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늦둥이인 ‘검은사막 모바일’이 새 바람을 일으켰다. 흔히 착한 과금제로 표현하는 비즈니스 모델(BM)로 쟁쟁한 게임들을 물리치고 견고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 이는 탄탄한 콘텐츠와 IP(지식재산권)을 계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전시킨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2월 28일 정식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몰려드는 유저를 수용하지 못해 서비스가 지체되고,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 것. 여기에 수 많은 유료 아이템과 가격 등이 유저의 불만을 샀다.

이런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반전됐다. 탄탄한 콘텐츠와 시간을 들이면 강해지는 시스템 구성 등이 유저 입에 오르내리며 재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검은사막 모바일’은 모바일 MMORPG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선구자로 시장에 우뚝 섰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원작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의 콘텐츠를 계승했다. 수많은 조작과 상업 시스템이 강점인 원작을 모바일만의 색체로 표현했다. 월드보스와 던전의 입장 편의성을 높였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업시스템은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대형 업데이트를 주마다 적용하며 즐길거리를 보강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작의 맛을 돋보이게 한 것도 눈길을 끈다. IP기반 모바일게임이 원작을 계승하는데 집중하는 것과 다른 접근 방식이다.

원작 ‘검은사막’은 액션이 가미된 3세대 MMORPG로 손꼽힌다. 유저의 행동이 경제에 직접 반영되고, 이런 소수의 선택이 다수가 이용하는 세계에 영향을 주는 복잡한 게임이다. 반대로 ‘검은사막 모바일’은 액션과 사냥, 효과음 등 원초적인 재미에 집중해 개발됐다.

발표회 당시 기자들의 눈길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액션에 쏠렸다. 최신 온라인게임 급 액션이 모바일 기기에서 재생됐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직접 조작이 가능한 게임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개발 중인 버전을 직접 플레이했다.

그럼에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게임을 유저가 가진 스마트폰에서 정상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만큼 ‘검은사막 모바일’은 모바일 시장에서도 이질적인 콘텐츠와 완성도로 충격적이었다. 이는 원작의 강점 없이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원작 반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조용민 펄어비스 총괄 프로듀서는 원작의 무역 콘텐츠를 모바일로 구현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발표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 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모바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게 보여주는 예다.

원작의 편의성을 살리 되, 영향을 줄인 과금제는 유저들이 호평하는 최대의 콘텐츠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적용된 아이템은 이동 편의성, 사냥 연속성 등을 보장하는데 집중돼 있다. 유저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매출 순위 2위(구글플레이 기준)를 달성하는 밑바탕이 됐다.

모바일 게임의 BM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시간을 대신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시간이 곧 강함으로 이어지는 MMORPG는 이런 특징이 더 강하게 반영된다.

반면 ‘검은사막 모바일’은 강함과 직결되는 아이템은 최대한 배제했다. 일부 악세서리를 구매할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구매하는 재화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밖에는 가방 크기와 무게, 애완동물(펫) 등이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거론된다. 모두 자동사냥 과정에서 아이템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한 편의 아이템 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은 재미가 중요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재미있는 콘텐츠와 착한 과금제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유저도 닫힌 지갑을 열고 있어 긍정적이다. 이 같은 게임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라고 했다.

한편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국내 서비스 안정화와 콘텐츠 보강을 목표로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중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원작 '검은사막'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큰 성과를 낸 바 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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