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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대신 AI, 엔씨소프트 ‘리니지2M’에 담긴 도전

“패턴 나옵니다. 피하세요.”

▲리니지2M 론칭 간담회 전경

게이머에게 익숙한 몇 가지 용어가 있다. 이 중 하나가 패턴(Pattern)이다. 보스, 혹은 몬스터의 공격 조건과 순서, 혹은 강력한 공격을 지칭하는데 쓰인다.

대부분의 게임은 패턴을 기반으로 몬스터의 행동이 결정된다. 체력, 유저, 공격 순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 이런 패턴은 플레이 회차가 누적되면 결국 공략법이 밝혀진다. 어떤 공격이 올지 알려주는 모드(Mod)도 패턴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게임은 숙련된 유저일수록 난이도가 떨어진다. 결국 게임은 쉬워진다. 공략법이 한순간에 공유되기 때문이다. 보스 몬스터가 도전이 아닌 아이템 수급(파밍)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아슬아슬한 순간 공략이 가능하도록 짜인 패턴은 결국 재미와 직결된다. 새로운 형식의 공격과 예상치 못한 패턴을 구현하되, 유저에게 재미있는 경험(UX)을 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 7월 엔씨소프트 AI 미디어 토크쇼에서 개발 현황을 설명 중인 이재준 AI센터장(왼쪽), 장정선 NLP(자연어처리)센터장

모든 상황을 개발자가 예측할 수 없다. 유저는 특정 패턴을 유도하는 식으로 공략 난이도를 낮춘다. 이렇게 알아낸 꼼수를 여러 채널을 통해 공유한다.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고 대응하는 패턴을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과 자원도 많이 필요하다. 게임 업계가 이를 해결할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를 주목하는 이유다.

AI는 다양한 조건(데이터)을 수집하고, 반복 계산을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데이터가 많을 수록 결과물의 품질이 오른다. 빅 데이터, 딥러닝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들이다.

최첨단 정보통신산업(ICT)인 게임도 이런 AI가 일찌감치 도입돼 왔다. 하지만 유저 경험(UX)과 밀접한 RPG의 실시간 전투에 도입된 사례는 드물다. 순간적인 판단을 위해 처리속도가 빠른 연산장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리니지2M 보스 몬스터 목록. 레이드 급 보스에게는 AI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 최신작 ‘리니지2M’에 AI 도입이라는 강수를 둬 눈길을 끈다. 뻔한 패턴을 벗어나 도전하는 맛을 살리려는 의도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AI가 유저에게 제공함으로써 전체적인 재미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리니지2M’의 모든 몬스터에 AI가 적용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진행된 ‘리니지2M’ 콘텐츠 설명회에서 엔씨소프트는 일부 레이드 보스에 AI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니지2M’은 론칭 버전 기준으로 40여 종의 보스가 출현하며, 이 중 영지 보스(레이드) 급 보스 4종에 AI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고, 보유한 스킬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정해진 순서에 패턴을 발동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최고 수준의 공격을 전투 시작부터 구사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개발실 김남준 PD

하나의 사례를 미리보자. 엔씨소프트 ‘리니지2M’ 개발실 김남준 PD는 초반 지역에 등장하는 영지 보스 ‘여왕개미’에 적용된 AI를 예로 들었다. 그는 “여왕개미는 굴 안에 있는 자식(개미)을 위해 많은 먹이를 만들고 싶어 한다.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주위의 유저 파티(혹은 혈맹)을 분석해 강한 혈맹을 돕는다. 우세한 혈맹에 버프를 걸고, 열세인 혈맹에 스턴과 같은 디버프를 건다”라고 설명했다. AI가 자신에게 유리한 혈맹이 어디인지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보스의 전투 AI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동작할 가능성은 반반이다. 길 찾기, 네비게이션 등 어느 정도 고도화된 AI와는 다른 시험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스의 행동을 결정하는 AI가 아직 시작단계란 것은 불안한 부분이다. 반면, 8년 이상 게임 AI에 투자한 엔씨소프트가 내놓는 결과물이란 점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패권을 둔 대작 타이틀 ‘리니지2M’에 보스 AI를 적용한 이유는 뭘까. 더 작고, 안전한, 시험적인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이 물음에 김 PD는 보스 레이드가 유저 간 대결과 대립(RvR)을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AI는 콘텐츠의 질적 재미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리니지2M의 보스 AI는 혈맹간의 적대 상황을 전투 상황에 반영한다

그는 “보스는 유저가 아이템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리니지2M’은 이 한계를 벗어나 전쟁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보스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할 때는 보스 AI가 어떻게 반응할 지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2년 AI Lab(연구소)을 정식으로 출범했으며, 2016년에는 AI센터로 크기를 키웠다. 엔씨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150명이 넘는 석학들이 AI를 연구-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개발한 ‘블레이드앤소울’ 비무(PvP) AI 데스나이트를 선보였다.

▲비무 AI 데스나이트는 블레이드앤소울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2018에 출전한 선수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출처=OGN 방송 캡처)

데스나이트는 사람과 실시간 PvP를 하는 비무 콘텐츠 전용 AI다. 그동안 여러 게임에서 연습 모드 등으로 제공된 PvP는 수준이 낮았다. 패턴 기반의 행동으로 몇 번의 연습만 거치면 이기는 게 당연시 되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식은 지난 2018년 9월 열린 ‘블레이드앤소울 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서 깨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본선 진출자들이 데스나이트에게 승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딥러닝을 통한 심층강화학습으로 상황에 따른 최적의 무공(스킬) 사용으로 사람을 꺾은 것. 내로라하는 바둑 명인을 물리친 바둑 AI 알파고와 비교된다.

데스나이트와 ‘리니지2M’ 보스 AI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데스나이트는 실시간으로 캐릭터의 행동을 결정한다. 수십 분의 일초 안에 어떤 행동을 할지 계산한다. 반면, 보스 AI는 시간이 꽤 넉넉하다. 이 차이를 통해 판단을 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중요한 것은 엔씨소프트가 이미 게임 AI를 실용화한 노하우다.

AI가 사람의 생활 전반을 바꾸는 시대다. 재미를 위한 놀이거리인 게임도 곧 AI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시발점이 될 ‘리니지2M’의 보스 전투가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주목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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