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원피스’는 게임으로 자주 출시되는 작품 중 하나다. 중국에서도 이 작품을 소재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 다수 출시됐었다. 그리고 최근 게임 산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바이트댄스가 모바일 게임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항해왕 열혈항선’(航海王 热血航线)이다.

‘항해왕 열혈항선’의 장르는 모바일 액션 RPG이며, 지난 4월 22일 중국에 출시됐다. 중국 서비스는 Nuverse(朝夕光年)와 CMGE가 공동으로 담당한다. Nuverse는 바이트댄스의 게임 부문 자회사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중국에서 꽤 주목을 받았다. ‘원피스’라는 인기 작품을 소재로 개발되기도 했고, 최근 게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굵직한 신작이기 때문이다. 성과도 좋다. 출시 후에 중국 앱스토어 매출 3위까지 올랐고, 지금까지도 매출 3~10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중국에 선보인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 충실한 원작 구현, 컷신과 애니메이션이 인상적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과 컷신이 나온다. 원작 팬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졌다. 일본어 성우들의 연기도 괜찮다. 최근 유명 작품을 소재로 개발된 중국 모바일 게임들의 품질은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봐도 무방한데, ‘항해왕 열혈항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르는 액션 RPG다. 유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원작의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고, 전투는 모바일 MMORPG처럼 필드에서 진행된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처럼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는 방식이다. 캐릭터들의 액션과 타격감이 잘 구현되어서 전투도 재미있게 즐길 만하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동료는 밀짚모자 해적단에 국한되지 않고, ‘칠무해’처럼 원작에서 적으로 등장한 캐릭터도 게임에서 동료가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원작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게임의 흐름은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유저는 원작대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도 있다. 게임 내에는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지역이 잘 구현되어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컷신과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본 기자는 원작을 잘 모르지만, 게임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퀘스트 버튼만 눌러도 알아서 진행이 된다.

■ 게임 자체는 평범…확실한 색깔이나 특징이 부족하다

‘항해왕 열혈항선’이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게임으로만 평가하자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이 게임만의 특징이나 색깔이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RPG라는 틀에 ‘원피스’를 입혔다고 보면 된다. 원작을 제외하면, 게임을 소개하는 데에 별로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전투도 처음에는 재미있다. 다만, 이 재미가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액션 자체는 잘 구현했지만, 모바일 게임은 액션만으로는 재미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투에서 이 게임만의 특징이나 뭔가 변수를 만들어서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중국에서 같은 장르에서는 경쟁작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쟁작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알리게임즈가 지난 2018년에 출시한 ‘항해왕 연소의지’ 정도다. 두 게임 모두 원작을 잘 구현했고, 전투를 제외하면 게임 진행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바이트댄스의 게임 사업에 대한 기대치

‘항해왕 열혈항선’이 중국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이트댄스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바이트댄스는 최근 2년간 중국에서 게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회사 별로 캐주얼 게임, 미드 코어 게임 등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Nuverse는 ‘항해왕 열혈항선’ 같은 미드 코어 게임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과도 좋다. 바이트댄스가 오랜 만에 굵직한 모바일 게임을 중국에 출시했는데 중국 앱스토어 매출 3위까지 찍었다. 바이트댄스가 선보인 게임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물론, 앞으로 중요한 것은 장기 흥행에 성공하느냐다. 중국에서 ‘원피스’를 소재로 개발된 게임이 여러 개 출시됐지만, 아직까지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없었다. 바이트댄스가 이것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하다. 만약 장기 흥행까지 성공한다면, 바이트댄스의 게임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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