을 반영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의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하여 긴장감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메시지를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한 사유, 사회적 문제가 가지는 고민, 철학적 고민을 기반한 질문을 다루기도 한다.

2013년 <Game of the year>를 수상한 ‘라스트 오브 어스’는 스토리를 통해 다수를 위하여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게이머에게 묻는다. ‘더 드래곤, 캔서’ 같은 게임에서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게임 플레이 과정을 통해 게이머가 체험하게 하고, 그를 통해 그 고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2018년에 출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지성체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게이머에게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의를 고민하게 한다. 이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는 게이머에게 일반 문학과는 다른 형태의 강력한 감정 이입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유도한다. 이런 게임의 스토리가 가지는 문학적인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동의 할 수 없다.

물론, 게임이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게임은 이미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가지고 창작되는 종합적인 콘텐츠임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게임이 예술로서의 평가를 명확하게 정립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사진출처: 드라마까지 제작됐던 HBO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홈페이지

 

박형택 칼럼니스트  aceand@gmail.com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택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