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 개발사인 CCP 게임즈 힐마 베이거 페터슨 대표가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했다. 그는 ‘이브 온라인’의 매력에 대해서 유저들끼리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것과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대형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는 경험,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유저가 자기계발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CCP 게임즈 힐마 베이거 페터슨(이하 힐마) 대표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회의실에서 ‘게임과 게임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게임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CCP 게임즈는 2003년 출시된 MMORPG ‘이브 온라인’ 개발사이며, 펄어비스에 인수된 바 있다. ‘이브 온라인’은 현재 연내 한국 출시를 위한 현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힐마 대표는 ‘이브 온라인’에 대해서 “유저 입장에서 즐기기가 굉장히 독특하고 어려운 게임이다”라며 “비유하자면, 도시 하나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소개했다. 게임이 기본적으로 어렵기에 유저들은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게 된다. 이렇게 다른 유저를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는 과정을 통해서 유저간에 다양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브 온라인’이 서비스되면서 이런 유저들의 관계 맺기는 점점 발전했다. 그 결과 게임 내에 대형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형 커뮤니티들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서로 사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큰 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각 유저들은 자신만의 역할이나 직업을 찾아가게 된다. ‘배달’을 전문으로 할 수도 있고, 다른 유저를 약탈하는 ‘해적’이 되기도 한다.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서 ‘이브 의회’가 구성되기도 한다. ‘이브 의회’의 구성원들은 CCP 게임즈에 방문해서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건의 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브 의회 구성원들이 CCP 게임즈에 방문한 모습

힐마 대표는 이런 유저들의 끈끈한 관계가 ‘이브 온라인’이 10년이 넘게 서비스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저들이 ‘이브 온라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하지만 오래 즐기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바로 ‘커뮤니티’ 때문이다”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려면, 자주 만나서 같이 활동해야 한다. ‘이브 온라인’은 어려운 게임이다. 유저들이 서로 돕고 단결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중간에 위기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고,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브 온라인’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물어보니 게임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다른 유저를 돕는 것’인 것으로 집계됐다. 어려운 게임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른 유저의 도움이 절실하다. 다른 유저들도 그것을 알기에 신규 유저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정이 쌓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게임 구조는 긍정적인 부가 효과를 만들어냈다. 바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자기계발’을 하게 되는 것. ‘이브 온라인’은 많은 인원이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중간에 각 유저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유저들은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많이 쌓이다 보니까, 유저가 현실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이브 온라인’을 오래 즐긴 것이 자신의 직업과 현실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게임에서 전쟁을 준비하려면, 다양한 물자를 마련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엑셀 프로그램이 필수다. 그래서 전쟁물자를 관리하는 유저는 엑셀의 다양한 기능을 많이 사용했다. 덕분에 현실에서도 엑셀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부가효과다.

이런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한 업체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힐마 대표는 ‘자원의 재분배’를 꼽았다. 그는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게임 내에서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오래 게임을 즐긴 유저들은 그만큼 가진 자산이 많다. 여러 가지 조직도 있다. 반면, 새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이런 자산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 특정 자산을 가지려면 기존의 가진자들에게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를 전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며 “현실과 비유하자면, 극소수의 사람이 많은 부를 가지고 있으면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힐마 대표는 “유저들은 ‘이브 온라인’을 즐기면서 ‘우정’과 ‘기술’을 얻게 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놀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게임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자란다. 따라서 이 에너지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을 한국의 국회의원분들께 꼭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CCP 게임즈 힐마 대표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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