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게임 EA 스포츠 FC 24(이하 FC 24)가 얼티밋 팀 모드에서 남녀혼성팀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발표한 직후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본 기자는 EA의 이 결정이 수요도 없고 명분도 없는 무리수라고 생각하기에 이 기사를 작성한다.

EA가 개발한 축구 게임 FIFA 시리즈는 전 세계 축구 게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이제 FIFA라는 문구는 제목에서 사라지지만, 해당 시리즈의 게임성과 콘텐츠는 FC 24로 온전하게 계승된다. EA 입장에서는 FIFA라는 문구가 게임 제목에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신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신작에서 뜬금 없는 발표가 나왔다. 가장 인기 있는 모드인 얼티밋 팀 모드에 여성 선수가 추가되고, 남녀혼성팀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본 기자는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만큼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었다. 개인적으로 25년 동안 축구 게임을 즐겨왔는데, 축구 게임에서 이런 것을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잠시 축구 게임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에 여성 선수를 대거 추가하려면, 그만큼 개발하는 데 노력이 더 들어간다. 여성 축구 팀, 축구 선수와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모션 캡처 작업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모두 쉬운 작업이 아니다. 개발하는 데는 이런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한데, 정작 유저들 사이에서는 ‘여성 선수를 추가해달라’는 수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EA는 여성 선수를 구현했고, 이번에는 얼티밋 팀 모드에도 여성 선수들을 합류시켰다.

일단, 여성 선수를 구현한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것도 현실 축구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까지는 ‘수요’는 없을지라도 ‘명분’은 있다. 그런데 얼티밋 팀 모드에서 남녀혼성팀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수요’도 없고 ‘명분’도 없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없는 형태의 축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구조에서는 남성과 여성 선수의 능력치도 굉장히 민감한 주제가 된다. 예를들면, 특정 여성 선수의 능력치가 호날두, 메시, 음바페 같은 유명 선수와 비슷하게 책정됐을 때, 이것을 납득할 수 있는 유저들이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유저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EA 관계자는 외신 IGN과의 인터뷰에서 “얼티밋 팀 모드는 유저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모드다”라고 말했다. EA가 지금까지 자사의 축구 게임을 홍보하며 강조해온 ‘현실성’이라는 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얼티밋 팀 모드에서 여성 선수들의 존재가 유저들의 ‘과금’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EA는 매년 얼티밋 팀 모드에서 상당한 수익을 벌고 있다.) 얼티밋 팀 모드에서 선수를 얻는 방법은 확률형 아이템인 ‘선수팩’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 많은 여성 선수들이 얼티밋 팀 모드에 합류하면 ‘선수팩’에서 등장하는 선수들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 결과로, 유저가 선수팩에서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액수를 과금해야 한다. 수요도 없고 명분도 없지만, EA의 수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출시 전부터 유저들이 격하게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정확하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A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축구 게임 시장을 EA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저들이 FC 24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언급할 수 있는 대안은 코나미의 ‘eFootball’인데, 이 시리즈의 현재 상태가 좋지 않아서 FC 24를 대체하기는 무리다. ‘풋볼매니저’(FM) 시리즈는 FC 24와 게임성이 완전히 다르기에 대체재가 될 수 없다.

EA의 이런 ‘무리수’를 견제할 유일한 방법은, FC 24를 구매한 유저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FC 24의 얼티밋 팀 모드의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져야 EA도 ‘뭔가 잘못됐다’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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