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2’에 적용된 악기 연주 시스템의 기획 의도는 캐주얼 게이머들이 할 만한 콘텐츠를 추가하자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의 기획 과정과 개발 과정, 그리고 업데이트된 후에는 어떻게 분석했는지, 기획 담당자의 경험담을 통해 알아보자.

넥슨 이나은님이 4월 26일 넥슨 판교 사옥에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서 MMORPG ‘메이플스토리2’에 적용된 악기 연주 시스템 기획 과정과 실제로 업데이트된 사례를 발표했다.

이나은님이 ’메이플스토리2’에서 연주 시스템을 제안한 동기는 간단했다. 캐주얼 게이머들이 모였을 때 ‘뭔가 할 거리’를 주자는 것이었다. 마을에서 지나가다가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났을 때 유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인사나 잡담 정도다. 처음 본 사람에게 ‘같이 던전에 가자’, ‘같이 레이드 가자’고 제안하긴 힘들다. 

이럴 때 다른 유저와 같이 할 거리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나은님은 ‘악기 연주’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리고 다른 개발자들에게는 이 시스템이 어떤 모습이 될 지 다른 게임에 적용된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프로그래머와 함께 간단한 프로토타입도 만들었다.

그러다가 악기 시스템이 업데이트 내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기획안을 작성했다. 핵심 개발 목표는 캐주얼 유저,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는 유저들의 즐길 거리를 늘려주는 것이었다. 이용률은 약 5% 정도로 예상했다. 추가 목표로 꾸준히 했을 때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 향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다. 게임내에서의 위치는 의상 시스템과 비슷하다. 유저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콘텐츠에 해당한다.

악기 시스템의 세부 기획안으로는 크게 2가지가 나왔다. 악기를 연주하는 시스템과 작곡 시스템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시스템부터 고안했다. 크게 나누면 유저가 악보를 보고 조작을 해서 연주하는 방식이 있고, 악보만 있으면 알아서 재생되게 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연주를 배우는 재미가 있고 파고들 요소가 있지만 어렵다. 반면 후자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연주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재생 시스템에 가깝다. 결국, 두 방법 모두 게임에 구현하기로했다.

다음은 작곡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작곡’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저들에게 오선지를 던져주고 작곡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유저가 몇 명이나 있을까? 작곡 난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서 작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런데 개발 시간은 부족했다. 2달이 주어졌는데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실제로 개발할 수 있는 기간은 한 달뿐이었다. 그래서 필수 기능이 아닌 내용은 다음 업데이트에 구현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유저가 건반으로 작곡하는 시스템은 아예 제외됐다. 피아노 롤을 보면서 작곡하는 시스템은 나중에 추가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그렇게 해서 악기 연주 시스템이 게임에 추가됐다.

실제로 업데이트가 된 후에는 결과 확인과 분석에 들어갔다. ‘메이플스토리2’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의 동향을 살폈고, 게임 내에서는 악기 판매량, 악보 이용량, 연주 시간 등을 분석했다. 업데이트 후 3개월간 이용률은 5~7%가 나왔다. 목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작곡 시스템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유저들은 계속 작곡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주를 이용하는 유저 중에서 작곡하는 유저의 비율은 낮았다.

업데이트 후 동향을 분석하는 것도 한계는 있었다. 일단, ‘메이플스토리2’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유저의 비율을 측정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유저가 혼자 연주를 하는 것인지, 다른 유저와 함께 연주는 하는지는 분석할 수가 없었다.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할 때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나은 님은 “업데이트를 돌아보면, 캐주얼 유저들에게 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핵심 목표는 달성했다. 개발비용 대비 성과도 좋았다. 아쉬운 점은 작곡을 쉽게, 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며 “다른 팀이 기획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면, 이 발표를 통해 그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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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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