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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에서 1년이 넘도록 유료화를 못한 ‘배그 모바일’과 그 후폭풍

텐센트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8년 2월에 중국에서 출시됐다. 그리고 1년이 넘도록 중국에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판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출시되고 약 1년 3개월이 된 지금도 이 게임은 중국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오고 종종 무료 게임 1~2위도 찍는다.

 

이 게임의 개발과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는 텐센트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만하다. 중국 출시 초기에 무료 게임 1위를 상당 기간 유지했던 만큼, 적절한 시기에 유료 아이템만 추가했다면 분명히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오를 법했다. 그런데 이렇게 출시 이후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과 매출을 놓쳤다.

업체가 텐센트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꾸준히 모바일 게임 신작을 출시하고 있고, ‘완미세계’는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에도 올랐다. 텐센트 게임 중에서 한국 IP를 소재로 개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만 이런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이 정도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비공식적인 ‘한한령’을 상징하는 게임이 될 법하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안타까운 사례는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고자 하는 한국 게임 업체와 한국 게임을 수입하려는 중국 업체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판호를 받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는’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 기자는 이런 사례를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다. 한 게임 업체의 게임과 관련해서 중국에서 좋은 소식이 나왔었다. 그래서 해당 업체 관계자를 통해 취재를 하던 도중에, 그 업체의 다른 관계자가 이번 소식이 한국 언론에 퍼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는데 왜 걱정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앞뒤 사정을 좀 더 들어봤다. 혹시라도 이 소식이 한국 언론을 거쳐서 중국 언론에도 나오면, 그 게임이 한국 게임 업체와 관련된 게임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던 중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과 관련이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그 게임이 중국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즉, 중국에서 그 게임에 아무런 탈이 나지 않도록, ‘한국과 관련이 있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최대한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런 걱정에 대해 ‘너무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 기자는 이런 심정을 100% 이해한다. 언급했듯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한국 IP를 소재로 중국 업체인 텐센트가 개발했는데도 아직까지 중국에서 유료화를 못했다. 최근에 발표된 외자 판호에서 한국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은 사실상 없었다. 중국에서는 게임이 ‘한국’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판호’와는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현지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국 업체든, 계약을 체결한 한국 업체든 중국에서 ‘이 게임은 한국 업체와 관련된 게임이다’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판호를 받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 조심하고 싶을 것이다.

지난 3월 28일 펄어비스가 공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계약 체결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상장사 입장에서 외국 서비스 계약 체결은 당연히 좋은 소식이고, 그 국가가 중국이라면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인 중국 게임 업체의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다. 비밀 유지 조항 때문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계약 당사자마저 비밀로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펄어비스와 중국 업체는 왜 이렇게 비밀 유지 조항을 강력하게 걸었을까? 본 기자의 추정은 이렇다. 현재 한국 게임은 판호를 받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중국 업체는 ‘검은사막 모바일’이 한국 게임이라는 점을 중국에서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한다. 특히, 판호를 발급하는 정부 관계자가 모르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계약 체결 단계부터 자신들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래야 한국 언론과 중국 언론에 자사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 게임 업체 관련 소식은 중국 게임 매체에 자주 실린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정도되는 게임이면 중국 게임 매체들이 다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중국 판호 때문에 한-중 업체들은 좋은 소식도 마음 놓고 알리지 못하고, 꽤 큰 규모로 중국 서비스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당사자마저 숨겨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본다. 비공식적인 ‘한한령’이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로 마주하게 된 씁쓸한 장면이다. 중국 게임 업계에서 비공식적인 ‘한한령’이 계속되는 한, 이런 씁쓸한 장면들을 앞으로도 계속 마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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