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샤이닝 고라니가 개발한 '고수아비'는 극한의 심리전을 요구하는 1대1 카드배틀러 게임이다. 

허수아비를 이용해 병사의 숫자를 속이는 컨셉이 매우 참신하며, 서로 어느 곳에 병사 카드를 많이 배치해 지역 점령을 노릴지에 대한 심리전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직관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두뇌 싸움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겨냥한 게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고수아비'는 지난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BIC 2024'에서 루키 부문 '엑설런스 인 게임 디자인’을 수상하는 등 그 게임성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 '고수아비'만의 독창적인 시스템, '용병'과 '허수아비'.

지난 8월 'BIC 2024'에서 체험해 본 '고수아비'는 서로 차례를 번갈아가며, 4개의 지역 중 원하는 곳에 카드를 배치한다. 각 지역별로 병사 카드를 더 많이 배치한 플레이어가 해당 지역에 걸린 점수를 가져가게 되며, 최종적으로 더 많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된다. 이런 간단한 룰에 변칙을 주어 심리전으로써 활용할만한 '허수아비 카드’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두 플레이어는 각자 10장의 병사 카드와 8장의 허수아비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허수아비 카드는 병사 카드와 달리 지역을 점령하는 데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로 하여금 내 병사 카드가 몇 장인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각 허수아비의 조건을 만족시킬 시 추가적인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고수아비'는 서로가 내는 카드가 뒷면으로 보이기 때문에 게임이 끝나기 전까진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상대가 한 지역에 카드를 여러 장 냈더라도 그 카드가 모두 허수아비 카드일 수도 있으며, 상대에게 내 병사 카드의 수가 많이보이게 하는 블러핑을 할 수도 있다. 이 '허수아비 카드’에 의해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어느 곳에 병사 카드를 많이 냈는지에 대해 심리전이 지속된다.

서로가 낸 카드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다면, 오직 운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고수아비’에선 또 하나의 상징적인 시스템, '용병 고용’을 통해 상대 카드에 대한 힌트나,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능동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정찰병’이다. 정찰병을 고용하면 해당 지역에서 상대의 병사 카드 수가 0, 홀, 짝 셋 중 하나로 표시되어 상대 병사 카드 숫자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선택한 지역들에 걸린 점수를 '1' 높이는 '기우제 제사장' 등 게임에 조건을 변경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 가볍게도, 깊게도 즐길 수 있는 게임 디자인.

'고수아비'의 기본적인 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카드 게임에 익숙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겐 ‘허수아비 카드' 와 '용병 고용’ 시스템이 꽤나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해 ‘고수아비’엔 친절하면서도 유쾌한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다.

'고수아비’를 처음 플레이하면 바로 튜토리얼을 시작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눈을 뜬 장소에는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 주는 해골 캐릭터와 뒤에서 당근 죽을 끓이고 있는 고라니가 플레이어를 맞이해준다. 플레이어는 해골 캐릭터와 게임을 플레이하며 규칙을 쉽게 익히고, 게임에서 진 쪽은 고라니에게 잡아먹히게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특유의 직관적인 규칙 덕분에 짧은 튜토리얼만 경험하더라도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플레이 방식에 대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튜토리얼을 종료하면 '상점'에서 무료 10회 뽑기권을 얻어 새로운 종류의 카드와 용병을 얻고, 바로 '등급전’을 즐길 수 있다. '등급전’에선 다른 플레이어들과 온라인으로 매칭되어 실시간 대전을 펼칠 수 있다.

등급전을 몇 판 플레이하면서 느낀 소감으론 여러가지 요소가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이 끝났을 때’ 효과를 발동해 추가 점수를 얻는 '허수아비 카드'들과 ‘게임 도중’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용병'들의 시너지와 카운터 전략 등이 서로 잘 맞물리는 기묘한 체험도 하게 되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지역 점수가 처음과 다른 상태면 점수를 얻는 '풍수아비', 그리고 고용하면 원하는 지역들의 점수를 1 높일 수 있는 '기우제 제사장'의 시너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 한국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그래픽

게임의 플레이 방식 못지않게 그래픽 또한 매우 독특했다. 양피지 질감의 배경 위, 거친 흑색 선들이 앤티크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게임의 메뉴와 버튼들마저 시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구로 활용된 느낌이다. 몇몇 카드와 용병들의 디자인은 한복과 비녀, 갓을 활용하는 등 매우 한국적이었으며 귀여운 캐릭터와 어둡고 음침한 디자인들이 공존하는 상당히 독창적인 분위기와 그래픽이다.

치열한 심리전과 두뇌 싸움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고수아비’를 플레이해보는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40여 종류의 카드와 30여 종류의 용병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다양한 덱과 전략을 세우다 보면, 당신도 어느새 ‘고수아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고수아비’는 2025년 3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며, 현재 스팀 및 구글 플레이에서 사전 등록을 진행할 수 있다.
 

김태만 기자  ktman21c@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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