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의 잔영 타이틀 화면

2001년, 한국에 온라인게임이 태동하던 그 시절 등장한 아바타 채팅 ‘4Leaf(이하 포립)’은 꽤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단순한 문자의 교환이었던 채팅에 캐릭터를 도입하고, 꾸미기 요소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설정과 외형만 있던 캐릭터에 스토리와 시스템이 더해졌고, 지금도 회자되는 게임 ‘주사위의 잔영’과 ‘테일즈위버’가 탄생했다.

이런 ‘주사위의 잔영’을 18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게임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넥스트플로어가 18일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이하 주잔)’의 서비스를 시작한 덕분이다.

▲주사위의 잔영은 넥스트플로어가 확보한 추억의 IP가 한가득인 종합선물세트다

IP 기반 게임이 한번은 거쳐야 하는 전통성 검증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과거 ‘포립’과 원작 ‘주사위의 잔영’을 개발했던 스튜디오포립이 개발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인지 모바일판 ‘주잔’은 원작 IP의 주요 특징은 물론, 넥스트플로어가 품은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IP까지 더해져 진정한 캐릭터 게임으로서 진화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포립’을 대표하는 ‘보리스’ ‘루시안’, ‘창세기전3’의 ‘알바티니’ ‘ 버몬트’ 등 게이머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을 인물 들이다. 이를 수집하고 가벼운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이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다.

‘주잔’은 보드RPG란 장르답게, 주사위를 사용한 보드게임과 RPG의 육성요소가 더해진 게임으로 재해석됐다. 캐릭터(세계지기)를 모아 육성하고, 파티를 꾸려 다른 유저와 겨루는 식이다.

▲보드게임은 보장된 재미를 제공하는 장르다

먼저 보드게임의 특징을 살펴보자. ‘주사위의 잔영’은 이름처럼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로 전투와 이동을 하는 보드게임의 규칙(룰)을 기반으로 한다. 정해진 맵에서 장애물을 피하고, 몬스터와 전투하며 맵의 끝 ‘골’까지 이동하는 것이 목표다. 이때 캐릭터의 스킬과 어빌리티를 사용한 전략과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 강화는 여분의 캐릭터를 투입하는 방식이며, 많은 캐릭터를 넣을 수록 확율이 오른다

RPG의 특징은 캐릭터 육성 시스템으로 대변된다. 빼어난 캐릭터 성으로 유명한 ‘포립’의 전통성 주장하는 듯, ‘주사위의 잔영’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득하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성장-강화하고,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강화해 파티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은 RPG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제목에도 사용된 주사위는 ‘주잔’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캐릭터의 희귀도는 물론, 유저가 컨트롤하는 모든 요소에 주사위가 사용된다. 원작 ‘주사위의 잔영’은 그야말로 ‘운칠기삼’으로 승부가 결정됐는데, 모바일판 ‘주잔’은 다르다. 육성요소와 전략요소가 더해진 덕에 ‘운삼기칠’ 정도의 비중으로 승부가 갈린다.

▲주사위 컨트롤로 원하는 숫자가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 물론 100%는 아니다

먼저 각 캐릭터마다 정해진 어빌리티와 아이템카드로 불확실한 승부에 개입할 수 있다. 운이 나쁘면 지고, 운이 좋으면 이기던 원작보다 게임으로서 세련된 콘텐츠를 보여준다. 특히, 조합을 고민하고 상승효과(시너지)를 낼 조합을 찾는 ‘실력’은 원작보다 중요해졌다.

단, 게임 초기인 만큼 전략이 풍부하지 않고, 필승에 가까운 조합이 강제되는 것은 빨리 수정돼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캐릭터 어빌리티 ‘여신의 신발’의 효율이 매우 뛰어나 전략의 폭을 좁히는 문제가 있다.

▲여신의 신발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여신의 신발’은 두 턴 동안 굴릴 수 있는 주사위를 2개 늘리는 기술이다. 총 3개의 주사위를 굴릴 수 있는 셈인데, ‘여신의 신발’이 없으면 굴릴 수 있는 주사위는 하나다. 당연히 ‘여신의 신발’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유리하다. 게임의 승리조건이 맵의 끝까지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이 단순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모노폴리’ 시리즈처럼 맵을 순환구조로 만들고 ‘투기장’처럼 전투 데미지의 총합을 겨루거나, 몬스터 혹은 다른 유저와 전투해 승리한 횟수, 정해진 시간 동안 맵을 돈 횟수 등을 겨루는 편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 모드는 '포립'부터 이어진 이야기의 새로운 면모를 즐길 수 있다

혼자 즐기는 ‘시나리오 모드’는 복잡한 계산을 떠나 가볍게 즐기기 충분하다. 탄탄하게 정립된 세계관에 ‘암흑물질’을 가미해 스핀오프로서 갖춰야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단, ‘주잔’은 보드게임처럼 여러 명이 즐기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 됐기에 친구와 함께(혹은 멀티플레이)의 즐거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짬짬이 플레이해본 ‘주사위의 잔영’은 추억을 공유하는 유저들이 함께 플레이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특히, 같은 시대를 공유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