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6~11세 아이들에게 태블릿 PC를 던져주고 교육용 앱을 실행시켜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개발자는 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에누마 김형진님이 4월 26일 넥슨 판교 사옥에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서 영유아 교육용 모바일 앱 ‘킷킷스쿨’(Kitkit school)의 아프리카 탄자니아 현지 테스트 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킷킷스쿨’은 에누마가 개발한 영유아 교육용 태블릿PC 앱이다. 6~11세 아이들이 미니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뭔가를 배울 수 있다. 개발사인 에누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신생 기업이다. 게임에 사용되는 기법을 이용해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모바일 앱을 만드는 업체다. 에누마는 ‘엑스프라이즈’라는 민간단체가 진행 중인 교육 관련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학교도 없고 선생님도 없는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김형진님은 에누마 대표의 제안을 받고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그리고 ‘킷킷스쿨’의 아프리카 탄자니아 현지 테스트에 파견된다. 현장에서는 인터넷을 할 수가 없기에, 앱에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김형진 님은 아이들이 이 앱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몇 가지 문제가 보였다. 일단, 아이들이 태블릿PC 화면을 보기만 하고 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15분 동안 화면만 보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탄자니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집안 물건을 건들지 말라고 엄격하게 교육을 받은 탓이다. 체벌이 심한 탓도 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물건을 신기하게 보지만, 동시에 무서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앱 내에 화면을 터치해도 된다는 내용의 영상을 삽입했다.

예상외의 문제도 있었다. 오른손잡이 아이들은 대부분 화면의 오른쪽부터 터치했다. 책이나 다른 미디어를 본 아이들은 그래도 왼쪽 위부터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오른쪽 윗부분 부터 만졌다. 그런데 오른쪽 윗부분에는 설정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암호를 묻는다. 아이들은 거기서 더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설정 버튼은 아예 없앴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도 문제였다. 일단 주변이 너무 시끄러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미니 게임 중에서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모든 영상에는 자막을 넣었고, 소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방식의 미니 게임은 만들지 않았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손이 지저분한 경우, 태블릿 PC를 밟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손이 지저분하면 손을 씻고 즐겨달라, 장비를 밟지 말라는 영상을 삽입했다.

‘사자’가 어떤 동물인지를 아예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라고 해서 모든 동물을 직접 보는 것은 아니다. 처한 환경에 따라서 외부와의 접촉, 미디어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가 어떤 동물인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 그림을 추가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김형진 님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수정했다. 그는 “아이들마다 다른 어려움이 있다. 어떤 아이는 색 구분을 잘 못 하고, 어떤 아이는 색맹이고, 어떤 아이는 귀가 잘 안 들린다. 이런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모두 같은 개념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해결책을 가는 길은 여러 개가 있어야 한다. 한 길로만 만들면 누군가에게는 풀기가 매우 힘든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성적이 대체로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과목은 수학이었다.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심부름을 잘하게 된 것. 예전에는 부모가 뭔가를 사 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다른 것을 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형진님은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작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상호작용, 무언가를 알아내는 즐거움, 알아낸 것을 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받는 성취감, 같이 좋아해 주는 친구들 등이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경험 들이다”며 “이 좋은 것들을 가지고 학교나 선생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지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호작용을 주니까 정말 좋아하더라. 우리는 ‘킷킷스쿨’을 통해서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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