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엔터테인먼트(이하 NHN 엔터)가 자체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한돌’이 23일 열린 신진서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한돌’은 국내 바둑 프로 기사와 벌인 5번의 대국(신진서 9단, 박정환 9단, 이동훈 9단, 신민준 9단, 김지석 9단)에서 모두 승리했다. (대국은 선수를 두는 ‘흑’에게 7집 반이라는 패널티가 부과되는 중국식 규칙으로 진행됐다. 국내 프로 기사들은 대국 전에 ‘흑’이나 ‘백’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5명의 프로 기사들은 모두 ‘흑’을 선택했다.)

신진서 9단은 ‘한돌’과의 대국을 앞두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대하는 인공지능의 기량이 뛰어난 만큼, 힘든 승부가 될 것 같다. 사람을 상대로 대국을 하면 항상 ‘할만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지만, 인공지능과 대국을 하면 무의식 중에 약간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 중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신진서 9단이 대국 직전에 각오를 말하고 있다

승리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신진서 9단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어려운 승부를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돌’ 개발진은 대국에 앞서 승리를 예상했다. 개발을 담당한 이창율 팀장은 “‘한돌’이 2집 반 정도의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신진서 9단이 '한돌 2.0'과 대국 중인 모습

대국은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결과는 '한돌'의 승리였다. '한돌'은 19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돌'은 최근 진행된 국내 프로 기사 5명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한돌'의 개발팀은 "대국 결과 분석 그래프를 보면, '한돌'은 42수에 자신이 이길 확률이 10% 증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돌'은 그 이후부터 대국이 종료되기 직전까지 자신이 승리할 확률을 점점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라고 전했다. 

패배한 신진서 9단은 "내가 마지막 주자라서 부담도 됐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돌'과의 승부에 대해서 그는 "중간에 내가 이상하게 둬서 격차가 벌어졌었다. 상대가 인공지능이다 보니 격차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한돌'의 능력에 대해서 신진서 9단은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능력은 형세판단이었고, 수 읽기도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커제와 대국을 했던 '알파고 마스터'와 비교를 하자면, 비슷하거나 '한돌'이 약간 부족한 수준이라고 본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실수를 안하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라며 "프로 바둑 기사들도 바둑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독창성을 잃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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