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서브컬쳐 게임들이 일부 민원으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을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서브컬쳐 게임들에 대해 등급재분류를 추진 중이다. 그로 인해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페이트/그랜드오더’와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블루 아카이브’는 이에 대한 내용을 공지하며 등급 변경이 이뤄질 것을 언급했다.

넷마블 측은 지난 9월 30일 공지를 통해 “게임 내 일러스트 중 일부 표현이 현재 게임 등급에 적절하지 않다며 게임위로부터 등급재분류 결정 통보를 받았다. 이에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명확한 등급을 판단받기로 하고, 등급분류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페이트/그랜드오더’는 12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인데, 넷마블 측은 전적으로 게임위의 결정에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출시 5년만에 서비스 등급이 바뀔 예정이다.

넥슨 측은 지난 4일 공지를 통해 “게임위로부터 리소스 수정 혹은 등급 상향 권고를 받았다. 리소스 수정이 가장 빠른 대응 방법이지만, 유저가 만족하기 어렵고 유사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에 등급을 올려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기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수정된 청소년용 버전을 새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블루 아카이브’는 15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인데, 넥슨 측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의 상향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매출 분산과 개발력 추가 투입 등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지만, 게임성 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택한 결정이다.

두 게임 외에도 다른 서브컬쳐 게임들에 대해서도 게임위가 사후관리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여기에는 ‘소녀전선’, ‘백야극광’, ‘명일방주’ 등 중국산 서브컬쳐 게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녀전선’, ‘명일방주’는 15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이며, ‘백야극광’은 12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이다. 이들 게임에 대해서도 조만간 등급재분류 혹은 상향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특정 장르에 등급 상향 이슈가 생긴 것은,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소수의 인원이 주도적으로 서브컬쳐 게임들에 대한 민원을 몇 달 전부터 지속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는 민원 가이드와 민원 게임 명단을 정리해 공유했고, 여기에 민원 인증글까지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민원을 접수한 게임위는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했고, 게임 내용이 현재 연령에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되어 사후관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수의 민원에 게임위가 움직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페이크/그랜드오더'와 '블루 아카이브' 등 여러 게임들의 유저들은 반대 의견을 담은 민원은 물론, 다른 타겟층을 갖고 있는 ‘앙상블 스타즈’에 대해 등급 적정성 문제에 대한 민원을 게임위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향 게임인 ‘앙상블 스타즈’는 현재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정작 이 게임이 개발된 일본에서는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 내 안무에서 카지노와 슬롯머신을 돌리는 연출이 등장하고, 스토리와 소재가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곧 추가될 콘텐츠에서는 남성간의 키스를 묘사하는 안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한 등급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 게임이 해외에서는 같거나 더 낮은 등급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더 높은 등급을 매기는 성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체등급분류제도를 통해 각 업체가 정한 등급이지만, 게임위가 이를 문제삼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트/그랜드오더’의 경우 해외에서는 ESRB 기준으로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틴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고, ‘소녀전선’, ‘백야극광’, ‘명일방주’ 등도 틴 버전이 적용 돼있다. 심지어 ‘블루 아카이브’는 북미에서는 틴 버전이고, 일본에서 전체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사들은 대부분 더 높은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겼다. 규제 기관인 게임위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게임위 등급분류 기준 문서 중 선정성 부문의 내용.

그리고 게임위의 청소년 이용불가 기준 중 선정성 부분에는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를 비롯해 8개의 항목이 있을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에 지적을 받은 게임들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게임위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조정 결정을 내릴 경우, 소수의 민원 제기로 인해 타 국가와 다른 결정을 내려 국내 게임 산업과 창작 의지에 대해 피해를 입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게임이 젠더 갈등의 소재로 쓰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게임위가 촉발시킨 젠더 논란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는 “국가마다 보는 입장이 다른 만큼 같은 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청불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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