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알파 테스트부터 얼리 엑세스(미리해보기) 출시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을까? 펍지주식회사 강경은 북미커뮤니티 담당자가 16일, 지스타 2018 부대행사인 국제 게임 컨퍼런스에서 게임 커뮤니티를 효율적으로 키우는 핵심 요소 3가지, 목표-커넥터(연결자, 윤활유)-모멘텀(추진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경은 님은 ‘배틀그라운드: 프리 알파 테스트부터 얼리 엑세스(미리 해보기) 출시까지의 커뮤니티 스노우볼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여기서 ‘스노우볼링’이란 눈사람을 만드는 초기 과정, 즉 눈 덩이를 크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배틀그라운드’는 사내에서 어렵게 허락을 받은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약 20명의 개발진은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봤다. 다만, 이 장르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기존에 다른 게임에서 배틀로얄 모드를 즐기던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신작을 개발해서 이 시장을 공략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렵게 허락받은 프로젝트 였기에, 넉넉한 예산을 받기는 힘들었다. 결국, 제한된 상황에서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효과적인 방법을 위해 중요한 것은 3가지다. 구체적인 목표, 게임 업체와 커뮤니티를 연결시켜 줄 역할을 할 사람(커넥터, 연결자, 윤활유), 커뮤니티를 더 커지게 할 수 있는 모멘텀(추진력)이다.

개발진의 목표는 명확했다. 배틀로얄 장르를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은 님은 하드코어 게이머는 아니었지만, 연결자 역할을 자청했다. 그래서 강경은 님은 인터넷 게임 방송을 하는 사람을 포함한 유명인들을 하나 둘 섭외하기 시작했다. 한국 보다는 미국에 많이 있었다.

특별히 대행사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고, 트위터, 유튜브, 구글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았다. 보통, 게임 방송인들은 게임 개발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한다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 과정을 지금 돌아보면, 요새 말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게임을 개발하고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이 커뮤니티를 키워나간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유명인들과 방송인들을 어느 정도 모은 후에, 강경은 님은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본인이 하드코어 게이머는 아니었지만, 이들과 친구처럼 지내서 좋은 관계를 맺어 놓았다. 한 사람마다 생일도 챙기고, 베타 테스트가 있으면 코드를 전달해주고,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아이템을 지급하는 식이다.

유명인들에게 지급된 특별한 아이템은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게임 개발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도 주고, 다른 사람은 없는 특별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게임 방송인에게는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다른 게임 방송인 입장에서는 나도 열심히 해서 꼭 저런 기념 아이템을 받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모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더 커지게 하는 추진력도 중요하다. 알파 테스트나 베타 테스트가 종료됐을 때 기념 이메일을 보내거나, 작은 이벤트를 열거나, 작은 파티를 여는 것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이 조금씩 누적되어 커뮤니티가 점점 더 커지는 추진력을 얻게 된다. 정리하자면, 구체적인 목표, 연결자 역할을 할 사람, 커뮤니티가 더 커지게 하는 추진력이 있으면 효율적으로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디 게임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팀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강경은 님은 마지막으로 ‘어려운 도전을 하는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초기의 약 20명의 개발진들은 사실 엄청난 도전을 한 것이다. MMORPG 개발자가 총싸움 배틀로얄 게임을 개발한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하지만 이런 도전자를 응원해주는 분위기는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런 도전을 한 사람이 결국 실패했을 때 고통을 분담해줄 사람이 없다”라며 “어떻게보면 전 세계에서 통하는 e스포츠 종목이 한국에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곳 저곳에서 응원보다는 ‘거 봐라’하는 반응이 더 많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GDC나 블리즈컨 같은 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하는 생각을 한다”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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