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한’ 단어 중 하나다. 2017년에는 ‘배틀그라운드’가 배틀로얄 장르도 대중적으로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18년에는 ‘포트나이트’가 전 세계 동시접속자 830만 명을 달성하며 날아올랐다. 액티비전, 텐센트, 넷이즈 등 전 세계 굴지의 게임 업체들도 잇달아 배틀로얄 게임을 선보였다. 이러면서 배틀로얄 게임은 PC, 모바일, 콘솔로 확대됐다.

2019년 연초에도 깜짝 신작이 등장했다. EA가 배틀로얄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리스폰 엔터테인먼트 개발)를 선보이며 단숨에 유저들을 사로잡은 것. 이 게임은 기존 배틀로얄 게임에 캐릭터 고유기술과 3인 팀플레이를 가미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일목요연한 인벤토리 메뉴와 편리하고 유용한 팀원 간 알림(핑) 시스템까지 더해져서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본 기자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깜짝 흥행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배틀로얄 게임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배틀로얄이라는 장르가 아직 다양하게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구나’하는 생각이다. 아직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는 부분을 잘 연구해서 적절하고 재미있게 구현하면, 충분히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흥행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게임 최적화와 안정적인 서버 운영 같은 기술적인 측면도 잘 준비해야 한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발언도 떠올랐다. 그는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MMORPG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오지만, 경쟁력 있는 게임이 나오면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배틀로얄은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온 장르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보여준 것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발전할 여지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배틀로얄 장르를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출시된 배틀로얄 게임을 돌아보면 대부분 총싸움(FPS, TPS)에 기반한 배틀로얄 게임이다. 즉, 총싸움이 아닌 다른 장르와 ‘배틀로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아직 다양한 콘텐츠나 다양한 게임이 나올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2018년 여름에 텐센트가 모바일 적진점령(AOS, MOBA) 게임 ‘왕자영요’에 배틀로얄 모드를 도입한 것과 2019년 1월에 MMORPG ‘검은사막’이 배틀로얄 모드를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왕자영요'의 배틀로얄 모드

최근에는 닌텐도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테트리스와 배틀로얄을 결합한 ‘테트리스99’를 선보인 것. 배틀로얄을 다른 게임 장르와 결합시킨 또 다른 사례다. 이 게임은 무료이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온라인 서비스(유료, 한국은 올봄부터 정식 서비스)에 가입해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 하나만으로 닌텐도 스위치의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테트리스와 배틀로얄을 결합한 '테트리스99'

이런 흐름에 한국의 유명 게임 업체들도 더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총싸움 배틀로얄’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부담되는 일이다. 하지만, 아예 다른 장르와 배틀로얄을 결합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은 아직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영역이다. 닌텐도가 ‘테트리스’와 ‘배틀로얄’을 결합한 게임을 선보인 것처럼 말이다. 단, 배틀로얄이라는 규칙을 적용하면서 각 장르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내 유명 게임 업체가 출시할 예정인 게임 중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게임으로는, 넷마블의 배틀로얄 MMORPG ‘A3: STILL ALIVE’ 정도가 떠오른다. 이 게임의 배틀로얄 모드는 ‘시야 제한’과 주변 시야를 밝혀주는 ‘등불’을 가미해서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한국은 MMORPG가 꽤 발전한 곳이다. 기존에 MMORPG를 개발했던 개발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개발하면서 충분히 이런 시도를 해볼 법하다. 인디 게임 쪽으로 가면, 다양한 컨셉의 배틀로얄 게임이 보이지만, 국내 유명 게임 개발사들이 이런 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다.

'A3: STILL ALIVE'의 배틀로얄 모드

꼭 MMORPG가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고 생각한다. 배틀로얄은 다양한 장르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자 생각으로는, 리듬 게임과 배틀로얄을 결합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50명이 함께 같은 곡으로 시작하고, 난도를 점점 높이거나 각종 장해물(떨어지는 노트에 반투명 효과를 적용한다든지, 노트가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든지)을 추가해서 최후의 1명이 남을 때까지 다양한 곡을 플레이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본 기자가 잠깐 생각한 아이디어고, 리듬 게임을 오래 개발해온 개발자라면 더 다양한 구상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리듬 게임과 배틀로얄의 만남도 볼 수 있을까?

2018년, 배틀로얄 장르가 한창 뜨거울 때 외국 게임 매체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문명’ 시리즈에도 배틀로얄이 도입되겠다’라는 문장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웃어넘겼지만, 최근에 ‘테트리스’와 배틀로얄이 결합된 것을 보면 저 문장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배틀로얄’이라는 규칙이 주는 재미와 흥행 가능성은 게임업계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지금은 이렇게 검증된 장르에 다양한 ‘맛’을 가미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영역에서 국내 유명 게임 개발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그런 도전이 이어져서 다른 장르에서 또 다른 ‘배틀그라운드’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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