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놓은 삼성 갤럭시S9이 혁신부족이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당초 갤럭시S9 시리즈 판매량은 2017년 갤럭시S8과 비슷한 4천만 대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3월 초까지 진행된 갤럭시S9 예약판매 물량은 갤럭시S8 시리즈의 80% 미만에 그쳤다. 따라서 장기 판매량도 전작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판매부진의 이유로 갤럭시S9이 카메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변한 점이 없는 것을 꼽는 사람이 많다. 연산성능 향상이 적은데다가 디자인조차 변한 것이 없는 상황이 사용자의 구매욕구를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폰X가 디스플레이 방식만 바꾸고, 페이스아이디만 추가한 상황과 같다. 결국 고가논란과 판매부진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은 사용자가 원하는 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 물을 끓일 때를 생각해보자. 그릇에 담은 물은 계속해서 열을 가해도 단계별로 변화하지 않는다. 99도까지는 끓지않지만 100도를 넘는 순간 맹렬히 끓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종종 기술발전에도 비유되어 제품 발달에 있어서도 혁신이 단계적으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의 맹렬한 발전과 혁신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 작용한 것이 아니다. 이전에 관련 산업 전반적으로 PDA에서 시작된 각 부품과 기술발전이 끓는 점에 오르지 못하고 막혀있었다. 그것이 아이폰이라는 매개체를 만나며 마침내 끓는점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안드로이드폰 진영 역시 엄청난 혁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현재 스마트폰을 놓고 볼 때 충분히 실용화하고 양산할 수 있는 기술 가운데 혁신적인 기술은 거의 모두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애플과 삼성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마다 거론되는 온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은 관련 디스플레이의 수율문제와 인식률 문제로 양산이 힘들어 좌절되었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역시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시제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내놓는 스마트폰에 뭔가 다른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나 카메라 모듈 정도에 의존하는 것이 쉬울 수 밖에 없다. 사용자는 청각보다는 시각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향상은 극적수준이 아니고서는 일반인이 쉽게 체감하기 어려우며 가치를 지불할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눈에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나 눈에 보이는 광경을 담는 카메라는 가장 직관적인 부품이다.

물론 이렇게 기술적 혁신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물량공세적인 방법인데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램을 갑자기 16기가로 늘린다든가, 후면 카메라모듈을 네 개를 넣는 등의 방법이다. 전력소모와 부품비용이 급등하지만 관련 기술의 발달이 따라주지 않아도 쉽게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관련 기업 사이에서 일종의 금기와 같은 것으로 아직은 시장성을 가진 스마트폰 시장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넘어선 웨어러블 기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포함해 입는 컴퓨터가 혁신활로를 열어줄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기기로서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당분간 다른 기기가 대체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업계가 좀더 전향적으로 고민해 혁신을 내놓아야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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