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는 어려운 콘텐츠에 도전하기 위한 코어 게이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어려운 게임은 터부시돼 왔다.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에서 진입장벽은 곧 실패를 전재한 모험처럼 기피됐다. 따라서 대부분의 콘텐츠가 완료(클리어)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다.

대부분의 게임은 유저의 도전욕은 완료 등급으로 책정한다. 최근작에는 후하다 싶을 정도로 평가방식이 낮아져, 최고등급을 받기도 쉬운 편이다. ‘레이드’와 같은 최종(엔드) 콘텐츠로 어려운 게임의 요소가 명맥을 이었지만, 육성과 파밍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면서 도전욕을 자극하는 콘텐츠는 더 찾아보기 어려워 졌다.

다수의 유저가 여가시간에 가볍게 즐길 게임을 선호하는 한국게임의 현주소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서비스산업인 게임은 이런 캐주얼한 게임의 존재는 당연하고, 필요하다. 수많은 인터뷰와 쇼케이스에서 ‘쉽고 재미있는 게임’ ‘이지투런, 하드투마스터’가 반복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 이런 ‘쉬운 게임’에 반기를 든 어려운 게임의 성공사례가 늘고 있어 반갑다. 지금까지는 해외 패키지와 콘솔게임 뿐이었지만, ‘소울워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가 된 ‘다크소울’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게이머가 사랑한 시리즈다. 3개의 작품으로 완결돼 아쉽다는 반응을 얻을 정도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난이도로 판매량이 부진했다. 하지만 수준급의 완성도와 살인적인 난이도가 유저의 도전욕을 일깨웠고, 곧 ‘유다희(You Died, 캐릭터 사망 문구)’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대중적인 작품이 됐다.

헌팅 액션 장르를 개척한 ‘몬스터헌터’는 최신작 ‘월드’로 글로벌 게이머를 흥분시켰다. 육성 요소가 적어 콘트롤에 따라 강적을 상대하는 콘텐츠로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거대한 공룡을 상대하는 왜소한 인간의 역경이 곧 콘텐츠인 셈이다. 초보 유저에게는 꽤 어려운 게임이지만, 입소문과 완성도 덕에 개발사 캡콤이 개발한 게임 중 가장 많은 유통량(판매량)을 올렸다.

‘소울워커’는 서비스 1년 여만에 반등했다. 캐릭터 게임을 좋아하는 한국 유저가 몰린 덕이다. 뒤이어 공략이 어려운 보스 난이도가 화제가 돼 각종 게임을 수백~수천 시간 즐긴 코어한 게이머가 신규 유저로 참가했다. 캐주얼한 접근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에서 반전매력을 가진 것이 호재가 됐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한국 유저도 어려움을 피하는게 아닌, 반기는 모습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실패해도 괜찮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전’의 성취감에 목말라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사실 리스크 없이 도전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콘텐츠의 큰 장점이자 최고의 경험이다). 지난 20여 년간 ‘레벨업’한 유저들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사례만 가지고 어려운 게임을 만들자고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당장 성과가 필요한 업체가 성공이 불확실한 어려운 게임을 만들기는 무리다.

앞서 설명한 작품들도 개발과 출시 초기에는 실패의 쓴잔을 들이킬 뻔 했다. 성공한 작품보다, 실패한 작품의 예를 드는 것이 편할 정도고, 아직 사례도 적다. 이런 모험을 시도하기기는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사실 가장 최근 사례인 ‘소울워커’도 그다지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 빛난다.

유흥산업이자 문화산업, 흥행산업인 게임은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야 유저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캐주얼한 게임도, 하드코어한 게임도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 모두가 쉬운 게임을 외치는 요즘, 다시 ‘도전’의 만족감을 전해줄 어려운 게임을 고민해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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