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사인 키위웍스가 지난 2015년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200만 유료 다운로드의 흥행을 기록했던 모바일 RPG ‘마녀의 샘’이 PC로 리메이크되어 돌아왔다. 바로 ‘마녀의 샘R’이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 인디크래프트 등의 행사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3명의 개발진이 3년간 개발했으며, 키위웍스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PC 게임이다. 개발진은 플랫폼을 바꿔 도전하기로 결심했을 때, 게임 세계관의 기원이 되는 1편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 8년 전 나온 원작을 리메이크하며 업그레이드

초반 스토리는 원작과 같다. 인간이 600년 간 숭배했던 신들을 마족이라 부르며 인간이 배척했고, 그 힘을 빼앗아 새 나라와 종교가 세워졌다. 그리고 마족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후예들 중 완전한 마족은 마녀라 불리며 배척당했는데, 그중 살아남은 마녀는 스스로 강해지는 길을 택했다.

게임은 주인공인 파이베리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시점은 쿼터뷰이며 조작은 키보드와 게임패드를 지원한다. 그래서 키보드와 아날로그는 물론 마우스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조작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버튼을 알려주는 만큼 진행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픽은 동화풍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으면서 3명이 만들었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컷신 상황에서 다양한 각도로 상황을 표현하고, 캐릭터의 표정도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성우들을 기용하고, 모든 캐릭터에 풀 보이스를 적용해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

게임의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용 RPG의 문법을 따르기에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퀘스트를 기반으로 마법 재료를 찾아 아이템을 만들고 능력치를 올리는 성장, 그리고 적과 대결을 벌이는 전투다. 모든 행위는 집과 필드에서 일어난다.

필드에서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그 사이에 발생하는 전투로 경험치를 얻는다. 주요 필드마다 이동제단이 있어서, 빠른 이동도 가능하며, 적들이 리스폰되면 반복 전투도 가능하다. 전투 경험이 늘어야 성장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료는 반짝이는 형태로 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적들은 움직이지 않으며 일정 범위 내에 접근하면 전투를 할 수 있다.

그 사이 성장은 오롯이 유저의 선택에 뒀다. 성장은 집에서 이뤄진다. 수련을 통해 스탯 성장을 하고, 마법문양 조합과 무기진화 등을 통해 파이베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 원작에서는 100일 동안의 성장 기간을 뒀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이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만의 육성 방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수련은 집에서 할 수 있다. 수련 가능 횟수는 시간이 흐르면 채워진다. HP와 MP, 마력, 힘, 방어, 민첩 등의 능력치가 있으며, 미니게임을 즐기면 능력치가 올라간다. 미니게임은 10개가 준비되어 있지만, 선택한 것 중 랜덤으로 하나가 결정되는 만큼 성장 방향이 다양하게 흘러갈 수 있다. 물론 자동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 전략의 재미를 더한 RPG, 일부 아쉬움은 쉽게 고칠 수 있다

필드에서의 전투는 원작처럼 턴제로 이뤄진다. 턴의 순서는 오른쪽 아래에 나타나며, 다수일 경우 타겟을 정해 공격을 할 수 있다. 턴의 순서에 따라 공격 방법도 세분화시켜 전략적 요소를 키웠다. 타격감도 준수한 편이어서 때리는 맛도 있다. 여기에 단순히 때리거나 마법만 쓰는 개념만이 아니라, 여러 전투 패시브 요소를 도입해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이 실패하면 반격을 하고, 석판 마법을 사용했을 때 마력의 일부가 무기에 일시적으로 남아 있어서, 이때 물리 공격을 하면 직전에 쓴 마법 위력에 비례한 폭발이 일어나며 추가 대미지를 준다. 또 물리 공격으로 상대를 처치하면 물리 스킬의 대기 시간이 감소하고, 전투 중 블랙조를 부르면 턴 소모 없이 도구를 쓸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펫은 아주 중요한 존재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등장하는 여러 몬스터를 펫으로 삼을 수 있다. 펫의 종류는 약 30종이며 이동 혹은 전투에 도움을 주거나 특정 루트 개척 등의 기능도 갖고 있다.

이렇게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집으로의 순간 이동도 가능해지고,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넓어진다. 그리고 쓸 수 있는 마법도 많아지며 무기도 다양해지는 만큼, 플레이의 재미도 더 깊어진다. 개발진에 따르면 100종 이상의 장비와 스킬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일부 스테이지에는 퍼즐 요소도 있어서, 그냥 지나가면 실패하기에 펫을 타고 가야 한다거나, 돌을 던져 물고기를 유인한 다음 피해하거나 하는 등의 재미도 즐길 수 있다. 게임 자체가 싱글 플레이 RPG인 만큼 경쟁하지 않고 여유롭게 천천히 즐기면서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필드가 달라질 때마다 고정되는 시점의 위치가 달라지는 부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일관성을 주지 않는 부분이다. 유저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전투 중 대사가 나올 때는 배경 사운드의 음량 조절이 매끄럽지 못하다. 갑자기 줄었다가 갑자기 커지는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 평소 필드의 BGM 볼륨이 100이라면 전투의 BGM은 140 정도가 됐다가, 캐릭터가 대사를 할 땐 30 정도로 확 줄어드는 거다. 이 부분은 충분히 패치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직접 즐겨본 ‘마녀의 샘R’은 탄탄한 스토리와 장르 고유의 재미, 전략적이면서 다채로운 전투 등을 갖춘 근래의 드문 인디 게임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거둬 한국 인디 게임의 위상을 높여 주길 바란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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