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용어 가운데 ‘심리적인 가격 저항선’이라는 게 있다. 일정한 기능을 하는 제품이 분명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지만 점점 가격이 올라 어느 금액 이상으로 가면 구입을 주저하게 되는 한도이다. 보다 간단히 말해서 사용자가 ‘과연 이 가격을 주면 이걸 살 가치가 있나?’하고 의심하게 되는 금액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스마트폰이 승승장구할 때는 이런 가격 저항선이 별로 없었다. 일단 스마트폰이 이전에는 없었던 신제품인 데다가 이 제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일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거기에 갈수록 발전하는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열광까지 겹쳐져 아무리 비싸도 제품만 좋으면 사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이때는 각 제조회사 간 기술격차가 커서 애플처럼 선두에 선 업체 제품은 그만큼 차별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었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 끝에 1위를 차지한 업체는 그만큼 높은 가격을 매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삼아 높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시대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각국에서 엄청난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던 순간은 지나가고 이제는 대수 단위 점유율로는 저렴한 중국 업체나 중가브랜드 폰에 밀려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매출액과 순이익을 지키기 위해 마진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 더욱 집중했다. 작년에 내놓은 아이폰X는 999달러부터 시작하는 매우 높은 가격으로 가격 논란을 일으켰다.   

애플 아이폰은 현재까지 스마트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iOS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으며 대당 마진이 매우 높다. 이전 아이폰만으로도 순이익률이 30~40퍼센트에 달하는데 아이폰X는 엔트리모델이 제조원가 약 41만원에 출고가는 112만원이다. 동시에 나온 아이폰8의 대당 판매이익이 46만원인데 비해 아이폰X은 71만원이다. 매우 높은 이익률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아이폰 사용자는 항상 높은 구매율을 보였기에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점점 평준화되는 업체간 기술격차와 성숙기를 맞은 시장에서 애플이라면 초고가 스마트폰 시대를 열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사용자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월까지 아이폰X 누적판매량은 업계 전망치인 8천만대를 밑도는 6200만대를 기록했다. 애플은 아이폰X 주요부품 제조사에게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요청한 상태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상으로는 2018년 여름 이후에는 이 제품이 단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조기 단종까지는 안될 수 있어도 같은 고가정책을 지키는 데 문제가 생길 거란 점은 확실하다.

아이폰X의 이런 결과는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폭 업그레이드된 부품을 채용한 초고가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가 100만원을 넘는 스마트폰에 대한 사용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펙을 다소 늦게 발전시키더라도 충분한 경제성이 있는 부품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부진을 맞은 아이폰X 이후로 대표적인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과 LG등의 새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정책을 주목해볼 이유이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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