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혁신제품이 처음 등장할 때는 시장이 모든 것이 격렬하지만 판매는 순조롭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이 계속 등장하고 각각 기능과 성능의 차이가 확연하다. 삶을 바꿀 새로운 기능을 써보고 싶은 생각에 사용자는 다투어 지갑을 열고 제품을 산다. 또한 1년이 지나 새로운 제품이 나오게 되면 빠르게 발전한 제품을 탐내게 되며 더 성능이 좋다면 고가프리미엄 제품이라도 기꺼이 구입한다.

그렇지만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면 상황이 바뀐다. 제품 사이의 성능차는 좁혀지고 새로 나오는 신제품에서 눈에 띠는 기능은 별로 없게 된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자잘한 기능을 얻기 위해 새로 구입하는 것이 낭비처럼 여겨지면 소비는 줄고 매출성장이 줄어든 업체도 다시 의욕을 잃기 시작한다. 이것이 시장 성숙기의 고민이다.

이럴 때 제조업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기술력이나 브랜드에 자신이 있는 업체는 프리미엄 전략을 택한다. 대수 단위의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고가 제품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 재질과 성능에 확실한 차별을 두면서 적게 팔아도 더 많은 매출과 순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제품만을 내놓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에서 애플은 바로 이 방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기술력이 그다지 없는 업체는 과감한 가격경쟁을 선택한다. 표준적인 기능과 성능을 제공하는 대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영업이나 홍보비용을 줄이고 박스나 재질까지 원가절감을 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용자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용자는 그런 제품을 사게 되지만 이윤은 매우 적고 경쟁은 치열하다. 후발주자는 누구나 대개 이 전략을 택한다.

중간 정도 기술력의 업체는 스펙 경쟁을 벌인다. 기능이나 사용성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많은 용량과 빠른 칩, 비싸고 화질좋은 디스플레이를 넣는다. 그리고 가격은 중간정도로 유지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틈새시장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넓은 중간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안한 시장이긴 하다.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갈 수 있으면 올라가야만 살아남기에 유리하다. 현재 한국의 삼성과 LG, 일본의 소니 정도가 이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숙기에도 매출과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은 점점 프리미엄폰 경쟁에서 밀려나 중간 시장에 주력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LG는 아예 중간 시장에서도 밀려나 가격경쟁까지 해야될 처지다.

성숙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으로 개별 업체가 어떤 생존방식을 취하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운영체제 기술력이 없는 상황에서 부품 기술력만 유리한 한국 업체로서는 프리미엄 시장을 계속 유지하는게 힘겨운 게 사실이다. 차기 스마트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폴더블폰 역시 마찬가지다. 접히는 스크린 부품 우위는 길어야 6개월이면 깨진다. 중요한 건 그 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이다. 한국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기반한 프리미엄 업체가 되어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김태만 기자  ktman21c@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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