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게임은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다. 빠르게 내려오는 노트를 따라 버튼을 두드리는 간단한 조작이 왜인지 모르게 즐겁다.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버튼을 두드리다가 고득점에 성공하는 쾌감은 다른 장르와 차별화된 경험(UX)이다. 이런 재미에 빠진 유저들을 흔히 리듬 게이머라고 부른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리듬 게이머를 위한 다양한 리듬 게임 신작이 주기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지난 11월 1일에는 일본과 중화권 지역, 인도네시아 시장에 신작 ‘태고의 달인: 리듬 커넥트(이하 태고의 달인: RC)’이 출시됐다.

출처-태고의 달인: 리듬커넥트 X(구 트위터)

‘태고의 달인: RC’는 아케이드게임 ‘태고의 달인’의 모바일 버전이다.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일본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와 라인(LY 주식회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한 번쯤을 두드려봤을 그 게임

원작 ‘태고의 달인’은 한국 유저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어간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 몸을 써서 큰북을 두드리는 타격감은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고, 보는 재미가 있다. 직관적인 플레이는 게임을 모르는 친구에게 권하기도 쉬워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임으로 손 꼽힌다.

‘태고의 달인: RC’도 원작의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큰북과 북채대신 스마트폰으로 즐긴다는 점만 다르다. 원하는 곡을 고른 다음, 정해진 노트에 따라 두드리면 된다. 노트는 북 안쪽을 두드리는 쿵, 바깥쪽을 치는 딱으로 나뉜다. 이밖에 두 개의 북채로 동시에 두드리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론칭 버전에 수록된 곡은 약 800여개다. 시리즈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압도적인 개수를 자랑한다. 장르는 팝(J-POP), 애니메이션, 보컬로이드, 클래식, 게임 등으로 나뉜다. ‘태고의 달인’ 시리즈를 위해 작곡된 오리지널 곡도 당연히 플레이할 수 있다.

출처-태고의 달인: 리듬커넥트 X(구 트위터)

원작과 다른 점은 게임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세로 모드로 인터페이스(UI)를 재조정한 게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음악을 연주할 때 표시되는 배경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영상이 재생된다.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만큼, 일본 스타일이 짙었던 아트를 보다 모던하게 바꾼 것도 기존 시리즈와 차이점이다.

수록된 곡은 한국 유저에게도 익숙한 곡이 많다. 애니메이션 음악과 보컬로이드의 음악이 빼놓지 않고 추천 목록에 오른다. 한국어로 번안됐던 ‘큐티하니’ 주제곡도 당연히 플레이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유명한 곡에는 배경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이 빠졌다는 점이다. 일본 특유의 제작위원회 시스템 때문에 꼬인 저작권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 세로 모드 플레이 강제, 두 손을 꽉 쥐고 플레이해야

‘태고의 달인: RC’는 세로 모드만 지원한다. 많은 일본 게임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길다란 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많은 유저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겠다.

집이나 카페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이런 방식이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림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느라 집중력이 분산됐다. 난이도가 높은 곡을 플레이할 때 그립이 순간적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위해서는 그립톡과 같은 안전장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느껴졌다.

‘태고의 달인: RC’는 전반적인 난이도가 아케이드나 콘솔 버전보다 쉽게 체감된다. 쿵과 딱 노트가 반박자를 기준으로 교차되는 부분만 조심하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박자를 많이 틀려도 게임오버가 되지 않아 반복 숙달 과정도 쉬운 편이다. 이지부터 익스트림까지 4개로 나뉜 난이도를 차근차근 연습하면 누구나 쉽게 완주할 수 있었다.

익스트림 난이도는 사정이 다르다. 반 박자 안에 3번을 연타하는 노트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쿵딱쿵, 딱쿵딱, 딱쿵쿵과 같은 변칙 조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세로 화면의 좁은 표시 범위 때문에 초반에는 따라가기조차 벅차다. 연주에 사용되는 흐름을 놓친다면 차라리 재도전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표시 범위가 좁은 세로 화면 때문에 비트가 빠른 곡일수록 체감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

■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고의 압박

‘태고의 달인’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된 IP이자 시리즈다. 그만큼 유저 편의성 부분에 있어서는 교과서에 가까운 수준으로 완성돼 최신작에도 녹아 들었다. 리듬게임에 필수인 캘리브레이션(교정)은 당연히 지원한고, 큰북의 위치나 크기도 취향에 맞춰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면 곡이 시작할 때 자동으로 블루투스 모드가 켜지는 것도 편했다. 이 상태에서는 유튜브나 OTT(오버 더 탑) 앱처럼 화면을 보정돼 옵션을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둥이나 탁의 이펙트 사운드는 동기화가 어려운지 생략된다.

이밖에 개인 정보를 감추는 스트리머 모드까지 지원한다. SNS 공유와 같은 사회성 기능을 제공하다 보니 보안을 위한 옵션까지 신경 쓴 듯하다. 최적화와 함께 UX까지 신경 쓴 구성은 약 23년간 서비스된 시리즈의 저력과 노하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단점도 크다. ‘태고의 달인: RC’는 기본 플레이 말고는 즐길 거리가 적다. 보상으로 얻은 재화로 캐릭터를 꾸미고, 다른 친구에게 기록을 자랑하는 게 끝이다. 이마저 기본으로 제공되는 곡을 즐긴 뒤에는 리워드 동영상 광고를 봐야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인게임 광고로 수익을 내는 하이펄 캐주얼 장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BM)이다.

문제는 광고가 너무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UI가 바뀌는 타이밍에는 무조건이라 할 정도로 광고가 나온다. 원하는 곡을 검색해서 플레이하려면 연주 티켓이 쓰이는 데 이를 얻는 방법도 광고 시청이다. 광고를 봐서 티켓을 얻고, 연주를 마친 뒤에 다시 광고를 봐야한다. 그나마 같은 곡을 플레이할 때 광고가 조금 적게 나온다는 게 위안거리다.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한화 1만원 수준의 플레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 한국 출시 변수는 저작권

이 게임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을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작권 문제부터 해결되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제로 기존에 출시된 모바일게임도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었다. 반면, 출시 지역에 중화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라인이 개발과 퍼블리싱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한국 서비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남아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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