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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건담 에볼루션’, 묵직함 대신 속도감을 선택한 건담 게임

지난 1979년, 일본에서 역사적인 IP(지식재산권)가 탄생했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이하 건담)의 첫 번째 시리즈가 방영된 것. 연방과 지온으로 나뉜 대립 구조, 거대한 인형병기(모빌슈츠, 이하 MS)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다양한 시리즈의 스핀오프를 통해 시리즈의 정체성이 확립됐다.

출처='건담 에볼루션' 홈페이지

유명 IP는 당연히 게임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실제로 건담 시리즈는 턴제 전략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로 꾸준히 개발됐다. 한국 게이머라면 가장 먼저 ‘SD건담 캡슐파이터 온라인’이 떠오를 것이다. 넷마블이 서비스한 온라인 대전액션게임으로, MS의 특징을 살린 시스템과 경쾌하고 묵직한 전투 묘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SD 형태의 캐릭터와 액션 시스템을 채택한 건담 게임이 주기적으로 출시됐다.

지난 20일에는 건담 시리즈의 소유권을 가진 반다이남코가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건담 에볼루션’이 스팀 플랫폼에 론칭됐다. 시리즈에서 묘사되는 MS의 특징을 1인칭 슈팅 게임에 녹여낸 신작이다.


■ MS로 즐기는 6대6 팀 배틀 기반 하이퍼 FPS

‘건담 에볼루션’은 기존 건담 게임과 방향성이 다르다. 건담 세계관의 전투를 재현보다, 플레이의 재미에 집중한 느낌이다. 이는 1인칭 시점의 슈팅게임(FPS)에 스킬을 더한 팀 배틀 기반 시스템을 시도한 이유다.

론칭 버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체는 총 17개다. 흔히 퍼스트 건담이라고 부르는 RX-78와 사자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또한, 비우주세기 작품에 대표격인 건담 발바토스까지 등장한다. 전통 시리즈부터 스핀오프까지 건담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기체의 등장도 기대해 봄직 하다.

또 다른 차이는 무장의 재현 여부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MS는 중장거리 병기와 근거리 병기를 동시에 사용한다. 반면, ‘건담 에볼루션’에서는 사용하는 무기를 한, 두 가지 종류로 제한했다. 근거리, 중장거리, 원거리로 캐릭터의 특성을 나누기 위한 제약이다. 실제 게임 속에서도 기체별 무장이 원작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체는 근거리 무기가 아예 없다. 순간적인 부스터로 간격을 벌리는 대응이 최선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건담 발바토스, 건담 엑시아와 같은 근거리 기체에게 거리를 허용한 순간 부활 대기 창을 봐야 한다. 빠른 전투 템포에 접근이 쉬워 근거리 공격이 특히 유리한 느낌이다.


■ 속도감 넘치는 건담 배틀, 묵직한 맛은 없다

전투는 하이퍼 FPS 장르의 기본적인 틀을 따른다. 적을 공격하는 주무장과 3~8초가량의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핵심 공격 수단이다. 조준 실력은 물론, 적재적소에 스킬을 활용하는 능력이 전투 결과에 반영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와 같은 방식이다. 국내 유저가 이 게임을 ‘건버워치’, 혹은 ‘건담워치’라고 부르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사자비와 페일라이더, 돔 트루퍼 3개의 기체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플레이했다. 사자비는 높은 방어력과 산탄 계열의 주무장을 가지고 있어 점령전에서 활용하기 좋다. 페일라이더는 회복과 중장거리 사격 능력을 갖춘 밸런스형이다. 돔 트루퍼는 거점 방어에 유용한 지뢰와 원거리 바주카 등 팀을 뒷받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같이 기체별로 다른 특징을 맵과 상황에 따라 바꾸는 것이 ‘건담 에볼루션’을 즐기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전투는 정신없이 진행된다. 모든 MS가 짧은 거리를 질주하는 부스트 스텝을 쓸 수 있어 정조준이 어렵다. 시야에 들어온 적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이에 따른 대처방안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치 최신 MS를 처음 맞닥뜨린 엑스트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전투 속도가 빠르다 보니 로봇 액션게임의 묵직한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고 싶다.


■ 시그니처 효과음은 어디로? 김빠지는 사운드 표현

FPS 장르의 특징 중 하나는 숨 막히는 긴장감과 몰입감이다. 언제 적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높아진다. 하지만 ‘건담 에볼루션’에서는 이런 몰입감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전투 템포 자체가 빠르고,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몰입감 보다 정신없이 마우스를 돌리는 속도감에 비중이 크다.

몰입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피격과 사운드 이펙트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폭파되는 기체를 보며 ‘내가 누구한테 맞은 거지’라는 의문부터 든다. 공격을 받고 있을 때 표현이 잘 보이지 않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문제다. 피탄 표현과 스킬 이펙트를 조금 더 만화적으로 보여줬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맥 빠지는 효과음 역시 실망스런 부분이다. 사격과 스킬 사용 시에 기합이나 효과음이 없다. 옵션을 조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전투음에 묻혀 빔 라이플 발사음을 거의 들을 수 없다. 빔 라이플을 제외한 무기들의 시그니처 효과음도 거의 구분이 불가능했다. 의도적으로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줄인 것일지 모르지만, 원작 재현이란 측면에서는 실망감이 더 크다.

승리와 패배 보상이 적은 점 역시 눈에 밟힌다. 대부분의 보상이 승리에 쏠려있고, 조건을 갖춰야만 얻을 수 있다. 전투에서 활약하지 못하면 보상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핵심 보상은 일간 혹은 주간 미션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마저도 승리나 특정 기체 처치 등 조건이 까다로워 얻기가 어렵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은 유저라면 보상을 제때 챙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 글로벌 건담 마니아를 노린 신작, 호불호는 갈릴 듯

‘건담 에볼루션’은 건담 마니아를 겨냥한 신작이다. 하지만 원작 IP를 사랑하는 유저라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이퍼 FPS로서는 지극히 평범한 게임이라는 게 첫 번째다. 보편적인 조작 방식과 전투 시스템만이 구현돼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건담과 MS이 나온다는 점을 빼면 특별한 것이 없다.

두 번째는 부족한 원작 재현이다. 조작하는 캐릭터가 MS일 뿐, 원작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들이 부족하다. 실사에 가까운 렌더링 표현, 잘 들리지 않는 시그니처 효과음 등 원작을 즐긴 유저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적다. 앗시마나 메타스 등 가변형 MS 혹은 모빌아머(MA)의 변신을 구현한 것은 신선했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단이 없다. 건담이란 걸출한 IP를 썼음에도 하이퍼 FPS의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는 게임이란 뜻은 아니다. FPS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재미요소는 충분히 구현됐다. 건담과 MS의 외형, 특징을 반영한 스킬 시스템은 충분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기존 건담과 비교하면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에 속한다. 또한, 기본 무료(F2P)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충분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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