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421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구글은 게임 업체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는데, 공정위는 구글의 이런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게임 업체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양한 도움을 주겠다’라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6월 1일에 출범한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한국의 통신 3사와 네이버가 협력해서 한국 안드로이드 마켓 점유율 40%를 목표로 잡았다. 그러자 한국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구글도 긴장했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에 구글은 원스토어가 출범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한국 매출에 중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에 구글은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대응했다. 모바일 마켓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 모두 한국 매출의 90% 이상이 게임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구글은 한국의 대형 게임 업체를 포섭하기 시작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해외에 진출할 때 도움을 주겠다’라거나, ‘구글플레이 메인 페이지에 게임을 노출시켜 주겠다’라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이런 협상을 위해 구글 본사의 고위 임원이 한국 게임 업체와의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구글의 이런 작업은 한국의 대형 게임 업체들을 상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나중에는 한국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는 중국 게임 업체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덕분에, 원스토어에는 한국과 중국의 게임 업체들이 출시하는 굵직한 게임이 출시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런 작업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진 결과, 원스토어 출범 이후에 한국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구글플레이의 점유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원스토어가 출범한 이후에 구글플레이의 점유율은 85~95% 수준으로, 기존의 80~85%에서 더 증가했다. 굵직한 모바일 게임이 빠진 원스토어는 유료 구매자가 감소했고, 그 결과로 굵직한 게임을 유치하는 것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원스토어는 2017년과 2018년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사진> 공정위 자료

공정위는 구글의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제5조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는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는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 그리고 이런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 중에는 ‘배타적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주요 게임 업체들에게 한 행위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도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관련 메일을 삭제하도록 요구하거나 오프라인 논의를 유도하는 등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공정위는 구글에게 421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시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 ‘모바일 게임 업체에 경쟁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지원을 해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글 내부적으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그 운용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하라는 내용도 있다.

공정위는 “앱마켓은 디지털 시장 전방에 파급효과가 큰 플랫폼이고, 전 세계 경쟁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앱마켓 시장 독점은 연관된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시장의 경쟁을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라고 전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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