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여러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모바일게임의 PC 클라이언트 출시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콘솔 플랫폼 진출을 추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을 거쳐 모바일로 성장해온 한국업체 입장에서는 콘솔 플랫폼의 개발 및 서비스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크래프톤 소속 김상기 프로젝트매니저(PM)는 이런 한국업체의 고민을 풀기 위해 준비한 ‘PUBG가 심쉽(PC, Console)으로 개발하는 방법’ 세션을 9일 온라인으로 시작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강연했다.

크래프톤은 일찌감치 멀티 플랫폼 게임을 출시한 업체다. 2017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배그)’ 얼리 액세스 출시를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다음게임)-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4-구글 스타디아(STADIA) 등 현존하는 국내외 대부분의 플랫폼 버전을 개발 및 운영 중이다. 이날 강연은 다양한 플랫폼에 하나의 게임을 서비스하며 겪은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진행됐다.

온라인 혹은 PC게임의 콘솔버전 포팅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작업이다. 팀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서비스 분리와 게임 서비스 빌드를 프리징, 플랫폼 최적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입력장치(컨트롤러)의 차이에도 대응해야 한다. 포팅 과정도 쉽지는 않았지만, ‘배그’는 오히려 서비스 직후가 더 힘들었다고 한다. 한 달 간격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업데이트 일정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콘솔 포팅 작업은 QA 과정의 추가로 실제 작업 기간은 보다 짧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개발팀 간의 협업, 마케팅 효과, 완성도 및 기술 부채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유저 입장에서는 콘텐츠 업데이트 지연도 불만사항으로 떠올랐다.

많은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지 보수를 포함한 절차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먼저 시도한 방법은 플랫폼 통합이다. 두 개의 콘솔 플랫폼은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방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하나의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대안이 나온 것.

세부적으로는 콘솔 인프라의 통합과 가이드라인 생성, 운영 방침 설립 등으로 나뉘어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특히 운영 방침에서는 각기 다른 가진 플랫폼을 마치 하나처럼 통합해 운영하기 위해 업데이트 시점을 맞추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고 한다. 실제로 크로스 플레이(다른 플랫폼 유저가 매칭되는 시스템)을 위해서는 이런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했다.

‘배그’의 크로스 플레이는 유저 간의 매칭만을 지원하는 형태라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는 것은 비교적 간단했다. 다만, 콘솔 유저의 데이터(인프라, DB, 고유정보(Unique ID)를 통합 관리해야 했고, 플랫폼별로 다른 정책을 정리해 통일하는 것은 난해한 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는 “크로스 플레이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라면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가지고 정책 검토를 해보길 추천한다. 최근에는 크로스 플레이 지원을 위한 레퍼런스가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다”라며 “콘솔 크로스 플레이는 매치메이킹을 비롯한 라이브 서비스에 아주 좋은 성과를 보인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길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개발 효율성 개선을 추진했다. 구성원 모두가 플랫폼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업데이트 일정관리 PM 및 QA 조직을 합쳐 전체적인 과정을 단순화했다. 단, 개발 난이도가 급격하게 오른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김 PM는 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콘솔과 PC 및 온라인 개발 인력이 협업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나누어졌던 QA 프로세스 통합, 브랜치 전략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쳤다. 특히 ‘배그’는 개발 초기부터 국내외 개발팀이 함께 개발하는 브랜치 전략이 있었지만,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심쉽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플랫폼의 업데이트 시점을 맞출 수 있더라도, 시간적 여유는 반드시 두기를 추천했다. 테스트 서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빌드 플랫폼 제출 과정이 필요한 콘솔의 특성 때문이다. 추가로 정책적인 부분은 업체와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에 최적의 브랜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구체적인 멀티 플랫폼 개발을 위한 방안도 소개했다.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공용 모듈을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쓸 수 있는 고유 기능이나 모듈은 확장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복되는 코드와 하드코딩 및 에셋 삭제 등 최적화를 통해 유지 보수에 유리한 개발 환경을 마련하길 권유했다. 이밖에 UI 컴포넌트와 색상 등을 멀티 플랫폼에 맞춘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개발과정의 통합만큼이나 분리 기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플랫폼의 특성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게 이유다. 따라서 각 플랫폼에 맞춘 분리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가를 두어 협업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그는 “심쉽과 개발 파이프라인 개선은 장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협업 난이도 상승과 개발 킷의 확보 등 초기 구축 시간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어려운 점도 많다”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멀티 플랫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됐고, 개발팀 내에서 하나의 팀이라는 일하는 방식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란 경험을 공유하며 강연을 마쳤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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