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목을 '콘솔 게임기의 종말은 의외로 빠르다?'라고 정하려 했다. 물론, 콘솔 게임기가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게임기 개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에서 알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 독점 타이틀로 차별화를 꾀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가 멀티 플랫폼화를 선언했다. '마지막 잠재적 시장'인 경쟁사의 서비스로도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종착역은 어디가 될 것인가?

■ 리스크가 높은 콘솔 게임기 사업

2024년 2월 16일에 스트리밍된 'Updates on the Xbox Business | Official Xbox Podcast'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독점 타이틀 4개를 PS5와 닌텐도 스위치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작품 4종은 추후 공식 블로그 Xbox Wire에서 '펜티먼트', '하이-파이 러시', '그라운디드', '씨 오브 시브즈'로 밝혀졌다. 우선 이들을 테스트 삼아 향후의 '비독점화' 추세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리밍 방송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완료에 맞춰 '디아블로 4' 등을 자사의 게임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에 순차적으로 추가할 것이라는 정보도 전해졌다. 또한, Xbox 부문 사장인 사라 본드(Sarah Bond)는 차세대 게임기 개발에 대해서도 언급해 게임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번 발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사업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소문을 불식시키고, 게임 산업에 계속 투자할 것임을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라 본드 사장은 "(다음 세대의 콘솔 게임기에 대해) 하드웨어 세대가 여태 듣고 본적도 없는 기술적 발전을 선보이는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림설명] 독점 타이틀을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것에 대해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커뮤니티의 우려와 비판에 새로운 전략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

콘솔 게임기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제조 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특성상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다. PS5가 흑자 전환했다는 기사가 게재된 것이 2021년 8월 4일이니 1년 9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Xbox 시리즈 X|S의 현재 판매량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위키피디아를 근거로 집계한 콘솔 게임기 판매대수다.

6세대
PlayStation 2: 1억 5,500만 대
Xbox: 2,400만 대

7세대
PlayStation 3 : 8,740만대
Xbox 360: 8,400만대

8세대
PlayStation 4: 1억 1,720만대
Xbox One: 5,800만대

9세대
PlayStation 5: 5천만 대(2023년 12월 기준)
Xbox 시리즈 X|S: 2,100만대(2023년 6월 기준)

실제로 2월 15일 소니 그룹이 공개한 2023년 3분기 연결 결산 보고회에서 SIE의 임시 CEO를 겸임하고 있는 토토키 히로시(十時裕樹)는 PS5의 누적 판매량이 5천만 대에 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당초 예상했던 2,500만 대를 판매하지 못하고 2,100만 대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소니 그룹의 주가도 5일 동안 3.41% 하락했다.

참고로 닌텐도의 게임용 하드웨어는 각 세대의 중간 즈음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게임기의 성능으로 어느 세대에 속한다고 정의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닌텐도 스위치는 휴대용 게임기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어, 거치형인 Xbox 시리즈 X|S나 PS5의 콘셉트와는 크게 다르다.

닌텐도 스위치는 2017년에 출시되었는데, 2023년 말일 기준 누적 판매량이 1억 3,936만 대라고 발표됐다. 닌텐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인 '닌텐도 DS'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닌텐도 게임기의 견고한 인기는 '게임 비즈니스는 반드시 최신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림 설명] Xbox와 PC의 크로스 플랫폼 타이틀로 출시된 '팰월드'는 2월 1일 기준 스팀에서 1,2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게임패스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Xbox에서는 700만 명의 플레이어가 다운로드하는 등 타사 타이틀 중에서는 보기 드문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와 SIE의 움직임

퍼블리셔들은 PS5와 Xbox 시리즈 X|S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시점부터 이미 '구독 서비스'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참고로 PlayStation 플러스의 서비스 이용자는 4,740만 명(2023년 3월 기준), Xbox 게임패스는 3,400만 명(2024년 2월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구독 서비스는 사용자가 월정액을 지불한다는 견실함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부문 CEO인 필 스펜서(Phil Spencer)도 이전부터 "Xbox 기기의 누적 판매량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실제로 독점 타이틀을 Xbox와 PC용으로 출시하고, 게임패스는 크로스 플레이(하나의 게임을 구매하면 두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어필하고 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사업에서 가장 큰 승부처는 게임패스라는 구독 서비스의 시장 침투다. 따라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나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같은 브랜드에 거액을 들여 인수를 거듭해 온 것이다.

'디아블로 4'는 2023년 6월 출시 5일 만에 6억 6천만 달러(약 8천8백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30년이 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최고의 첫 주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작품이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독자를 위해 제공되는 콘텐츠가 된다는 사실이 게임패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결국 '콜 오브 듀티' 시리즈도 게임 패스에 합류할 것이고, 이미 충분히 잘 갖춰진 라이브러리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또한,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화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커뮤니티를 얼마나 자신들의 게임에 묶어둘 수 있느냐가 큰 과제 중 하나가 됐다.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등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보면 그 추세가 분명하다. 콘솔 게임기의 글로벌 판매가 이미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잠재적 시장으로 남은 것은 경쟁 플랫폼이다. 여기에 '독점 타이틀의 멀티 플랫폼화'라는 새로운 전략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설명] 영화나 드라마의 배급이 DVD/블루레이 판매량을 급감시킨 것처럼, 게임패스라는 구독 서비스는 게임의 디지털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알면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비단 마이크로소프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SIE도 마찬가지다. 소니 그룹의 연결 결산 보고회에서 토토키 히로키도 PS5와 PC 버전이 동시 발매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헬다이버즈 2'에 대해 "향후 이러한 멀티 플랫폼화 전략은 적극적으로 계획해야 할 사업 전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번지가 개발 중인 리메이크 버전 '마라톤(Marathon)'도 PC뿐만 아니라 Xbox 플랫폼으로 출시 예정이다.

또 하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세우는 '플레이 애니웨어(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라는 모토를 궁극적으로 정리하면 '게임용 하드웨어를 휴대할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의 컨셉'에 가까워진다. 밸브가 '스팀덱'을 발매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Xbox 클라우드 게이밍'이라는 정식 앱(베타 버전)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나 '포르자 호라이즌 5', 그리고 '스타필드'와 같은 고성능의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유저들이 감명받았다. 게다가 하드웨어 부품의 고성능화, 경량화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아수스의 로그앨리(ROG Ally), 레노버의 리전 고(Legion Go) 등 휴대용 게이밍 PC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즉, 기술적으로는 Xbox가 10세대에 도달하기 전에 휴대용 버전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PlayStation Vita 2'에 대한 소문은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행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근의 발표와 트렌드를 살펴보면, 플랫폼 홀더들의 움직임은 모두 하나의 미래를 향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콘솔 게임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성능으로 휴대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 설명]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킹닷컴의 '캔디크러쉬'다.

[그림 설명] 최신 모델인 '스팀덱 OLED'는 도면 능력도 향상됐다. Xbox 클라우드 게이밍은 물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소비자용 게임기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