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인 혹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신작 게임이 출시되면, 유명 게임 방송인들과 광고 방송(이른바 ‘숙제’)을 진행하기도 하고, 유명하지 않았던 게임이 게임 방송으로 인해 유명해지는 일도 종종 나온다. 팀 기반 게임은 게임 방송인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대회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이 다른 산업에서도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크리에이터 산업은 점점 각종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거나 보조하는 서비스나 솔루션도 등장한다. 그 중에서 ‘빰!’은 나름 특이한 포지션을 잡았다. 바로 크리에이터를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고, 그 판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시켜서 일종의 ‘콘텐츠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말이 다소 거창한데, 본질은 ‘재미’를 원동력으로 크리에이터의 커뮤니티가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을 설계한 ‘주식회사 만든다’의 박상현 대표는 과거에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소울’ 개발자로 근무했었다. 그는 엔씨소프트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중에 ‘게이미피케이션’의 잠재력에 눈을 뜨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회사의 첫 번째 서비스로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플랫폼을 선택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하기에 여러 모로 적절한 영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이 어떤 것인지 직접 들어보자.

Q. 엔씨소프트에서 담당하셨던 업무를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현 대표: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의 전투 기획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전투 팀장을 거쳐 리드 시스템 기획자로 근무하면서 게임의 시스템 기획 전반을 책임졌습니다. 또한, 텐센트가 퍼블리싱한 ‘블소’의 중국 버전 ‘검령’의 현지 개발을 총괄하는 중국 라이브 리더를 겸임했습니다. 베타 테스트 시점에 합류해서 부분 유료 전환까지, 약 7년 간 블소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후에는 신규 프로젝트의 개발 실장 겸 PD로 2년 반 동안 개발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되어 시장의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Q. 게임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창업하게 된 계기나 사연을 말씀해주세요.

박상현 대표: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 사이클 전반을 경험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만큼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본연의 서비스 목적을 달성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접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이 녹아든 ‘광의의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프로젝트 개발 중단 이후 회사에 남아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결국 엔씨소프트를 나와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그룹인 ‘주식회사 만든다’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빰!’이 어떤 서비스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현 대표: 빰!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종합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만큼 재미있는 주제로서 저희는 ‘크리에이터 테크’에 주목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오늘날 모든 이의 일상에 크리에이터 콘텐츠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핵심이므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기 수월할 뿐 아니라 그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크리에이터 니즈와 게이미피케이션의 접점을 탐색한 결과, 크리에이터 전용 커뮤니티 시스템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융합하면 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Q. ‘빰!’이라는 서비스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뜻이 담겨 있나요?

박상현 대표: 마블, DC로 대표되는 슈퍼 히어로 코믹스를 보면 강렬한 의성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히어로가 벽을 뚫고 등장할 때 자주 사용되는 ‘BAAAM!’을 서비스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한국어로는 ‘빰!’입니다. 뭔가가 등장할 때 ‘빠밤’이나 ‘짠’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등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크리에이터 개개인의 수익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크리에이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통해서 모든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 세상에 ‘빰!’하면서 ‘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동시에 ‘빰!’은 저희 회사의 첫 서비스이므로, 저희의 ‘등장’을 뜻하기도 합니다. 중의적인 이름인 셈이죠.

Q. 다른 크리에이터 관련 서비스와 비교해서 ‘빰!’ 만의 특징이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상현 대표: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도구 중의 하나가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NFT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치를 키우듯, 크리에이터도 자신의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려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특히 창작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초기 크리에이터라면, 창작 활동과 생업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해결하는 것이 ‘빰!’의 특징이자 경쟁력입니다. ‘빰!’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크리에이터와 팬이 함께 제작한 콘텐츠, 또는 팬이 리믹스한 크리에이터 콘텐츠끼리  랭킹 게임이 펼쳐집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콘텐츠에 부여한 추천 수를 기준으로 랭크를 매기고, 상위 랭커들이 보상을 받는 식이죠. 이렇게 팬 커뮤니티가 ‘콘텐츠 놀이터’가 됨으로써, 크리에이터는 다음과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부담이 감소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 커뮤니티의 방향성이 뚜렷해져 크리에이터의 운영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커뮤니티 재방문율(retention)을 유지하기 위해서 독점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하거나 구성원을 통제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죠. 나중에는 커뮤니티 자동 관리 시스템을 추가하여, 초기 크리에이터도 부담 없이 자신의 팬 커뮤니티를 오픈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 과정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고질적인 ‘소재 고갈’ 문제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한 신규 팬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커뮤니티의 재방문율이 유지되면, 다양한 방식의 직접 수익 창구도 만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팬 커뮤니티는 NFT 등 크리에이터의 미래 수익을 위한 바탕이 됩니다. 추가로, 팬 커뮤니티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자신이 활동하는 콘텐츠 플랫폼에 업로드함으로써, 기존과 같은 간접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Q. ‘빰!’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고 지금까지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현재는 ‘팬 참여 콘텐츠 제작’ 기능만 공개 되어있는데, 이 기능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로 활성화 됐었나요. 그리고 또 다른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상현 대표: 저희는 베타 서비스를 향후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튜브 채널 전체 구독자 중 실제 서비스 참여율’, ‘단일 상품에 대한 최대 이용 횟수’, ‘단일 상품 1건에 의한 최대 수익’ 등 다양한 지표 데이터를 산출하고, 20여 개 이상 분야의 크리에이터 그룹과 함께 분석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팬 커뮤니티 유형 별 프로토타이핑을 수십 건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팬 참여 콘텐츠 제작’ 기능이 충분히 유효하다는 결론과 함께, 팬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설계 방향성을 확정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또 다른 성과는 ‘빰!’의 비전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 그룹과 깊이 있는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크리에이터 활동의 문제 지점과 솔루션을 선명하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크리에이터와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Q. 정식 출시되면 ‘팬 커뮤니티’ 기능이 추가됩니다. 이 기능은 기존의 ‘빰!’ 홈페이지에서 구동되나요?

박상현 대표: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팬 커뮤니티를 포함한 모든 기능을 현재의 웹 플랫폼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전하려고 합니다. 현재 웹 기반 베타 서비스는 빠른 가설 검증을 위해 일부 기능을 외부 솔루션으로 대체하고 있는데요, 이들 솔루션이 서로 완전히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합니다. 나중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모든 기능을 간편하게 연결하려고 합니다.

Q. 게임 관련 크리에이터는 빰!에서 팬들과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박상현 대표: ‘빰!’에서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기본 활동인 팬 개인 피드백, 후원 받기, 오디션 콘텐츠 진행, 기간제 커뮤니티 운영 등을 활용하여 게임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팬의 게임 플레이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 게임 크리에이터가 스스로 미션을 내걸고 달성 시 팬들에게 후원 받기, 지원자를 받아 이 중에서 선정된 팬과 게임하기, 팬들과 리그전 진행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빰!’ 시스템이 커뮤니케이션, 일정 관리, 구매/환불 등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므로 크리에이터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율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참여한 팬의 동의를 얻어 크리에이터의 자산이 되며, 동시에 팬들이 리믹스할 수 있는 재료로서 팬 커뮤니티에 등록됩니다. 팬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소재로 만든 각종 창작물을 커뮤니티에 공유하여 랭킹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Q. ‘빰’을 창업하시고 지금까지 운영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박상현 대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가설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을 때,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더 깊게 검증해나가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베타 서비스의 초반의 가장 중요한 가설은 ‘팬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에 비례해 직접 과금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는 것이었는데, 수 개월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A-B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이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커뮤니티를 통한 수익 창구를 모델링하기 위해서 비슷한 가설 검증 작업을 수 차례 반복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와 협업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분들의 경험과 직관을 빌려 점차 오차 범위를 줄여나가고, 끝내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Q. 최근에 트위치가 한국에서 최대 화질을 720P로 낮췄습니다. 유튜브도 한국 관련 투자를 줄일 수도 있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이후에 ‘망 사용료’를 두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이 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박상현 대표: 전문가가 아닌 제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크리에이터 테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국내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529명 중 1명이 유튜버라고 합니다. 인구 수 대비 유튜버의 숫자로는 세계 1위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우리나라 크리에이터 산업의 잠재력이 높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망 사용료와 관련한 국제 표준 정책은 없지만, 사실상의 표준에 맞춰 국내 서비스 제공 정책도 함께 조율 되는 것이 대한민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 잠재력을 유지/발전 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외국에 진출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박상현 대표: 서비스 정식 론칭 후 3년 이내에 북미, 일본, 동남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구조와 팬덤 작동 원리는 지역 무관하게 대동소이하므로, 국내 서비스가 궤도에 안착하는 대로 해외 진출 준비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박상현 대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을 보면 집단 지성에 의한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크리에이터가 팬과 함께 만든 콘텐츠, 또 팬이 크리에이터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콘텐츠가 마치 밈처럼 발전하는 과정을 ‘빰!’에 담으려고 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팬 커뮤니티 시스템을 통해서 팬들에게는 재미와 몰입감을, 크리에이터에게는 창작 활동의 기반이 될 팬 커뮤니티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기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합니다.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죠. 게이미피케이션의 선한 활용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내는지, 저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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