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연달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명탐정 피카츄’와 올해 ‘수퍼소닉’이 연이어 개봉해 미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이어 ‘몬스터헌터’ 영화가 올 여름 미국과 일본 시장에 개봉하며, 제작이 지연됐던 ‘언차티드’의 촬영 재개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 영화 제작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게임의 영상화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복합 문화콘텐츠인 게임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와 닮은 부분이 많다. 화려한 비주얼, 스토리텔링, 제작기법 등이다. 비교적 적은 투자로 미디어믹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덕분에 인기 시리즈는 바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업계의 사정도 얽혀있다. 과거 게임은 주요 소비 계층의 연령이 낮은 편이었다. 판매량도 지금과 비교하면 적었다. 따라서 게임 제작과 함께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 등 IP(지식재산권) 상품을 연계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사정이 다르다. 게임 기반 영화는 당시로서는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특수효과 기술이 필요했다. 일반 영화보다 많은 제작비 투자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과거의 영화는 현실에 가까운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액션이 강조된 게임을 영화로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출처=영화진흥위원해 영화DB

패밀리컴퓨터(패미콤, FC) 세대라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스트리트 파이터’ 영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93년과 1994년 개봉한 두 영화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원작을 영화로 이끈 기념비적인 영화다. 물론 설정과 등장인물, 설득력 부족으로 흥행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게임 영화로서 최초의 시도였던 이유도 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았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이후 게임 영화는 이후 꾸준히 제작됐다. 시리즈로 만들어져 공중파로도 방송된 ‘모탈 컴뱃’ 시리즈가 명맥을 이어받아, 2001년 ‘툼 레이더’ 시리즈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안젤리나 졸리와 라라 크로프트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심볼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원작 게임 자체가 ‘인디아나 존스’ 방식의 탐험(어드벤처) 장르였기에 작품성과 흥행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게임 영화로는 처음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쓴 작품으로도 꼽힌다.

이처럼 ‘툼 레이더’의 영화화는 게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봉 당시 오프닝 성적으로 4,770만 달러를 기록했고, 최종적으로 2억 7,5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덕분에 작품성이 있으면서 촬영이 쉬운 게임 원작의 영화화 소식이 연달아 발표되곤 했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지금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영화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영화 ‘제 5 원소’에서 열연한 밀라 요보비치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게임의 특징과 영화적 표현을 잘 버무려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이후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액션 영화로 탈바꿈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당시 대부분의 게임 영화는 가볍게 즐기는 오락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런 편견은 ‘사일런트 힐’이란 수작의 등장으로 깨졌다. 이 영화는 안개가 짙게 깔린 마을, 그로테스크한 괴물(크리처)이 판치는 세상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변하는 가를 탐구해 호평을 받았다. 원작의 콘셉트와 기획 방향을 스크린으로 옮긴 모범 사례로 꼽힌다. 상업적으로는 1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게임 영화로 명성을 날렸다.

게임사가 직접 제작하거나 영화사에 투자하는 흐름도 생겼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된 ‘워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시작을 담은 이 영화는 4억 3,900만 달러에 달하는 흥행기록을 썼다. 역대 게임영화 최고의 매출기록(단편 기준)이다. 발전한 특수효과 덕에 볼거리는 많았지만, 원작의 세계관을 전달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게임 영화는 액션과 흥미로운 설정, 원작의 인기 요소에 집중한다. 반면 최근에는 캐릭터 성에 주목한 영화들이 차례로 흥행해 눈길을 끈다. ‘포켓몬’의 상징이 된 피카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슴도치인 소닉 더 헤지혹 영화다.

두 영화는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갔던 기존 게임 영화와 달리 캐릭터 성에 집중했다. 물론, 원작의 설정과 게임팬이라면 눈치챌 만한 소품, 구성 등으로 게임 영화라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덕분에 흥행에도 큰 성과를 냈는데, ‘명탐정 피카츄’와 ‘수퍼소닉’은 역대 게임 영화 오프닝 기록을 차례대로 깼다.

‘명탐정 피카츄’는 약 4억 3,11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뒤를 잇는 흥행기록이다. ‘수퍼소닉’은 중국 개봉이 무산된 영향으로 3월 1일 기준 2억 6,575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여러 지역에 순차적으로 개봉하고 있어 총 수익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과 게이머에 집중한 영화도 있다. 게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아이들의 여정을 다룬 ‘더 위자드(전자 오락의 마법사)’와 ‘레디 플레이어 원’을 예로 꼽을 수 있다. ‘더 위자드’는 슈퍼마리오의 신작 발표와 대회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영화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예 가상현실(VR) 게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쳐 시장의 아이콘을 총출동시켜 주목받았다.

성공적인 영화들의 예를 들었지만, 실패한 영화도 많다. 대부분 예산 부족으로 특수효과가 부족했거나, 게임과 동떨어진 내용들로 게임 마니아마저 등을 돌렸다. 실제로 ‘수퍼소닉’의 경우 초창기 소닉의 재현도가 처참해 팬들의 빈축을 샀고, 몇 차례의 연기 끝에 게임의 모습을 재현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출처=소니픽쳐스 트위터

이런 흐름은 올 여름에는 ‘몬스터헌터’가 이어 받는다. 이 영화는 미국과 일본에 우선 상륙한다. 현실의 특수부대원이 다른 세계의 헌터와 만나 몬스터를 상대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액션에 집중하는 원작의 게임성과 헐리우드 영화의 각본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국산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헐리우드에서 영화화가 추진 중인 ‘크로스파이어’도 있다. 원작은 세계 10억명의 유저를 거느린 인기 IP다. 이에 스마일게이트와 소니픽쳐스, 텐센트 산하 텐센트픽처스가 공동 제작 및 투자, 배급을 위해 뭉쳤다. 이 소식은 지난달 13일 공식 발표됐다. 시나리오와 플롯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전을 다룬 원작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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