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수료를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원신’과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주인공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의 ‘수수료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중국 모바일 게임 마켓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작은 두 개가 있다. 9월 23일 중국에 출시된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28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되는 ‘원신’이다. 그런데 이 두 게임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화웨이, 샤오미, vivo, OPPO가 운영하는 모바일 마켓에는 게임이 아예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는 있지만,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플레이는 없다. 대신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탭탭(TapTap) 등 특정 업체가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마켓만 있다. 그 중에서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가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꽤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유명 게임이 출시할 때, 이런 주요 마켓에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몇몇 중국 게임 매체는 ‘원신’과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출시를 준비하면서 중국 안드로이드 마켓에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각종 안드로이드 마켓 수수료가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 2019년 7월에 텐센트가 각 마켓에 수수료를 50%에서 30%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중국 게임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가 맞는다면, 중국의 안드로이드 마켓은 평균적으로 5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과 구글이 받는 수수료인 3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는, 게임 업체가 단독으로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에게 수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요구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될 확률도 굉장히 낮다. 에픽게임즈 같은 유명한 게임 업체도 애플에게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는 요구를 최근에서야 했고, 양사의 분쟁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긴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원신’과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마켓 운영사에게 수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맞는다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원신’을 출시하는 미호요와 ‘라이즈 오브 킹덤즈’를 출시하는 릴리스 게임즈가 그만큼 게임의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이 충분히 유명해지면, 특정 마켓에 해당 게임이 없더라도 유저들이 다른 마켓이나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임을 설치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로, 두 게임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신’은 ‘붕괴3rd’로 유명해진 미호요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한국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차이나조이에서 공개됐을 때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그래픽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이슈가 됐고, 이런 이슈가 서양 게임 매체에까지 소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분위기가 비슷하긴 하지만, 표절까지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나름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누렸다.

2차 비공개 테스트 때 '원신'을 즐겼던 본 기자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분명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그래픽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게임 내용은 많이 달랐다. 공격 속성(불, 얼음, 바람, 전기 등)을 조합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짜임새 있는 액션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또한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교체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유저들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가 향후에 더 추가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또 다른 게임인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됐고,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략 게임 장르를 거의 평정하다시피 했다. 중국에서는 23일 출시되어 25일 기준으로 앱스토어 매출 4위에 올랐다. 릴리스 게임즈는 이 게임 외에 ‘AFK 아레나’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흥행시켰다. 이런 자신감이 쌓여서 주요 마켓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두 게임 업체가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주요 마켓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나 특정 게임에만 특혜를 주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형평성 문제를 들고 수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에픽게임즈 역시 미국에서 법적 분쟁에 들어갔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수수료 이슈가 각국에서 어떻게 마무리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만 기자  ktman21c@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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