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이 국내 게임사에 자행하던 갑질 행위가 드디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4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그 사례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온 구글의 행동은 은밀하면서 치밀했고 꼼꼼했다. 스토어 메인 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을 받으려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를 위해 독점 출시 조건부 지원 전략을 수립했고,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은 물론 중소 게임사와 중국 게임사까지 손길을 뻗쳤다. 심지어 미국 본사 임원도 모 개발사를 찾아 구글 독점 출시를 종용했고, 이미 출시한 게임까지 원스토어에서 빼도록 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게임사와의 협의는 아주 긴밀하게 진행됐고, 유출을 우려해 소통한 이메일을 삭제토록 지시하거나 직접 만나서 협의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이에 여러 업체들이 동시 출시나 추가 출시를 계획하다가 포기했다. 이렇게 구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원스토어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점유율이 9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해 변형 안드로이드 OS 탑재 기기 생산이나 개발 활동을 금지시켰고, 이 때문에 2,2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또한 높은 수수료로 인해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되자 양자택일 결제방법을 내놓고 사실상 수수료의 차이가 없도록 만들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이 모든 행위들은 구글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상태에서, 그 지위를 남용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이를 기반으로 한 플레이스토어, 그리고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며 다른 회사나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올랐다. 그리고 더 많은 이익 추구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자 해외 각국에서도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게임쪽에서도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 모바일 게임임에도 PC 플랫폼으로 함께 서비스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PC로 고퀄리티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구글의 높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구글의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려면, 강력한 경쟁자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경쟁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만, 독점은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애플이라는 경쟁사가 있지만, 실제로는 한통속이다. 다른 경쟁자는 아직 그들 만한 힘이 없다.

구글이 설립된 1998년 당시 내부의 표어이자 모토는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였고, 구글이 알파벳의 자회사가 된 이후에는 ‘옳은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 게임 시장에 해온 행동들은 악마 같았고 옳지 않은 일이었다. 각국 정부가 나서기 전에 먼저 갑질을 멈추고 소비자를 생각하는 행동을 했으면 한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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