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는 재량근로시간제가 게임업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하는 프로그래머는 여기서 제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콘진원)과 함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콘텐츠 분야 1차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기초로 ▲ 근로자성 판단, ▲ 근로시간 산정, ▲ 유연근로시간제 활용 등 콘텐츠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사항을 중심으로 정리했으며, 근로자성과 근로시간 등 콘텐츠업계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판례와 주요 판정사례도 담고 있다.

그동안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이 중시되는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분야에서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업종’과는 다른 근무형태가 많았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의 구조로 프리랜서가 많고, 마감 일정 등 돌발변수에 대응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완성이나 출시 전후 집중적으로 근무(크런치 기간)하며, 창의적 업무와 외부 활동이 많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샘 작업, 과로에 따른 건강 악화 등 불합리한 근로 관행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일하는 방식을 변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결국 지난 7월부터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콘텐츠 분야와 관련해 개정된 근로기준법 적용과 사례, 질의응답, 개정 주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기업에서는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진행됐는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52시간 근무가 확대된다. 단, 일용직이나 파견근로자는 제외된다.

만약 정규 근로시간 외의 연장 근로 및 야간 근로를 하게 되면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하며 휴일 근로 시 8시간까지는 50%, 그 이상은 100%를 지급하고 연장과 휴일 근로가 중복되면 휴일 근로 할증률이 적용된다.

그리고, 최근 일부 게임 기업에서 시행 중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일정 기간 중 특정일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기간을 정한 후 근무를 진행하는데, 2주 내에선 1주에 총 60시간, 3개월 내에선 최대 주 64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하루에 12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근로자와 업주는 서면합의를 통해 범위와 단위기간 및 근로일과 시간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의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선택적 근무시간제는 주 40시간, 1일 8시간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데, 회사가 정한 의무적 근로시간대(코어 타임)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 

또한 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는 재량근로시간제가 게임업에도 적용된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 

이에 해당하는 업무는 크게 정보처리시스템의 설계 및 분석으로 정했는데, 수요 파악과 유저 분석 등의 기반한 업무와 입출력과 처리순서 설계 등 앱과 시스템 설계, 시스템 가동 후 평가 및 문제점 발견, 해결 등의 업무가 이에 속한다. 

표현만 봐서는 기획부터 개발, QA 등 많은 직책이 포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직종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으며, 향후 고용노동부가 최종 탄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타인의 지시를 받고 재량권 없이 프로그램 설계 및 작성을 하는 프로그래머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그 외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실제로 어려운 경우같은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용 범위를 넘어 활용되고 있다고 문체부는 판단하고 있으며, 실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보상원칙이 확립되도록 지도 지침 마련과 함께 고용노동부에서 현장 지도 및 감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문체부는 민관 공동의 ‘콘텐츠 일자리 체질 개선 특별전담팀(TF, 이하 특별전담팀)’ 운영을 강화해 ▲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콘텐츠업계의 애로사항 의견 수렴, ▲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추가 ‘가이드라인’ 논의, ▲ 현장의 사례 수집, ▲ 재량 근로 대상 및 탄력근로제 확대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관련 심층 실태조사 및 연구사업, 분야별 표준제작비 마련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 분야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전문가 상담 지원, 민관 공동 교육과 홍보활동 전개 등 체계적인 ‘일자리 체질 개선 프로젝트’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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