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D18] 픽셀베리 스튜디오가 스토리 텔링 게임에 뛰어든 이유는?

대화형 스토리 텔링 게임. 한국 유저 입장에서는 아직 생소한 단어다. 이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개발사로는 넥슨이 인수한 픽셀베리 스튜디오가 있다. 이들이 대화형 스토리 텔링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엇을까?

픽셀베리 스튜디오 올리버 미아오 대표가 4월 25일 넥슨 판교 사옥에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서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 ‘초이스’, ‘하이스쿨 스토리’를 개발하게 된 계기와 성공 요인에 대해서 발표했다.

모바일게임 ‘초이스’는 대화형 스토리 텔링 게임이다. 젊은 여성층을 노린 게임이었고 실제로도 영어권 국가에서 2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올리버 미아오 대표는 “‘초이스’는 단순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단순한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을 어떻게 기획했고, 어떻게 성공시켰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올리버 미아오 대표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모바일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게임 주제는 ‘고등학교’로 정했다. 게임 소재가 ‘학교’다 보니까 전투 게임을 개발할 수는 없었다. 뭔가 의사소통이 중요한 장르가 어울렸다. 그리고 당시의 피처폰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표현하기 힘든 사양이었다. 그래서 나온 장르가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이었다. 여기에 여성 유저를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주로 보는 소설이나 영화를 분석해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대화형 스토리 텔링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그래서 올리버 미아오 대표는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을 모아서 게임 개발에 투입했다. 그리고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다. 그 결과 첫 게임인 ‘서바이벌 하이스쿨’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서 26위를 기록했다. 첫 게임 치고는 뛰어난 성과였다. 이 성과 덕분에 스튜디오는 비벤디에 인수되었고, 그 이후 액티비전을 거쳐 EA로 넘어갔다.

하지만 EA 임원진들은 이 장르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개발자들은 임원진을 계속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스튜디오가 통째로 구조조정당했다. 고민끝에 올리버 미아오 대표는 오랫동안 일해온 동료들과 함께 두 번째 창업을 한다. 바로 픽셀베리 스튜디오다. 설립 후에 EA로부터 ‘서바이벌 하이스쿨’에 대한 권리를 인수하고 게임을 계속 유지보수했다.

차기작인 ‘초이스’도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였다. 수준 높은 이야기를 만들고,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기로 했다. 그래서 유저가 콘텐츠를 만드는 요소는 도입하지 않았다. 다른 IP와 계약하기 보다는 우리가 제작한 이야기를 구현했다. IP 계약을 해서 이야기를 만들면 나중에 수정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이스’ 출시 직전에 회사에 자금이 거의 다 떨어졌다. 2가지 선택이 있었다. 콘텐츠가 약간 부족한 채로 빠르게 출시하는 것, 그게 아니면 출시를 미루고 대신 직원들 월급을 20% 삭감하는 것이었다. 결정은 직원들의 투표로 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이 프로젝트와 서로를 믿었다. 3달 더 개발해서 콘텐츠를 충분히 갖추고 출시하기로 결정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출시 직후에 삭감된 월급은 다시 원상복귀 됐다. ‘초이스’의 성공으로 여러 게임 업체가 관심을 보였고, 결국 넥슨이 픽셀베리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미아오 대표는 대화형 스토리 텔링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콘텐츠 확장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구조라는 점, 작가들이 10년 넘게 해온 일이라서 노하우가 많았다는 점, 직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에 서로 협력이 잘 됐다는 점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사람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한 작가들은 절대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았다. 덕분에 다른 개발사가 우리 게임처럼 고품질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희 팀이 겪었던 여러 가지 고충, 성공과정을 듣고 다른 개발자분도 영감을 얻었기를 바란다”며 “게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 모두가 각 분야에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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