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장수 게임 중 하나인 ‘마비노기’. 넥슨 김동건 프로듀서가 이 게임을 기획하고 출시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었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24일 넥슨 사옥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이라는 제목으로 NDC 2019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총 30년의 게임 개발 경력을 가진 그는 2000년 1월에 넥슨에 입사해서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마블 배틀라인’, ‘어센던트 원’ 등 다양한 게임 개발에 참가했다.

김동건 프로듀서는 "온라인 게임은 수명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서비스가 되고 있는 ‘마비노기’는 운이 좋은 편이다"라며 “기록을 남기자는 측면과 앞으로 더 나은 게임이 나오는 토양이 되길 바라며 이 발표를 준비했다”라며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보자

김동건 프로듀서는 대학생 시절, 이은석 개발자와 대학교 전산실에서 네트워크 기능이 지원되는 PC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재미를 알아갔다. 그런데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먼저 나서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유하자면, ‘아파트에 새로 이사온 사람’ 같은 어색함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먼저 다가가기는 힘들어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2000년에 넥슨에 입사한 그는  ‘마비노기’라는 이름으로 기획서를 제출했고, 승인을 받았다. 이렇게 '마비노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3D 온라인 게임 개발은 처음, 잘 된 것과 잘 안된 것들

‘마비노기’ 개발을 시작했을 때 김동건 프로듀서는 2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우선, 당시 넥슨에서 3D 게임을 개발해본 사람이 없었다. 온라인 게임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해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개발 초기에는 김동건 프로듀서의 지인이 집에서 만든 3D 엔진을 500만 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마비노기’는 자체 개발 엔진으로 개발됐다. 덕분에 전반적인 게임 그래픽에 다른 온라인 게임과는 다른 색깔을 더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신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초기에 어떻게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에는 ‘카툰랜더링’ 기법을 사용했다. 지금이야 흔한 기법이지만 그 당시에는 개발 단계에서 이 기능을 지원하는 하드웨어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의 외곽선 처리 기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 기법을 구현하기도 했다.

전투의 경우 ‘가위바위보’처럼 상성이 중요한 전투를 구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저들은 그냥 ‘턴제 전투’라고 불렀다. 그나마 ‘다른 온라인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리고 전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수백시간 동안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이 피로해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다만,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출시 직후에도 계속되는 야근과 밤샘 근무로 인해 개발자들은 완전히 방전이 됐다. 김동건 프로듀서는 “이 시기에 번아웃(방전)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개발진이 한 명씩 방전되면서 팀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았다”라고 전했다.

김동건 프로듀서는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게임들이 너무 똑같다, 발전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시기에 과거의 기록을 나누는 것이 좀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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