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게임즈 '타바타 하지메' 대표, 뚝심 있는 RPG 도전 정신

'파이널 판타지 15(이하 파판 15)'를 비롯해 수많은 '파이널 판타지(이하 파판)' 시리즈의 개발을 주도한 유명 게임 개발자 타바타 하지메(田畑端)는 2018년 독립해 개발 스튜디오 'JP 게임즈'를 설립했다. 최근 나다 홀딩스(NADA HOLDINGS)의 초청을 받아 대만의 문화콘텐츠센터가 주최하는 아시아 콘텐츠산업 행사 '2023 TCCF(Taiwan Creative Content Fest)'에 참가했다.

타바타 대표는 행사에서 RPG 툴세트를 포함한 개발 소프트웨어 '페가수스 월드 키트(Pegasus World Kit)'를 소개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파판' 시리즈에서의 개발 경험과 생각, 독립하여 JP 게임즈를 설립하게 된 계기, '페가수스 월드 키트'에 대한 개발 성과 등에 이야기했다.

JP 게임즈의 타바타 하지메 대표

1971년생인 타바타 대표는 올해 52세로, 게임업계에 종사한 지 30년 가까이 됐다. 일찍이 테크모(현 코에이 테크모)에서 '갤럽 레이서', '몬스터 팜', '창마등' 등을 담당했다.

이후 스퀘어 에닉스로 자리를 옮겨 '비포 크라이시스 파이널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 7', '킹덤하트 Coded', '파이널 판타지 영식(零式)', '더 서드 버스데이' 등의 디렉터를 맡아 개발을 주도했다. 이어 2014년 9월 처음으로 '파판' 시리즈의 넘버링 작품인 '파이널 판타지 15(이하 파판 15)'의 디렉터를 맡았다.

2016년, 타바타 대표는 '파판 15' 디렉터로서 '타이베이 게임쇼'의 플레이스테이션 부스 무대에 참가했다

2018년 11월, 타바타 대표는 루미너스 프로덕션 대표를 사임하고 스퀘어에닉스에서 퇴사했다. 같은 해 12월, '파판' 시리즈 등 많은 히트작을 함께 개발한 멤버 15명을 영입해 JP 게임즈를 설립했다. 2021년에는 첫 패럴림픽 공식 스마트폰용 게임 '더 페가수스 드림 투어'를 출시했다. 이후 해당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한 중계 소프트웨어를 '페가수스 월드 키트'로 명명하고, 현재 1.5 버전까지 출시했다.

TCCF 강연에서 타바타 대표는 개발자들에게 '페가수스 월드 키트(이하 PWK)'를 소개했다. 'PWK'는 오랜 RPG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한 개발 툴이다. RPG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모아놓은 덕분에 RPG 개발을 원하는 개발자가 처음부터 헤맬 필요 없이 'PWK'의 기능을 활용하여 빠르게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

'PKW'는 RPG 개발에 모든 단계에 걸쳐 폭넓은 지원을 제공한다. AI를 통해 실제 사진을 분석해 장면을 구축하는 'RPG 초안도구',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여러 상황에 맞춰 NPC의 대사를 생성하는 '상황 AI대화', 게임 중 직접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 3D 장면의 낮과 밤을 비롯해 날씨, 조명을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환경 제어', RPG에 검과 무술 액션을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검극엔진' 등 여러 기능과 도구를 갖췄다.

'RPG 초안 도구'는 촬영한 사진을 게임 장면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타바타 대표가 대만에 왔을 때 찍은 쑹산 국제공항

행사장에서 'PWK'를 이용해 강연장을 게임 장면으로 바꾸는 방법을 보여줬다

챗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상황별 힌트와 함께 NPC의 대화를 즉시 생성하는 '상황 AI 대화'

3D 장면의 낮과 밤, 날씨 및 조명 효과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경 제어'

RPG에 검과 무술 액션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검극 엔진'

'PWK'는 AI 인공지능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AI는 JP 게임즈 팀의 RPG 개발 경험과 지식을 매개변수로 삼아 개발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발자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실제 RPG로 빠르게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타바타 대표는 JP 게임즈가 이미 공개한 메타버스 프로젝트 외에도 외부 퍼블리셔와의 협업을 통한 가정용 RPG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PWK'를 활용한 내부 프로젝트 '용궁국(가제)'은 개발에 착수한지 3,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단계지만, 'PWK'를 통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용궁국(가제)'은 칠복신의 보물을 찾는 것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서, 메타버스의 꿈속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며, 현실의 상품과 사물을 가상 세계로 가져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용궁국(가제)' 개념도

JP 게임즈는 나다 홀딩스 및 문화콘텐츠센터와 협업하여 셀 애니메이션 생성기 및 신작 RPG 등을 공동 개발한다. 기존과 달리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개발자들을 대거 초청해 공동 개발에 나선다는 목표다.

타바타 대표는 RPG 개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JP 게임즈 타바타 하지메 대표와의 질의 응답 내용이다.

GNN: '파판 15' 개발을 마치고 독립하여 JP 게임즈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웃음). 하지만, 당시 스퀘어 에닉스 사장과 이념적 차이가 있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장의 방침을 채택했습니다. 저는 업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껴 독립을 결정했습니다. 그때는 당사자들 모두 재임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GNN: JP 게임즈의 핵심 멤버는 '파판 15' 개발팀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영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파판 15' 개발 당시 배운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게임, 특히 RPG 장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항상 RPG가 유망한 장르라 생각했고, RPG 개발 경력이 길기 때문에 이 장르를 한 단계 더 발전하여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죠.

이런 이념을 멤버들에게 전달해 JP 게임즈에서 함께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하여 초창기부터 팀에 합류해 JP 게임즈가 탄생했습니다.

JP 게임즈의 이와타 료 최고 개발책임자, '파판 15'에서 3D 그래픽 등을 담당했다

JP 게임즈의 이마무라 테츠야 최고 기술책임자, '닌자 가이덴', '파판 15'에서 액션 엔지니어를 담당했다

GNN: 타바타 대표가 개발한 작품 중 '파판 15'는 가장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파판 15'의 성공한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또한, 개발하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파판 15' 이전에도 '파판' 시리즈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파판 15'의 성공은 '파판' 시리즈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 선행 출시가 아닌 글로벌 동시 출시로 전 세계 플레이어가 동시에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독립을 결정한 것과 관련 있는데, 예정됐던 DLC가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당초 '파판 15'를 위해 많은 DLC가 기획됐는데, 일부가 취소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플레이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과 동시에 계획했던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GNN: 확실히 '미래의 여명' 스토리는 게임 내에서 완결되지 못하고, 소설에서만 언급됐습니다. 게다가 소설은 대만에서 출판되지 않아 많은 플레이어가 접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완성될 퍼즐에 몇 조각이 빠진 것 같아서 정말 아쉽습니다.

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가장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결정해서 취소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좌절감을 다시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동기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았고, 당시 실망했던 플레이어들을 위해 더 나은 신작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DLC '미래의 여명'은 4명의 캐릭터 챕터로 구성됐으나 '아덴편'만 출시됐고, 나머지 3개의 DLC는 취소됐다

GNN: 당시 공개서한에서 타바타 대표가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하셨는데, 계획의 내용을 여쭤봐도 될까요? 또, 이제는 실현이 됐을까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계속 조금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번 타이베이행과 관련 있습니다. '파판'을 계기로 대만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많은 개발자 및 게임 매체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콘텐츠와 '파판' 시리즈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그런 젊은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제 커리어가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아시아의 젊은 개발팀과 함께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퀘어 에닉스 재직 시절에는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독립을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고, 당시 공개서한에서 꼭 이루고 싶은 계획 중 하나였습니다.

'파판 15' 개발 당시 타바타 대표는 대만의 XPEC 엔터테인먼트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GNN: 'PWK'는 가정용 게임 제작툴에 어울리기 보다는 메타버스 개발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중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JP 게임즈의 컨셉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RPG라는 장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립 직후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산업 환경과 생활 양식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것에서 중대한 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PWK'라는 중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당시 '메타버스'가 주목받던 시기라 메타버스 관련 개발사에 'PWK'를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PWK'를 하나의 RPG 엔진으로 만들었는데, 메타버스 개발 수요가 생겨 먼저 메타버스 개발사에 공급하게 된 것이죠. 이후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RPG를 만들 때 메타버스의 요구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GNN: 메타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화제가 됐고, 메타와 같은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타바타 대표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존재인가요?

지금의 메타버스는 제가 상상하는 메타버스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확장일 뿐이지만,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게임을 만들 때 현실보다 못한 체험은 존재할 가치가 없고, 현실을 뛰어넘는 체험만이 몰입할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가상 공간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메타버스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GNN: JP 게임즈는 가정용 게임 개발 계획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지금 'PWK'를 통해 두 개의 RPG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부 업체와 협업으로 진행중인 오픈 월드 RPG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오픈 월드 RPG '용궁국(가제)'으로서, 일반적인 MMORPG와는 다르게 싱글 전용 RPG에 가깝습니다. 대신 게임 내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JP 게임즈는 원래 고품질 게임 개발을 잘하는 팀이기 때문에 'PWK'도 고품질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툴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GNN: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TCCF에 참가하게 된 것은 나다 홀딩스의 함께 미래 기술과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함입니다. 대만의 문화콘텐츠센터에서도 지지와 함께 협력할 뜻을 밝혀 향후 협력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TCCF를 기반으로 많은 개발자를 모집해 다국적 팀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타이베이의 개발자를 비롯해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개발자들이 다국적 팀에 합류하여,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