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아츠(EA), 아마존, 컴캐스트 등 세계 굴지의 물류-콘텐츠-통신 기업이 넥슨 인수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일경제는 투자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세 회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넥슨과 지주회사 NXC는 김정주 회장의 지분 매각 과정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사실 여부를 판별하기는 정보가 부족해 어렵다. 하지만 넥슨이 가진 강점을 고려할 때 근거가 부족해도 설득력이 있다. 세 회사의 매각에 참여하는 속내를 추정해보자.

세 회사는 넥슨과 접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탄탄하게 묶인 건 EA다. ‘피파’, ‘니드포스피드’, ‘타이탄폴’ 등 IP(지식재산권)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졌다. 현재 게임시장에서 IP는 권력이자 힘이다. 과장을 더하면 피를 나눈 혈맹에 가까운 사이다.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과 물류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그리고 게임 서비스에 꼭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아마존 웹 서비스)를 운영 중이기도 한데, 이 조직의 몸집도 만만치 않다. 현재 넥슨은 자사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에 AWS를 도입한 핵심 고객 중 하나로, 넥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기에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컴캐스트는 세 회사 중에서는 관계가 가장 적다. 대신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은 많다. 최근 SK텔레콤과 e스포츠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정도다. 이는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과 연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리고 넥슨 역시 자사 게임의 e스포츠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서 사업 확장을 위한 동기부여는 충분해 보인다.

인수참가설이 제기된 세 회사의 공통점은 글로벌 IT업체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넥슨을 수혈하려는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참가가 사실이라 가정하고, 실익을 따져보자. 넥슨의 장점은 기술력과 숙련된 인력이다. 보유한 IP(지식재산권)도 먹음직스럽다. 게임 기업으로서 한국-중국-일본 개발업체와 맺은 관계는 덤이다.

넥슨은 일본 굴지의 개발사 스퀘어에닉스와 ‘파이널판타지’를 포함한 신작 모바일게임의 개발-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 게임을 개발한 네오플이 이 작품만으로 한 해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다. 넥슨의 자체 라인업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세 회사가 넥슨을 탐내는 건 당장의 성과보다는 이런 배경 인프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곧 다가올 콘텐츠 중심의 IT 시장 개편도 눈길을 끈다. 콘텐츠를 자체개발-소비하는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영상 콘텐츠 시장을 흔들었고, 구글과 애플은 각각 오픈마켓을 통해 게임의 가능성을 높였다. 신기술에 콘텐츠를 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지배하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따라서 곧 다가올 5G 통신 시대와 와이파이6(IEEE 802.11ax)의 경쟁력으로 게임 콘텐츠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EA는 서구권 시장의 유력 게임 퍼블리셔다. 아마존은 AWS 사업은 물론, 클라우드 게임을 통한 콘텐츠 영향력 확대를 꿈꾼다. 컴캐스트도 아마존과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는데, 자본은 풍부하지만 노하우는 적다. 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시간이 걸린다. 

만일 세 회사가 보도대로 인수전에 참가해 넥슨을 품게 된다면 대부분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쟁으로 커져버린 넥슨 인수전의 본격 경쟁은 오는 5월에 진행되는 본입찰에서 가려진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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