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크로스 플랫폼 ‘퍼플’을 발표했다. 론칭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분기 출시될 신작 모바일 MMORPG ‘리니지2M’과 함께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퍼플’은 모바일게임을 PC로 즐기는 크로스 플랫폼이다. 크로스 플랫폼은 하나의 계정, 캐릭터를 모바일과 PC 버전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육성한 캐릭터를, 집에서는 PC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서비스되는 멀티 플랫폼과는 다르다.

퍼플은 리니지2M이 처음으로 서비스되며, 앞으로 대부분의 엔씨소프트 표 모바일게임을 품을 예정이다. 이 소식은 리니지2M을 소개하는 공식 행사에서 발표됐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선택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스트리밍 시대에 멀티 플랫폼을 선보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Yeti)를 보유한 엔씨소프트이기 때문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엔씨소프트 김택헌 CPO

이는 실용성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리니지2M과 퍼플을 발표행사에서 엔씨소프트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는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공유하고 유저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키워드는 연결이다.

모바일게임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어 많은 유저가 선호한다. 반면 제한적인 입력 체계와 인터페이스로 소통이 어렵다. 대안으로 인게임(in Game) 음성 채팅 기능이 떠올랐지만, 활용도와 사용빈도가 낮다. 따라서 MMORPG 특유의 커뮤니티를 외부에 의존하는 성격이 강하다. 소통에 필요한 시간이 몇 배는 길다.

▲엔씨소프트 김현호 플랫폼사업센터장

반면 PC를 쓰면 소통이 편해진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PC는 유저 접근성과 숙련도가 높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퍼플 발표내용이 유저 간 소통과 공유 기능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엔씨소프트 김현호 플랫폼사업센터장은 발표회 질의응답에서 “리니지2M은 유저 간 소통이 중요한 게임이다. 모바일보다 PC가 소통이 쉽고, MMORPG와 어울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술적인 실용성도 이유로 보인다. 가장 안정적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퍼플을 쓰면 스마트폰에서는 어려운 4K UHD(초고화질)급 해상도로 렉 없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스트리밍(혹은 클라우드) 게임도 비슷하다.

두 방식의 차이는 안정성이다. 멀티 플랫폼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이다. 반면, 스트리밍 게임은 보급단계에 머물러 있다. 영상의 품질, 통신지연(렉), 입력지연(인풋 렉) 등 해결 할 문제가 많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의 예티 서비스를 위해 자동사냥 방식을 추가하는 등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퍼플 발표 당일에도 비슷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예티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했고, 자체적인 개발과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결론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의 목표와 방향성도 다르다. 스트리밍 게임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LG U+, 엔비디아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다.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직접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다. 게임을 만들어 파는 것이 목적이다. 게임의 재미는 물론, 안정적인 플레이 환경이 뒤따라야 한다. 최적화에 민감한 게이머들도 설득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기술적 검증이 끝나고,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멀티 플랫폼으로 실용성을 선택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단점도 있다. 퍼플은 어디까지나 PC에 설치해 쓰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퍼플을 구동할 수 있는 PC를 갖춰야 한다. 또, 라이브 스트리밍과 같은 부가기능을 쓰려면 성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저사양 스마트폰과 PC만 있으면 되는 스트리밍 게임과 다른 점이다.

유지보수 이슈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플레이엔씨(PLAYNC), 예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예기에 퍼플이 더해지는 것. 당분간 온라인게임의 모바일 접속은 예티, 모바일게임의 PC 접속은 퍼플 접속 방식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지보수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플랫폼 통합과 기술적 통일 등 엔씨소프트가 풀어가야 할 숙제로 떠오른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노선을 택한 엔씨소프트와 퍼플이 스트리밍 게임이 주목받는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지켜보자.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