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러 가지 플랫폼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개발 기조에도 변화가 읽힌다. 플랫폼을 넘어 작고 빠른 개발과 도전을 시도하고 지원하는 도전이 늘고 있다. 자율과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재미를 만들기 위한 모험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 게임업계는 프로젝트의 대형화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장르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됐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MMORPG 개발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싹텄다. 작은 게임으로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이 목표다.

출처=넥슨 뉴 프로젝트 : 미디어 쇼케이스 영상 캡처

넥슨은 5일 사업 방향과 신규 IP(지식재산권) 타이틀을 대거 발표했다. 내부에서 직접 개발한 자체 라인업을 앞세웠다. 여기에는 유저가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 MOD’가 포함됐다. 완성된 타이틀을 위주로 흐르던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프로젝트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유명 2D게임의 리소스(개발 자원)으로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는 플랫폼이자 도구라 할 수 있다.

크고 작은(Big & Little) 게임이란 전략 아래 보다 소규모의 단일 게임과 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얼리 스테이지로 명명된 넥슨의 서브 브랜드다. 여기에 개발 초기 단계부터 내용을 공유한다는 발표도 뒤따랐다. 제 모습을 갖추기 전까지 존재 사실조차 꽁꽁 싸매던 흐름을 깨부순 선택이자 전략이다. 게임의 형태도 작고 빠름을 추구한다.

출처=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1 홈페이지 캡처

네오위즈와 스마일게이트는 인디게임 생태계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네오위즈는 국내에서 개발된 인디게임을 글로벌 유저에게 선보이는 창구 역할을 자처했다. ‘산나비’, ‘메탈유닛’, ‘댄디 에이스’ 등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 사우스포게임즈와 함께 스팀 플랫폼에 출시한 ‘스컬’은 이례적인 관심과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작의 당연한 흥행을 기다려야 했던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소식으로 조명을 받은 사례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방구석 인디게임쇼도 열었다. 오는 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약 150종의 출시 및 미출시 인디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유저의 입소문과 대형 게임쇼의 샛방에 의탁해야 했던 지난날과 달라진 모습이다.

출처=스토브 인디 홈페이지 캡처

스마일게이트는 인디게임과 한국 유저를 잊는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독자 플랫폼 스토브 인디다. 접근성과 한국어 미지원(일명 안한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스토브 인디 플랫폼의 정체성이다.

사실 한국에서 인디게임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 유저의 시선으로 보면 언어의 장벽이 크다. 유저가 만든 언어 패치를 기다리거나, 번역 서비스에 의존해야 했다. 스팀과 같은 해외 플랫폼으로 유통돼 접근성도 낮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다양한 게임과 유저를 잇는 역할을 자처했다. 개발자를 위한 지원 역시 이 플랫폼과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활동들이 경영적 성과로 분명히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제살을 깎아 먹는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게임이란 콘텐츠가 자율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도전해 결실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본 장비를 맞추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장비를 갖추면 모험의 난이도는 낮아진다. 지금 게임업계에 조성된 변화와 도전 역시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성장통도 분명히 따라온다. 하지만 제대로 골격이 갖춰진다면 아픔은 사라지고, 잊힌다. 변화와 도전에서 얻은 경험이 한국 게임업계와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길 기대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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