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미의 축구 게임 ‘e풋볼 2022’이 지난 9월 30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됐다. ‘e풋볼’은 코나미의 기존 축구 게임인 PES(위닝일레븐)을 대신하는 새로운 축구 게임 브랜드다. 게임 엔진은 기존의 폭스 엔진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됐고, 게임 밸런스도 다소 변경됐다. 코나미는 지난 여름부터 ‘e풋볼 2022’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e풋볼 2022’에 대한 평가는 처참할 정도로 좋지 않다. PC 버전은 스팀에서 역대급 악평을 받고 있다. 출시일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8~9%였고, 10월 19일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11%다. 그래서 스팀 상점의 평가 항목에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스팀에 출시된 굵직한 게임이 이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게다가 ‘e풋볼 2022’는 중소 업체나 인디 게임 개발사도 아닌, 코나미라는 일본의 유명 게임 업체가 대대적으로 준비한 신작이다.

‘e풋볼 2022’은 게임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혹평을 받고 있다. 그래픽 품질, 선수 얼굴과 표정, 관중 그래픽, 전반적인 물리 효과, 게임 밸런스, 영상으로만 만들어진 튜토리얼, 부족한 콘텐츠, 최적화와 버그, 경쟁 게임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부족한 라이선스 등 축구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가 비판을 받고 있다. 특정 요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처참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개발 엔진’이라고 본다. 개발 엔진이 폭스 엔진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됐는데, 개발자들이 새로운 엔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축구 게임의 PC 버전이나 콘솔 버전을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한 경험이 부족했다보니, 게임의 여러 가지 요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코나미의 게임 사업 노선을 꼽을 수 있다. 코나미는 2015년부터 모바일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업소용 게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성과도 좋았다. ‘유희왕’ 등 여러 성공작이 있었고 ‘e풋볼 2021’ 모바일 버전도 흥행에 성공했었다.

그런데 ‘e풋볼 2022’는 모바일, PC, 콘솔 유저가 함께 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됐다. 흔히 말하는 ‘크로스 플레이’ 기능이 들어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모바일, PC, 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기종의 성능에 따라서 그래픽 품질을 최대한 뽑아내고 해당 기기에 최적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런 작업을 잘 해낸 대표적인 사례로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있다. 다만,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을 만든 업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코나미 개발진은 폭스 엔진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엔진이 교체된 상황에서 PC 버전과 콘솔 버전을 개발했다. 개발진 입장에서는 아직 엔진에 적응도 덜 된 상황에서 모바일-PC-콘솔의 크로스 플레이를 구현하면서 각 기종에서 최고 품질의 그래픽을 뽑아내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모바일 버전을 기준으로 그래픽 품질을 유지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e풋볼 2022’ PC 버전과 콘솔 버전은 시대에 맞지 않는 그래픽 품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개발진과 경영진의 입장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축구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자라면, 이 정도의 품질로 게임이 출시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게다가 ‘PES’는 전 세계적으로 열성 팬이 있는 브랜드다. 본 기자도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위닝일레븐’ 시리즈를 열심히 즐기면서 자란 세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런 유명 브랜드를 이어받은 신작이 이 정도의 품질로 출시되면, 엄청나게 비판 받을 것이라는 점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진이 경영진에게 이런 이야기를 강하게 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개발진이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도, 경영진은 ‘출시 후에 문제가 있으면 패치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정도로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e풋볼 2022’의 현 상황은 패치나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게임을 ‘대대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해결할 수 있을지, 해결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예상하기 쉽지 않다. 2020년에 출시됐던 ‘사이버펑크 2077’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은 ‘PES(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이렇게 가는 구나’라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흥행은 차치하고, 코나미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타격이 크다. ‘e풋볼’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타격은 물론이고, 이런 상태로 게임을 출시한 코나미라는 업체에 대한 신뢰도 많이 하락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게임의 품질이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게임 브랜드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코나미가 모바일 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PC와 콘솔 버전의 ‘e풋볼 2022’을 정상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모바일 버전과의 크로스 플레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그 기능을 잠시 미루더라도, PC와 콘솔 버전을 제대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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