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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페이커 예능 나들이, 달라진 방송가
T1 소속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이제 프로게이머의 공중파 방송 출연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봐도 될 것 같다. T1 소속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의 공중파 예능 나들이가 무난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게임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도 없었고, 직업을 비하하는 질문도 없었다.

페이커는 1일 진행된 공중파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프로게이머의 삶과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예능이라 과장된 질문도 있었지만, 누구나 납득할만 한 이야기로 분량을 채웠다.

이날 방송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닌, 페이커라는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 업적에 대한 평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프로게이머를 중독자 혹은 악의 축으로 바라보던 기존 방송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또, 프로게이머가 게임업계를 대변해야 했던 분위기도 없었다.

사실 프로게이머의 공중파 방송 출연이 처음은 아니다. 황제 임요환을 시작으로 쌈장 이기석, 캡틴잭 강형우 등 많은 선수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폭풍저그 홍진호는 전문 방송인으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페이커 역시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프로게이머의 방송 출연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게임을 생업으로 한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에 맞서고, 게임을 돈 받고 한다는 불편한 시선을  참아야 했다. 때로는 아이들을 망치는 게임 중독자라는 비난도 인내했다. 그야말로 손님으로 불려가 죄인이 되어 돌아온 격이다. 페이커의 출연이 불안했던 이유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독한 예능이 콘셉트다. 민감한 부분까지 주저 없이 언급한다. 공중파 방송과 거리가 있었던 프로게이머의 출연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아직도 프로게이머와 게임에 지워지지 않은 그림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한 예능에서 부드러운 진행이 가능했던 이유가 뭘까.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흐름 때문일까. 아니면 특별 진행자로 출연한 샌드박스 게이밍 구단주 도티 나희선과 열성 게이머로 유명한 방송인 김희철이 방파제가 되어준 것일 수도 있겠다. 게임이란 콘텐츠가 일상에 파고든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으리라. 이유가 뭐든 게임으로 업적을 쌓아가는 프로게이머와 게임을 비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효자 상품이다. 그 뿐이던가. 게임 실력을 겨루는 e스포츠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추켜세우고,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한류로 브랜딩한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가와 사회의 시선은 이런 업적에 반비례했다. 게임은 여전히 나쁜 것이고, 프로게이머는 손가락질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와 청년 이상혁을 조명한 라디오스타는 달라진 흐름을 느끼게 한다. 손님으로 초대해 무례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상식적인 진행에 안심하는 상황이 씁쓸지만 말이다.

라디오스타가 보여준 시선은 방송가가 게임산업을 보는 시선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게임을 콘텐츠로 하는 방송이 주기적으로 편성되고, 공중파 방송에서 e스포츠를 편성하는 시대다. 이런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게임이란 콘텐츠를 제대로 평가하는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여기에는 게임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당연히 뒷받침되야 할 것이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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