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P2E 게임을 국내에서 할 수 없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현행 게임법상 사행화를 막기 위해 현금화가 가능한 게임에는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을 수 없다. 일부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위해 법적 분쟁까지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문턱을 넘은 곳은 없었다.

그래서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그중 일부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와 ‘미르M’으로, 넷마블은 ‘제2의나라’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에 즐겼던 추억의 게임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차기작들마저 처음부터 P2E 기능을 탑재하고 해외에 먼저 선을 보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위메이드플레이는 ‘애니팡’ IP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탑재한 캐주얼 퍼즐 게임 ‘애니팡 매치’를 지난 3월 출시했다. 열심히 채굴을 해야 하는 게임들과 달리, 다른 유저와 실시간 1:1 대결해 그 결과로 토큰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다.

그리고 넷마블은 글로벌 2억 유저를 보유한 보드 게임 ‘모두의 마블’의 차기작인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지난 4월에 출시했다. 원작의 게임 요소에 세계 주요 도시의 실제 지적도를 적용하고, 가상의 부동산을 거래하고 관리하는 콘텐츠에 P2E 요소가 가미됐다. 

또한 컴투스는 많은 미니게임 모음과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2000년대 피처폰 시절 흥행 게임으로 자리잡았던 ‘미니게임천국’의 차기작을 상반기에 시작한다. 이 게임 역시 블록체인 메인넷인 엑스플라에 온보딩시켜 웹3.0 게임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될 예정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한 추가적인 재미는 경험할 수 없다.

말 그대로 P2E 게임은 국내에서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기에, 각 게임사가 인기 있었던 원작을 기반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차기작을 제대로, 혹은 아예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나마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먼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지난 달 말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NFT 활용 P2E 게임의 문제점과 선결과제 및 파급효과, 블록체인 기술 발전 관련 이슈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 디지털혁신 기본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웹3.0을 지향하는 게임 제작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2E 게임을 개발하는데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세계 게임계는 이미 웹3.0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게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가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고, 그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충분히 보호되는 만큼 그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고 선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GDC에서도 이 주제의 강연이 주류를 이룰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고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게임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국가에서 세계적 트렌드를 도입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잠재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와 유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해결 움직임이 있지만, 결국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으면 제대로 발동될 수 없는 해결책이다. 웹3.0 게임을 만드는 국가에서 그 게임의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지 않은가. 몇 년째 계류 상태에 있는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규제를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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