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게임 리뷰
[리뷰] 추억팔이엔 대성공, 하지만 게임으론 아쉽다! '드래곤볼 Z : 카카로트'

대략 현재 나이로 30대 중후반 혹은 40대 초중반쯤 되는 사람(주로 남자)들 중에 '드래곤볼'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절의 국내 만화 시장은 기-승-전 드래곤볼로 끝나는 시대였고 이후로도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피규어, 프라모델 등등 끊임없이 관련 콘텐츠가 등장, 소비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드래곤볼은 단순히 유명 IP(지적재산권)가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과 낭만, 우정, 사랑(?) 등이 집약되어 있는 결정체다. 

손오공외 기타 등등과의 재회는 눈물난다

그런 IP의 힘이라면 게임 시장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예상되겠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출시 초기에만 반짝 했을 뿐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크고 공통적인 것은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풀HD를 지원하기 시작한 PS3 이전 세대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전투 연출을 플레이어블로 근접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하드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PS3 황혼기에 출시된 '드래곤볼 제노버스' 시리즈와 2018년 전 기종으로 출시된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플레이어블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켰고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배경 덕분에 '드래곤볼 Z : 카카로트'는 출시 전 공개된 콘셉트, 플레이 영상, 그래픽 등의 정보가 꾸준히 공개되고 "우리는 모두가 손오공이다"라는 캐치 프라이즈 광고 영상까지 곁들여지며 기대치를 최고로 올려두었다.

‘라떼’는 이러고 놀았다~

 

■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 스토리는 원작 판박이인 게임

게임 이름이 '드래곤볼 카카로트'가 아닌 '드래곤볼 Z 카카로트'인 이유는 단순하면서 명쾌하다.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애니메이션의 네이밍 때문이다. 손오공이 피콜로와 천하제일 무도회에서 자웅을 겨룬 이후의 스토리는 애니메이션에서 '드래곤볼 Z'로 방영됐다. 

이후 애니메이션은 '드래곤볼 GT'에서 '드래곤볼 슈퍼'로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게임에서는 '드래곤볼 Z'의 스토리만 다룬다는 것을 게임 이름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다. 부제인 카카로트는 드래곤볼 Z에서 손오공의 정체가 꼬리 달린 전투 외계 종족 사이어인이었고, 원래 이름이 카카로트인 것이 처음 드러났기 때문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활용한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이하 카카로트)의 메인 스토리는 원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주요 장면들의 배경, 캐릭터 표정, 연출, 사운드, 영상까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감동을 동영상이 아닌 플레이어블로 경험할 수 있다. 

함께 성장하고 추억을 간직한 드래곤볼의 팬들에게는 플레이를 할 때만큼은 어린 시절에 접한 만화책,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그때의 기억이 소환될 정도다. 원작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거나 접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80~90년대의 전설적인 명작을 현 세대의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고화질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 RPG니까 컨트롤 걱정은 NO! 

극히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액션 아니면 대전 게임이 주력 장르였던 드래곤볼의 특성상 컨트롤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2018년 출시된 드래곤볼 파파이터즈만 하더라도 비교적 컨트롤이 쉬운 대전게임 콘셉트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고이고 고인 고수들의 격전지로 변모해 버렸다. 

싸우다 물약도 먹고, 액션 RPG라 생각하면 편하다

하지만 카카로트는 안심해도 좋다. RPG임을 내세워서 그런지 전투 시스템을 비교적 심플하게 구성했다. 공격은 격투, 기탄, 필살기(4개)로만 구성되어 있고 상대의 공격에 맞춰 방어, 회피기동, 부스트 접근 등으로 전투를 풀어가는 형태다. 

강-약-약-중-강 같은 복잡한 조합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잡기와 던지기 같은 선택지도 없다. 적들과의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거나 눈 감고 컨트롤 하지 않는 이상 방어, 공격, 회복(물약, 음식 섭취)만 적절히 해줘도 진행하는데 무리는 없다. 

대충 버튼만 연타하면 알아서 된다


■ 눈은 즐겁고 손은 편하지만 획일화된 전투 패턴

심플한 조작감 대비 전투의 박진감은 의외로 만족할 만하다. 나루토 시리즈로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온 개발사답게 간단한 조작 만으로 원작 느낌의 전투를 구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특히 각 캐릭터마다 레벨업 및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데, 특정 조건에 의해 발동하는 고유의 연출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이머가 직접 할 수 있는 연출

즉 카카로트는 게이머가 직접 기억하고 있는 원작 전투를 기반으로 각종 스킬을 세팅 및 사용하고, 마지막을 알고 있는 그 필살기로 마무리 한다던지 등의 전투의 재미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는 굉장한 장점인 동시에 RPG라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단점이 된다. 베지터, 프리저, 셀, 마인 부우까지 최종 보스전은 총 4개인데, 사이 사이에 있는 주옥 같은 전투들을 모두 거치도록 한 배려(?)를 생각해보면 전투 패턴이 정형화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1~2분 이내에 끝나지 않다 보니 피곤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있는 고유 스킬을 획득하기 위한 전투까지 생각해 보면 전투 횟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원작을 통해 기억하고 있는 피니쉬 공격 연출은 게이머가 개입할 여지가 없이 인 게임 컷신으로 대체해 버렸으니 굳이 힘들게 조작해가며 전투해야 할 당위성도 떨어진다.

이런 장면은 그냥 컷신이다

 

■ 스토리에 사로잡힌 RPG가 되어버렸다

캐치 프라이즈 광고도 그렇고 부제를 보더라도 카카로트, 즉 손오공이 되어 원작을 체험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은 오공의 체험보다는 다른 캐릭터(오반, 베지터, 피콜로 등)을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 

손오공을 중심으로 사이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아닌 그냥 원작 스토리에 따라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게임 완성도와는 관계 없지만 손오공의 중심으로 플레이 하는 것으로 알고 구매한 게이머들에게는 불만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초반부에는 오공을 조종하는 일이 많지 않다

캐릭터들의 성장도 게이머가 주도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닌 스토리에 묶여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손오공의 '초 에네르기파' 같은 기술은 베지터 편을 클리어 해야만 배울 수 있다는 식이다. 

일반적인 RPG에서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단순 몬스터 사냥이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 레벨을 끌어올려도 익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스토리를 클리어를 하는 편이 경험치나 보상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굳이 그런 노가다를 할 필요성 조차도 배제돼 있다. RPG라기 보다는 RPG가 가미된 오픈월드 게임에 더 가깝다. 

익힐 스킬은 굉장히 많은데 조건은 답답하다

 

■ JRPG의 오픈월드 흉내내기는 성공? 실패?

카카로트는 'GTA'나 '레드 데드 리뎀션'과 같은 완전한 오픈월드는 아니고 존과 존을 옮겨 다니는 형태지만, 하나의 존 자체가 크기 때문에 오픈월드 게임과 같은 경험이 가능하다. 원작에서 등장한 주요 지역들도 스토리의 구현 만큼이나 싱크로율이 좋아 근두운 혹은 무공술로 날아다니며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존 형태이지만 각 지역은 오픈월드 못지 않게 크다

하지만 핵심이라 할만한 서브 콘텐츠의 규모나 퀄리티는 압도적으로 떨어진다. 서브 퀘스트는 단순 물건 찾기나 몬스터 처치가 대부분인데다, 그 수도 너무 적고 메인 스토리와의 연계성도 없다. 커뮤니티 보드라는 캐릭터 성장과 강화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반 강제로 하게 될 뿐이다. 

자동차 경주, 낚시 등의 미니 게임들이 흥미롭긴 하지만 카카로트만의 강점이 되기엔 부족하다. 맵 전역에 등장하는 구슬 모으기 및 숨겨진 아이템 찾기 자체는 괜찮은데 정작 비행 조작 방법이 직관적이지 않다 보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오픈월드 RPG를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서브 퀘스트의 재미는 경험치와 보상!

 

■ IP와 스토리를 빼면 완성도는 아쉽다

반다이남코의 작년 행보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대부분이 유명 IP를 기반으로 출시된 타이틀 이었는데 2019년 3월 출시된 '원피스 월드시커'는 팬심이 아니면 못할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원피스 월드시커와 비슷한 형태의 카카로트의 출시를 앞두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카로트는 월드시커 급은 아니다. IP를 걷어내면 그저 그런 반 오픈월드 액션 RPG 정도지만 과거의 IP와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이렇게까지 싱크로율이 높은 게임도 드물다고 본다.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감으로써 추억은 잡았지만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은 살리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 

원작 연출 완성도의 반만 게임성이 받쳐주었어도 좋았을 것을!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상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